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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제목

김효원이 만난 사람 (17) 최병식 사립미술관 인력지원사업 및 실태 평가단장

작성자
서상림
작성일
2010.01.27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2403
내용
김효원이 만난 사람

(17) 최병식 사립미술관 인력지원사업 및 실태 평가단장

“엄정한 평가시스템을 통해 사립미술관들의 수준을 점검하고 방향을 제시…”

미술평론가 최병식 경희대 교수. 그는 현장 제일주의자다. 대학에서 제자들을 가르치는 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가운데에서도 틈만 나면 국ㆍ내외 미술 동향을 파악하고자 주저 없이 발품을 판다. 그런 그가 최근 또 하나의 짐을 기꺼이 자청했다. 사립미술관협회 인력지원사업 및 실태 평가단장(이하 평가단장)을 맡아 협회 회원관들의 질적 성장을 돕는데 발 벗고 나선 것이다. 경인년(庚寅年) 새해 들어 더욱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최 교수를 지난 1월15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재도약하는 사립미술관의 위상이 필요하다
현재 (사)한국사립미술관협회(이하 협회)의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최 교수가 맡은 평가단장은 협회 회원미술관들의 인력 운용 실정을 평가하는 자리로 이른바 ‘사립미술관협회의 암행어사’라 할 수 있다.

지난 2004년 정부의 사립미술관 지원 사업이 시행된 이래 지금까지 5년여의 시간이 경과했다. 그동안 지원된 기금들이 미술관에서 효과적으로 쓰이고 있는지, 각 미술관을 발로 뛰며 찾아가 점검하는 역할이 최 교수의 일이다. 평소 후학 지도 및 미술평론은 물론 자문위원, 집필 등으로 몸이 열 두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바쁘지만 기꺼이 중책을 수락한 이유가 있다. 우리 미술의 발전에 기여한다는 기쁨 때문이다.

“협회에 정부 차원의 지원 사업이 처음 시작된 해가 2004년이다. 인력이 지원되기 시작한지는 2~3년쯤 됐다. 이처럼 다양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데 아직까지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미술관들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각 미술관들의 점수를 엄정히 평가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됐다.”

협회 집행부가 2010년 비전으로 강조한 것이 미술관의 질을 담보할 수 있는 객관적인 평가 시스템의 도입이다. 평가시스템을 구축하고 평가단을 구성해 엄정한 평가를 실시할 계획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최 교수는 평가 사업을 위한 사전 조사를 끝냈다. 지난해 하반기에만 전국의 35개 미술관을 다니며 성적표를 매겼다. 박물관을 포함해서 하루에 6곳을 이동하는 날도 있었을 만큼 강행군이었다. 그 결과 평가시스템의 중요성을 더욱 절실하게 느꼈다는 최 교수다.

“지난해 하반기에 협회 회원미술관 중 절반 정도를 다녀왔다. 그 결과 미술관에 근무하는 학예사들이 두 몫을 하고 있을 정도로 놀라운 성과를 거둔 관도 많았지만, 지원된 인력에게 사전교육도 없이 전문성이 떨어지는 일만 하도록 내버려 두는 곳도 있었다. 인사기록카드도 제대로 구비돼 있지 않고 미술관의 개념조차 정립하지 못한 채 매뉴얼 없이 운영되는 곳도 있어 안타까웠다.”

현장을 가보면 가볼 수록 전반적으로 해결해나가야 할 과제도 많아졌다. 우선 각 미술관에 미술관 관리 운영에 따른 매뉴얼 작성 과제를 제시했다. 예를 들어 근무일지 쓰는 법, 근무내용의 데이터베이스화, 포트폴리오 만들기 등 매뉴얼 관련 과제를 제출받아 회원 미술관들의 수준과 실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

전문성 담보와 경영전략은 필수
“현재 회원 미술관들의 점수를 매겨보니 A그룹이 15%, B그룹이 30%, C그룹 30%, D그룹이 25%정도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B그룹 이상이 80% 정도는 돼야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게 되려면 회원 미술관들의 인식의 전환과 전문성 담보가 필수다.”

최 교수는 C, D그룹의 미술관들이 A, B 그룹 수준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전문성 확보와 미술관 경영전략의 연구, 협회 행사 참여 등 적극적인 정보 수용의지의 실천과 노력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평가점수와는 달리 헌신적으로 노력하는 미술관들이 대부분이지만 인력들을 위한 재교육과 정보제공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느꼈다. 효율적인 운영기법에 대한 교육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이번에 평가를 시행하면서 기본적인 교육을 병행했는데 각 미술관들이 좋은 반응을 보였다.”

