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화마을 하면 사람들은 단연 통영시 '동피랑 벽화마을'을 떠올린다. 국내 1호 벽화마을이자 많은 기사와 블로그를 통해서도 그 명성이 자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유명세 덕분에 주말이라도 되면 이곳은 관광객들로 인산인해가 돼버린다.

이런 복잡함이 싫다면 한적함 가운데 벽화를 감상할 수 있는 곳은 어떨까? 길 따라 산책하는 듯 벽화를 감상할 수 있는 바로 경상남도 창원 의창구 대산면 '유등리 벽화마을'로 말이다.

▲ 고즈넉한 농촌, 유등리 벽화마을에 그려진 벽화 곁으로 경운기가 지나가고 있다.

유등리 벽화마을은 한마디로 정의하면 '고즈넉한 농촌마을'이다. 고요함 속에서 마을을 거닐 수 있고 길옆으로 광활하게 펼쳐진 논밭의 풍경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끔 적막을 깨는 경운기의 '탈탈~' 소리는 시골의 정겨운 애교(?)로 생각하면 된다.

벽화는 지난 2010년 12월 소박한 농촌을 문화예술마을로 변화시키고자 그려졌다. 여기에 2013년 9월 창원시의 으뜸마을 만들기 사업이 진행되면서 벽화 그리기가 본격적으로 추진, 지금에 이르게 됐다.

▲ 유등리 벽화마을에 그려져 있는 벽화들.

결과적으로 마을 어르신들의 쉼터 앞에서 유등마을 노인복지회관으로 이어지는 담장 400m 구간에 아름다운 벽화가 조성됐다. 과거 낡은 마을 담벼락이 유명 작가들의 손길을 거쳐 예쁜 색의 옷을 입은 것이다.

벽화는 마을의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 생활상은 물론 인근 낙동강 포구와 낙동강변 자전거길을 표현하고 있다. 마을 주민 정복례(65)씨는 "벽화가 그려지면서 마을이 정말 예뻐졌어요. 길 따라 끊임없이 다양한 벽화들이 있으니 예쁘게 찍어서 많이 알려주세요"라고 말했다.

▲ 황화 코스모스가 조화를 이뤄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는 유등리 벽화마을의 벽화.

마을 벽화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알고 싶다면 '대산미술관' 방문을 추천한다. 지난 1999년 1월 조성된 대산미술관은 80명 규모의 전시실 2개와 디자인실, 조형실, 야외 전시실로 꾸며진 공간이다. 특히 미술관은 벽화마을을 꾸미는데 유명 작가들을 초빙하는 등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미술관에서는 토요문화학교와 거꾸로 보는 미술관 등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운영 중인데 마을 벽화를 직접 그려보는 프로그램도 있다. 미술관 입장료는 1천원이다. 하지만 돈이 없다면 '외상'으로 관람할 수 있다.

▲ 유등리 벽화마을의 중심적인 역활을 수행한 대산미술관의 모습.

대산미술관 김철수 관장은 "인생의 롤 모델이었던 형님이 예술가였는데 돌아가셨어요. 그때 형님을 이어 예술에 한 몸을 바치겠다고 다짐했습니다"라며 "그 시작으로 평범한 농촌을 벽화마을로 탈바꿈시켜 지역주민들과 아이들에게 문화적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외에 마을을 거닐다 보면 자전거를 탄 사람들과 낙동강 자전거길 표기를 쉽게 볼 수 있다. 마을이 낙동강 국토종주 자전거길(북면 외산리↔ 대산면 유등리, 17.6㎞)에 속해 있기 때문으로 길 따라 자전거를 타고 마을의 벽화를 감상해 볼 수 있다.

▲ 유등리 벽화마을은 낙동강 자전거길에 속해 있어 자전거를 타고 마을의 벽화를 감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