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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춤은 공연장에서만 볼 수 있는 전통무용이 아니다. 승무, 범패, 무당굿, 농악도 마찬가지. 공연장이 아니라 전시장에서 보는 탈춤 등 전통무용은 또 다른 문화예술 향기를 발산하고 있어 그 맛이 색다르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완월동에는 30년 가까이 탈춤과 승무, 범패 등 우리의 전통무용을 주테마로 창작하는 서양화가 김완수(53)씨가 있다.
오는 19일부터 4월 18일까지 경남도립미술관이 도내 현역작가 3명을 초대해 처음으로 전시회를 갖는데, 그 첫 번째로 선정돼 초대전 준비에 여념이 없는 김완수씨를 그의 작업장에서 만났다.
김씨는 탈춤 그림을 대학 4학년 때부터 그려 근 30년 동안 탈춤의 춤사위와 얼굴표정, 탈춤이 전달하고자 하는 ‘무사태평’의 기원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화가이다.
그의 주제가 되는 전통무용은 탈춤, 승무, 범패, 무당굿, 농악 등이다. 이들 주제는 거창하거나 화려하게 캔버스의 그림으로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소박하면서도 화(和)와 강(康), 복(福), 영(寧)의 심상을 담고 있어 편안하면서도 그림이 역동적이다.
김씨가 전통무용을 주테마로 잡은 것은 아버지의 영향이 크다. 그의 아버지는 지산 김영진(1936-1991) 선생이다. 함양에서 출생한 김영진 선생은 전통 한국화의 세계를 새로운 조형언어로써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데 열정을 쏟았던 지역미술의 큰 어른이었다.
김씨는 “‘어버님이 늘 한국적인 서양화를 접목시켜야 한다. 동서양을 접목시키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있는 작가가 없을 것이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그 말씀이 뇌리를 장악했던 것 같다”면서 “또한 우리의 피 속에 흐르는 정서가 한국적이어서 그랬는지, 독특한 소재를 찾다 보니 한국고전무용을 찾게 됐는지, 어릴 때 본 마당극 기억들이 모태가 됐는지, 어떠한 복합적인 유전자와 기억에서 나의 작업의 주테마가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전통무용에 빠진 김씨는 작품의 소재를 찾기 위해 수십년 동안 안동, 고성, 통영, 부산동래, 서울송파 등 전국의 탈춤마당을 찾아다녔다. 자신이 직접 확인한 춤사위를 바탕으로 4000여 점의 습작을 통해 자신만의 그림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동안 모아온 전통무용 사진자료만도 1만여 장에 이른다.
습작도 가볍게 하는 것이 아니라 100~200호의 대작 위주로 실제 그림을 그리고, 그 위에 또다시 그리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찢어 버리고…. 그렇게 힘들게 엮어온 과정이 그의 작업일기이다.
자료를 찾기 위해 헌책방 뒤지기는 오히려 수월했다. 그림을 그리다가 손과 발의 모양새는 물론, 춤사위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냥 그림을 버려야 했다. 작가들이 기피하는 영역인 ‘인체’의 동세는 늘 연습과 창작, 연구를 통해서 해야만 자연스러운데, 30년 가까이 쌓아온 이력 때문인지 김씨 그림의 춤사위는 캔버스 속에 담겨 벽면의 중앙에서 하늘하늘, 나풀나풀, 덩실덩실 일렁인다.
김씨는 창작하면서 밑그림과 그 위의 본그림 테두리 작업을 동시에 진행한다. 밑그림은 15회 정도의 덧칠을 통해 그려낸다. 밑그림과 춤사위의 테두리 선을 서로 완충해가면서 작업한다. 가장 중요한 3차 마무리는 절제된 명암처리로 작업을 끝낸다. 밑그림만 놓고 보면 비구상이고, 본그림은 한국화이며, 전체적인 그림은 한국적 서양화에 도달한다.
1차 밑그림은 분청사기의 목단문, 포도문과 수운칠보문양, 떡살문 등을 사용해 주제와 연결시킨다. 작업하면서 벽에 걸어놓고, 보고, 고치는 반복과정을 거치며, 5년씩 걸리는 그림도 있을 만큼 작품에 심혈을 기울인다.
김씨는 “전체적으로는 한국적 정서를 편안하게 전달하면서 무사태평을 기원하고, 무수한 영혼을 달래주는 정화의식을 진솔한 마음으로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30년 가까이 그려온 방식이 1차 완성단계에 있어 이제 정리할 때가 됐다. 지금부터는 그동안 그려온 소품들을 대형화시키는 작업에 주력하려 한다”고 밝혔다.
김씨는 중앙미술대전에서 특선과 입선(국립현대미술관)했으며, 서울국제 방법전 도쿄전, 경남향토작가 특별초대전, 세대공감-이어지는 예술혼전, 안산국제아트페어, 동서미술의 현재전 등 대형 기획전에 많이 참가한 지역의 중견작가이다.