최 교수는 각 미술관들에 대해 인력지원에 대한 정확한 인식도 당부했다. 정부에서 지원한 인턴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 곳도 몇 개관이 있었기 때문이다.
“많은 미술관들이 인턴십을 봉사 인력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는 크게 잘못된 생각이다. 인턴들을 제대로 된 미술관 전문가로 교육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미술관이 인재를 육성해야 미술계의 미래가 밝아진다. 지원 인력들 또한 넉넉지는 않지만 국민의 혈세로 이루어진 지원금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성실한 근무자세가 절실하다. 이번 포트폴리오 평가에서 20% 정도는 함량 미달의 수준이었다. 미술관 관장들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보며, 2010년도의 지원에는 이러한 실태를 모두 반영해야 한다.”

최 교수는 아울러 평가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평가는 잘잘못을 가리자는 정도의 차원이 아니다. 현재 지원되고 있는 학예사, 인턴, 아웃리치 등의 인력지원과 기금지원 등 다양한 지원 대상 미술관의 우수성 여부를 명확히 가리고 이를 통해 개선과제를 실천해 나가자는 것이다. 때로는 야속하게 느낄 미술관도 있겠지만 이는 ‘평가의 중요성’이라는 대의(大義) 차원에서 그 진정성을 찾아야 한다. 규모가 있는 미술관들도 자만하지 않고 미술관 설립 당시의 초심(初心)으로 돌아가 내실을 기했으면 한다.”

잘한 곳은 칭찬하고 못한 곳은 격려하는 일에 보람
누가 알아주는 일도 아니고, 발품을 팔아야 하는 외롭고 힘든 일이지만 최 교수의 뜨거운 열정은 맹추위도 녹일 태세다.
“외롭기로 작정했다. 한 나라의 문화가 제대로 뿌리 내리려면 미술관과 박물관이 등불과 마당이 돼야 한다. 어느 나라나 다 그렇게 하고 있다.”
기쁨도 크다. 전국의 미술관들을 내 집처럼 드나들면서 이제는 밥숟가락이 몇 개인지 알 만큼 친숙해졌다. 무슨 문제가 생기면 도움을 요청하는 미술관이 생겼을 정도다. 기꺼이 발 벗고 나서 도와주면서 행복을 느낀다.

“경기도 같은 경우는 하도 길이 바뀌어 야밤에 운전을 하면서 길을 잃어버리기도 하고, 평가를 마치고 새벽에 돌아와 파김치가 된 적도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러나 이런 평가를 거친 후 확연히 달라진 미술관들은 이미 2009년 평가결과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포트폴리오 평가에서 몇 개관은 그간의 피곤이 다 가실만큼 성실한 자세로 연구한 성과물을 제출하여 표창까지 받게 되었다. 잘 한 곳은 칭찬하고 잘 못하는 곳은 더 잘할 수 있도록 감시하고 독려하는 일에 보람을 느낀다.”

노준의 협회 회장(토탈미술관 관장)과 이명옥 부회장(사비나미술관 관장)을 비롯해 협회 임원들의 각오도 대단하다. 2010년에 사립미술관을 다시 탄생시킨다는 각오다. 그래서 최 교수도 세심한 현장분석과 자료평가를 통해 운영성과가 우수한 미술관들은 미술관과 인력, 두 분야로 나눠 시상도 할 계획이다.

최 교수는 사립미술관 관장들에 대해 무한한 존경심을 가지고 있다. 평생 남을 위해 자신의 것을 퍼주는 사람이 바로 사립미술관 관장이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신문명의 고갈을 조금이라도 늦춰주는 역할을 하는 게 예술이다. 그런 의미에서 사립미술관 관장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5년간 ‘올인’해온 뮤지엄 관련 책 출간을 앞두고 마무리 작업에 바쁜 중에도 또다시 길 떠날 채비를 하는 최 교수다.
“그동안은 내가 미술관에 무수히 말을 걸었지만 이제는 미술관이 내게 말을 거는 그런 단계 쯤이라고 할까? 불나비처럼 자신을 불태워 미술관을 운영하는 미술관인들, 모든 분들을 존경한다. 외로운 길이지만 그분들과 끝까지 함께 할 것이다.”


출처

한국사립미술관협회
글ㆍ사진=김효원 객원기자(프리랜서, 본명 김영숙) hwk@artmuseums.kr
2010. 1. 25 ©Art Mus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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