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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시민불교문화상 받은 국내 유일 죽각화가 문창대 씨.
굳은살이 제대로 박혔다. 두툼했다. 송곳으로 찔러도 끄떡없을 만큼 단단해보였다. 지문이 닳아 없어졌다. 문창대(58·사진) 죽각화가의 손이다.
문창대 죽각화가는 대나무의 둥근 표면에 글씨나 산수화 등을 새긴다. 밋밋한 맛을 없애고자 대나무 표면을 깎아 그 위에 천연색소를 바른다.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표면의 거친 맛에 부드러움이 느껴진다. 한 발짝 떨어져서 보면 진경산수화가 따로 없다.
문 씨는 지난 23일 제21회 시민불교문화상 예술상을 받았다. 그는 지난 1995년 경상남도 공예대전 동상을 시작으로 2001년 담양 죽향제 전국공모전 최우수상, 2008년 대한민국 미술대전 입선 등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만 총 네 번의 상을 받았다.
그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곧잘 그렸지만 미술을 하면 돈을 못 번다는 부모님과 선배들의 말에 그림을 포기했다. 하지만 20여 년 전 다시 붓을 들기 시작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젖소를 키웠는데 그곳엔 대나무가 많았어요. 재미삼아 대나무 몇 개를 잘라 조각도로 새기기 시작했죠. 대나무가 겉은 딱딱하지만 안은 순해요. 거기에 매력을 느꼈죠."
시행착오를 말하자면 끝이 없다. 누구나 대나무에 글씨나 산수화 등을 새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나무 각화는 국내에서 그가 유일하다. 작품 심사 위원들은 한결같이 "문 씨의 작품 속에는 한국의 토속미가 배어 있으며 스스로 터득한 개성미로 타인의 모방을 불허하는 독특한 작품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문 씨는 먹고살기 위해 인테리어 업계에 몸을 담았다. 작품 활동에만 매진하고 싶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몇 년 전엔 부인이 골다공증과 신체부위의 근종이 발견돼 고민 끝에 소장품을 팔기도 했다.
"대나무 속살은 전통한지 같아요. 그래서 발묵(潑墨·먹의 번짐)이 잘되죠. 일 년에 한 번씩 거제와 담양에서 대나무를 공수해 와요. 그리고 제가 터득한 방법으로 대나무를 삶고 말려요. 쉽지 않은 과정이지만 재미있어요."
문창대 죽각화가의 거친 손은 단순한 손이 아니다. 대나무의 겉과 안이 다른 것처럼 그의 손에서 태어난 작품은 화선지를 다채롭게 물들인 산수화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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