지역정보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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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 성산구 사파동의 유진상·배은령 씨 주택. 긴 박스에 작은 박스가 들어앉은 모양의 하얀 집이 눈에 들어온다.
화이트와 블랙으로 대비한 거실.
창원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다락.
물이 차면 거울처럼 변하는 연못,
무릎 아래 창이 설치된 2층 복도.
붉은 벽을 따라 다락 올라가는 계단. 우선 참 고민스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문적으로 건축을 전공한 사람들은 남들의 이목도 있어 일반 사람들의 집과는 뭔가 달라도 다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창원시 성산구 사파동 국도 25호선을 따라가다 보면 오른편에 주택단지가 있고 그 중간쯤에 긴 박스에 작은 박스가 들어앉은 모양의 하얀 집이 눈에 띈다. 창원대 건축설계학부 유진상(43) 교수와 미술교사를 하는 배은령(34) 씨의 보금자리다.일명 자연 속에서 자신을 낮추며 살아가는 집이라는 뜻의 ‘자하루(自下樓)’라 하기도 하고, 하얀 벽면에 빨강과 파랑, 노란색이 조화를 이뤄 ‘몬드리안 하우스’라는 애칭으로도 불리고 있다. 창원에 첫눈이 내리던 날 유 교수댁을 노크해 봤다. ◆ 내 집, 내 첫 작품을 설계하다 유 교수는 프랑스에서 유학을 하고 건축사 사무실에서 실무 경험을 쌓은 뒤 9년 전 창원대학교로 왔다. 서른 중반에 선을 보고 만난 미술교사 아내 배은령씨와 결혼한 지 일 년도 되지 않은 지난 2006년 9월께 내 집 짓기 설계에 들어갔다. 당시 창원시 도시경관 위원이었던 유 교수는 창원의 도시 맥락에 대해 누구보다 자세하게 알고 있는 터라 지금의 땅을 적지로 보고 구입하게 됐다. 국도 25호선이 예정돼 있어 남들은 소음과 먼지 때문에 멀리했지만 이런 덕분에 싼값에 대지를 살 수 있었다. 오히려 집 옆에 도로가 생기기 때문에 당분간 집을 막는 큰 건물이 들어서지 않으리라는 전망도 한몫했다. 설계는 대학원 때부터 공동 작업을 해 온 이학규 소장과 함께했다. 유 교수는 건축사로 여러 작업에 참여했지만 오롯이 직접 설계하고 직접 건축을 한 ‘자하루’는 자신의 첫 집이자 첫 작품인 셈이다. 집을 지을 당시 신혼이던 아내가 자신이 원하는 모양으로 주문했지만 유 교수는 내 첫 작품인 만큼 자신에게 맡겨달라고 고집을 부려 아내를 울리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 만큼 애착도 컸다. ◆ 편안한 집 말고 이야기가 있는 집 유 교수 댁은 1층은 거실과 욕실, 2층은 2개의 방, 3층은 다락으로 돼 있다. 전체적으로 큰 박스 형식으로 구성돼 있다. 여기에 또 하나의 박스를 집어넣은 형태로 2층 방이 작은 박스에 해당한다. 큰 박스에 작은 박스를 만들어 넣은 것은 가족이 잠을 자는 방을 집의 중심으로 다른 공간들이 따뜻하게 품을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유 교수가 포인트를 준 것은 이야기가 있는 집이다. 영화처럼 이야기가 있고 집안 곳곳에 반전이 있는 집을 지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 넓지는 않지만 사선으로 깔린 하얀 타일바닥과 하얀색 벽면의 거실로 이뤄져 일반 가정집과는 달리 갤러리 같은 분위기다. 하얀색이 많은 것은 앞집이 지어질 경우 채광이 적게 들어올 것에 대비해 밝은색으로 준비를 해둔 것이다. 타일은 인도네시아산 수입재지만 일반 바닥재보다 싼 것을 사용했다. 사선으로 깔면 울퉁불퉁하게 보여 반듯하게 깐 것에 비해 따뜻해 보인다. 대신 주방을 블랙으로 만들어 온통 흰색인 거실과 대비를 시켰다. 거실 천장도 모두 까만색으로 해 놓았다. 이 집 ‘자하루(自下樓)’처럼 자신을 낮추고 겸손하게 보이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이 집은 결벽증에 가깝다는 유 교수의 성격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모든 것이 밖으로 나오지 않고 안에 들어가 있는 빌트인 구조로 만들었다. 유 교수가 직접 디자인한 주방 싱크대와 세탁기마저도 벽 안에 숨겨지도록 했고. 