글·사진= 조윤제기자 cho@knnews.co.kr
탈춤은 공연장에서만 볼 수 있는 전통무용이 아니다. 승무, 범패, 무당굿, 농악도 마찬가지. 공연장이 아니라 전시장에서 보는 탈춤 등 전통무용은 또 다른 문화예술 향기를 발산하고 있어 그 맛이 색다르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완월동에는 30년 가까이 탈춤과 승무, 범패 등 우리의 전통무용을 주테마로 창작하는 서양화가 김완수(53)씨가 있다.
오는 19일부터 4월 18일까지 경남도립미술관이 도내 현역작가 3명을 초대해 처음으로 전시회를 갖는데, 그 첫 번째로 선정돼 초대전 준비에 여념이 없는 김완수씨를 그의 작업장에서 만났다.
김씨는 탈춤 그림을 대학 4학년 때부터 그려 근 30년 동안 탈춤의 춤사위와 얼굴표정, 탈춤이 전달하고자 하는 ‘무사태평’의 기원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화가이다.
그의 주제가 되는 전통무용은 탈춤, 승무, 범패, 무당굿, 농악 등이다. 이들 주제는 거창하거나 화려하게 캔버스의 그림으로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소박하면서도 화(和)와 강(康), 복(福), 영(寧)의 심상을 담고 있어 편안하면서도 그림이 역동적이다.
김씨가 전통무용을 주테마로 잡은 것은 아버지의 영향이 크다. 그의 아버지는 지산 김영진(1936-1991) 선생이다. 함양에서 출생한 김영진 선생은 전통 한국화의 세계를 새로운 조형언어로써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데 열정을 쏟았던 지역미술의 큰 어른이었다.
김씨는 “‘어버님이 늘 한국적인 서양화를 접목시켜야 한다. 동서양을 접목시키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있는 작가가 없을 것이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그 말씀이 뇌리를 장악했던 것 같다”면서 “또한 우리의 피 속에 흐르는 정서가 한국적이어서 그랬는지, 독특한 소재를 찾다 보니 한국고전무용을 찾게 됐는지, 어릴 때 본 마당극 기억들이 모태가 됐는지, 어떠한 복합적인 유전자와 기억에서 나의 작업의 주테마가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전통무용에 빠진 김씨는 작품의 소재를 찾기 위해 수십년 동안 안동, 고성, 통영, 부산동래, 서울송파 등 전국의 탈춤마당을 찾아다녔다. 자신이 직접 확인한 춤사위를 바탕으로 4000여 점의 습작을 통해 자신만의 그림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동안 모아온 전통무용 사진자료만도 1만여 장에 이른다.
습작도 가볍게 하는 것이 아니라 100~200호의 대작 위주로 실제 그림을 그리고, 그 위에 또다시 그리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찢어 버리고…. 그렇게 힘들게 엮어온 과정이 그의 작업일기이다.
자료를 찾기 위해 헌책방 뒤지기는 오히려 수월했다. 그림을 그리다가 손과 발의 모양새는 물론, 춤사위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냥 그림을 버려야 했다. 작가들이 기피하는 영역인 ‘인체’의 동세는 늘 연습과 창작, 연구를 통해서 해야만 자연스러운데, 30년 가까이 쌓아온 이력 때문인지 김씨 그림의 춤사위는 캔버스 속에 담겨 벽면의 중앙에서 하늘하늘, 나풀나풀, 덩실덩실 일렁인다.
김씨는 창작하면서 밑그림과 그 위의 본그림 테두리 작업을 동시에 진행한다. 밑그림은 15회 정도의 덧칠을 통해 그려낸다. 밑그림과 춤사위의 테두리 선을 서로 완충해가면서 작업한다. 가장 중요한 3차 마무리는 절제된 명암처리로 작업을 끝낸다. 밑그림만 놓고 보면 비구상이고, 본그림은 한국화이며, 전체적인 그림은 한국적 서양화에 도달한다.
1차 밑그림은 분청사기의 목단문, 포도문과 수운칠보문양, 떡살문 등을 사용해 주제와 연결시킨다. 작업하면서 벽에 걸어놓고, 보고, 고치는 반복과정을 거치며, 5년씩 걸리는 그림도 있을 만큼 작품에 심혈을 기울인다.
김씨는 “전체적으로는 한국적 정서를 편안하게 전달하면서 무사태평을 기원하고, 무수한 영혼을 달래주는 정화의식을 진솔한 마음으로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30년 가까이 그려온 방식이 1차 완성단계에 있어 이제 정리할 때가 됐다. 지금부터는 그동안 그려온 소품들을 대형화시키는 작업에 주력하려 한다”고 밝혔다.
김씨는 중앙미술대전에서 특선과 입선(국립현대미술관)했으며, 서울국제 방법전 도쿄전, 경남향토작가 특별초대전, 세대공감-이어지는 예술혼전, 안산국제아트페어, 동서미술의 현재전 등 대형 기획전에 많이 참가한 지역의 중견작가이다.
글·사진= 조윤제기자 ch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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