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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평생학교 예산 2억 원은 삭감…중학 미진학 장애인 43% 현실 인식을
우리나라는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진학한 청소년이 99.9%라고 한다. 의무교육인 만큼 진학률이 높다. 그런데 중학교에 다니지 못한 장애인은 43.3%나 된다. 나 또한 태어나면서부터 경남에 살았지만, 초·중·고등학교를 다녀보지 못했다. 걸을 수 없는 장애인이라는 것이 학교에서 나를 받아주지 않은 이유였다. 어릴 적, 동네친구들이 등교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왜 학교에 가지 못할까'는 생각에 울기도 많이 울었다. 학교에 너무 가고 싶어서 엄마에게 책가방을 사달라고 조르기도 했다. 늘 집안에만 있어야 하는 내 모습이 한심스러워 울다 밤을 지새웠던 날도 많았다.
그래서일까. 장애인복지를 위해 일하기 시작하면서 나처럼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학교에 가지 못한 사람들을 만나면 마치 내가 당한 일처럼 분노하기도 했고, 이 사람들이 하루라도 젊었을 때 배움의 길을 갈 수 있도록 도와줄 방법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그러다 학교 교육을 받지 못해 가슴에 응어리를 하나씩 갖고 사는 장애인들이 모여 장애인 평생학교를 설립했다. 그리고 법적 근거를 토대로 일정 부분 교사를 고용할 수 있는 예산도 받게 되었다. 정말 기뻤다. 이제는 나처럼 학교 가고 싶어 울고 또 울다 한이 될 사람들이 점점 사라질 거라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하지만 그 행복도 잠시. 제9대 경상남도의회에서 올해 예산을 삭감해 버렸다. 당시 이유는 장애인에게 학교 교육을 제공하는 교사의 인건비 130여만 원이 너무 많다는 것. 말도 안 되는 변명이다. 다행히 지난 6월에 당선된 제10대 도의원들은 장애인 평생학교 예산이 지원되어야 한다며 여당 야당 할 것 없이 회의 자리에서 예산지원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오랜만에 정치놀음이 아닌, 소외된 도민을 위해 정치권이 한마음을 모은 듯했다. 하지만 무슨 일인지 예산은 여전히 삭감된 채,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하루 빨리 예산이 지원되지 않으면 곧 평생 학교는 운영비가 없어 휴교할 수밖에 없다. 결국, 교육에 대한 한을 품고 사는 장애인들에게 더 큰 한을 심어주게 될 처지에 놓여있다. 이런 현실에서 도의회는 무슨 일인지 예산논의를 하다말고, 이미 지자체로 위임된 장애인 평생교육 지원의 타당성에 대해 법무부에 질의하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졌다. 답변은? 당연히 법무부가 판단할 사안이 아니라는 것. 판단은 홍준표 지사와 도의회가 할 수 있다. 즉 장애인 평생학교 예산지원은 홍준표 지사와 도의회가 결정하면 언제든 지원 가능하다는 의미이다.
지난달, 뉴스에서 홍준표 2기 도정 공약 세부계획이 수립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타이틀로 나온 계획은 '경남 대표 도서관' 설립이었다. 이 사업에 총 72억 원을 쓰겠다고 밝혔다. 결국, 도내 8개의 장애인 평생학교 지원예산 총액 2억 4000만 원을 삭감하더니, 그 돈으로 경남 대표 도서관 만드는 데 보태려나 보다.
이렇듯 커다란 도서관 만들 예산은 어디선가 펑펑 나온다. 각종 학교도서관, 시립·도립 도서관, 동네마다 설치된 작은 도서관 등 도서관이 도내에 다수 있어도, 또 하나의 경남 대표 도서관 설립을 위해 72억 원을 쏟아 부을지언정, 경상남도에서 중학교조차 가지 못한 43%의 장애인을 위한 평생학교 지원예산 2억 4000만 원은 어디에도 없다는 것일까.
이미 법무부에서도 평생학교 지원이 지자체로 이관된 업무임을 밝혔으니, 이제 홍준표 지사와 도의회에 확실히 공이 넘겨졌다. 이제 쇼는 필요 없다. 더 시간을 끈다는 건, 장애인 평생학교의 휴교를 시행한 사람이 홍준표 지사와 도의회임이 더욱 확실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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