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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제목

[예술경영지원센터 칼럼] “미술관에서는 이런 것도 한답니다”

작성자
대산미술관
작성일
2010.05.07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1807
내용
이번 예술경영지원센터 칼럼에 저희 대산미술관 허지현씨가 올린 수기입니다.
자세한 사항은 http://www.gokams.or.kr/webzine/main.asp?sub_num=48&pageNo=1&state=view&idx=477 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미술관에서는 이런 것도 한답니다”
[칼럼] 농촌지역 사립미술관 근무 수기


학교를 졸업하고, 우연히 미술관에 근무를 하게 되어 어느덧 3년 차에 접어들었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미술관은 경남의 창원, 창원에서도 25번 국도에 자리 잡은, 밀양과 김해 사이의 작은 농촌마을에 자리한 대산미술관이다. 미술관에 근무하기 전 전시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터라 미술관의 역할과 운영에 대해서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직접 몸으로 부딪히면서, 하나의 문화공간이 자리 잡고 활동하는 데 많은 관심과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농촌에 위치한 미술관은 도심에 위치한 미술관들을 목표로 열심히 해서는 안(!) 된다. 우리 미술관의 취지와 목표, 지리적인 특성을 고려해서 새로운 가치를 인식하고, 지속적으로 개발, 실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Chapter 1. 미술관+자연

미술관의 기능이 다양하게 확장되고 있지만 이곳처럼 농촌에 위치한 미술관에서는 도심의 팍팍했던 삶을 조금이나마 씻겨줄 수 있는 삶의 안식처와 같은 공간도 중요한 기능이 될 수 있다. ‘자연’은 우리 미술관에게 큰 선물이다. 나 역시 3년째 한시간 넘게 마을버스를 타고 미술관에 출퇴근하고 있다. 내가 만약 한 시간 소요되는 도심을 통과하며 출퇴근을 했더라면 과연 지금까지 이곳에 다니고 있을까? 자신이 없다. 지금 나에게 마을버스에서의 한 시간은 차창 밖으로 바라다 보이는 자연의 사계절을 감상하며, 성실하게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를 되돌아 볼 수 있게 해주는 시간이 되기 때문이다.


Chapter 2. 미술관+사람

미술관에 출근하기 시작하던 해, 오후 3시가 되면 동네 사는 초등학교 2학년 승희가 미술관에 놀러왔다. 승희에게 코코아도 타주고 그림도 그려주고 디지털카메라 찍는 법도 가르쳐주며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 승희 부모님께서는 맞벌이를 하신다. 그리고 동네 가까이에는 친구가 없어서 친구집에라도 놀러갈라치면 버스를 타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매일 학교를 마치고 놀러오곤 했던 것이었다. 승희는 내가 퇴근할 때까지 미술관에 있다가 항상 날 배웅해주곤 했다. 어느 날 승희가 나와 헤어질 때면 엄마랑 헤어지는 듯한 이상한 기분이 든다고 말한 적이 있다. 농촌의 많은 어린이들이 승희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한창 뛰어 놀고, 친구들과 어울려서 놀아야 하는 시기인데 친구들이 많이 없어서 외로움을 느끼고 작은 관심에도 마치 엄마처럼 느끼고 좋아하는 것이다. 우리의 미술관은 이러한 어린이들이 외롭지 않도록 시대에 맞는, 그리고 지역에 맞는 역할을 해나가야 할 것 같다.

우리 미술관에서는 매주 토요일 교육프로그램을 실시하는데 그날은 미술관의 자동차가 풀가동 된다. 농촌지역에는 인구가 밀집되어 있지 않아 미술관에 가고 싶어도 발이 묶인 아이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모인 아이들은 아지트에 모인 것 마냥 기뻐한다. 이렇게 자라난 어린이들에게 훗날 미술관은 아름다운 추억을 떠올리는 그리운 장소가 될 것이다.


Chapter 3. 미술관+자연+사람

내가 근무하고 있는 대산미술관은 개관한지 11주년이 되었지만 동네주민들이 주민으로 인정해준 것은 불과 5년 전이라고 한다. 미술관은 문턱 높은 공간이라는 인식 때문이지 않았을까? 그만큼 주민들과의 소통을 위해 관장님의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그 노력의 하나로 우리 미술관에서는 지역작가들을 위한 기획전시를 꾸준히 해 오고 있다. 기획전 오픈식은 동네의 가장 큰 ‘잔치’다. 오픈식 당일 아침에는 이장님의 방송이 온 동네에 울려 퍼진다. 살랑살랑 바람이 불고 알록달록 예쁜 꽃이 피어 있고, 자연의 향내가 물씬 나는 야외전시장에는 동네 주민들이 쉽게 즐길 수 있는 국악, 무용은 기본이고 푸짐한 식사까지 준비된다. 이것이 바로 ‘종합예술의 장’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작년에는 창원지역에 점점 늘어나고 있는 다문화가정을 위한 공연과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해서 많은 관심을 받기도 했다.


가끔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미술관에서 그런 것도 해?”라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나는 미술관이라면 누구나 쉽게 접하며 즐길 수 있고 혜택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술관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서 지역의 실정에 맞는 살아있는 공간, ‘소통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하는 것, 비단 우리 미술관 같은 작은 공간만의 목표는 아닐 것이다.

-대산미술관 허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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