심지어 문고리도 누르면 안으로 들어가고 다시 누르면 튀어나오도록 한 것을 사용했다. 천장 형광등 등 어느 것 하나 밖으로 튀어 나온 것이 없다. 유 교수의 상상력이 느껴지기 시작한 곳은 2층 계단부터다. 계단 첫 입구부터 위로 고개를 들면 2층 창 위로 비음산이 그림처럼 들어온다. 첫발을 내딛으면 상식을 깬 조명이 계단을 따라 이어진다. 일반적으로 조명은 천장이나 위쪽에 달아 놓지만 유 교수 댁은 계단을 따라 사선으로 무릎 정도에서 조명이 설치돼 있다. 바닥을 밝히려고 했다면 바닥에 가깝게 설치해야지 위에 두면 낭비라는 게 유 교수의 설명이다. 2층에 오르면 또 하나의 상식이 깨진다. 창문이 발 쪽으로 길게 만들어져 있다. 옆집과 사생활 침해도 하지 않고 오히려 아이들이 2층 복도를 기어 다니며 밖을 쳐다보는 재미가 있다고 한다. 또 빛이 발쪽에서 나면 의외성을 느끼게 해 유 교수와 아이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 중 하나라고 한다. 침실이 있는 2층은 더 재미있다. 문은 병풍처럼 가벽으로 만들어 모두 떼어 낼 수도 있고, 그대로 두면 문인지 벽인지 구분할 수 없도록 해 놓았다. 침실과 아이들 방 사이에는 욕실과 드레스룸을 넣었다. 2층 한쪽 벽면은 온통 빨간색으로 칠해져 있다. 햇살이 비출 때면 반사된 빛이 노을처럼 옆 하얀 벽면에 비치도록 해 시간대별로 채광에 따라 자연의 아름다운 변화를 감상하도록 했다. 유리가 많아 열 손실 많은 것을 보완하기 위해 바닥에 자갈을 많이 깔아 구들장 같은 역할을 하도록 해 높은 보온효과를 낸다. 3층 다락은 사실 3층이 아니다. 이 지역은 2층 이상 집을 지을 수 없다. 건축 규정을 잘 아는 유 교수가 법적인 한도 내에서 높이를 맞춰 물탱크 시설을 넣고 사방을 창으로 내어 옥탑방처럼 전망 좋은 다락으로 변화시켰다. 창원 시내가 내려다보여 가끔 제자들과 막걸리를 마시는 곳이기도 하다. 마당에도 밋밋한 곳이 한 곳도 없다. 애초 두 채의 땅콩집을 지을 예정이었지만 돈이 부족하자 빈 공간에 연못을 만들었다. 가로 세로 3~4m 정도의 크기에 깊이 10㎝도 되지 않지만 물이 찰 경우 야간에는 조명에 비쳐 거울 같은 이미지로 변신한다. 이 집은 실용적이고 가치성을 높인 집이란 자부심에 건축과 학생들의 교육장소로 활용되고 있고, 마당에 블록을 쌓아 놓은 미니 강의 공간도 마련돼 있다. 외관은 하얀 벽면에 빨강, 파랑, 녹색을 곳곳에 배치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몬드리안 색채로 방점을 찍었다. ◆ 집은 진화한다 아무리 잘 지은 집도 한 집에 오래 살다 보면 싫증이 날 때도 있다. 또 생각지 않게 고쳐야 할 부분도 있다. 유 교수는 집을 지을 때부터 이런 가변성을 고려해 쉽게 바꿀 수 있도록 했다. 그동안 유 교수댁도 많은 변화를 했다. 큰 딸 리지가 태어났을 때 2층 작업실을 아이 방으로 고쳤다. 둘째 아들 미루가 태어났을 때는 놀이방을 만들었다. 첫 작품으로 내 집을 지을 때는 유 교수의 생각대로 했다면, 아이 방과 놀이방을 만들 때는 아내의 요구가 많이 반영됐다. 건축가가 자신의 집을 지을 때 일반인보다 유리한 것은 건축에 대한 이해와 함께 건축재료에 대해서는 해박하다는 것이다. 가진 돈이 없던 유 교수가 선택한 것은 값싼 건축재료를 활용한 것이다. 주방싱크대도 유 교수가 설계해 인근 싱크대 만드는 집에 의뢰해 유명 제품의 3분의 1 가격에 제작했고, 외장도 제일 싼 재료인 드라이비트(단열재)를 이용하는 등 아낄 수 있는 만큼 아꼈다. 당시 3.3㎡당 300만 원 내외의 저렴한 가격이 소요됐다. 건축가이지만 내 집 짓기는 많은 돈이 수반되는 만큼 아직까지 ‘자하루’는 미완성 작품이다. 첫 작품이었던 만큼 욕심을 내 추상화 작품처럼 만들려다 보니 유리를 많이 사용했고, 계단 경사가 지금보다 더 완만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그런 점에서 유 교수는 앞으로도 이 집이 또 어떻게 진화되어 갈지 모른다고 말한다. 상상력이 가득한 건축가의 집을 둘러본 것만으로 내가 건축가가 된 듯한 착각에 빠진다. 글= 이현근 기자·사진= 성민건 기자 원문-http://www.knnews.co.kr/news/articleView.php?idxno=10549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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