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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대산미술관 개관 10년의 발자취를 (2009년 축사에서 발췌)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3.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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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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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1920
내용

사방 어디를 돌아보아도 짙푸른 신록이 눈부심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순간의 시간을 타고 오르는 광대의 줄타기처럼, 매 시간, 하루 이틀 해가 바뀌고 그렇게 10년의 역사를 가진 대산미술관의 개관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저의 친형인 김철수 관장님이 추진하여 현재에 이른 대산미술관의 발자취를 돌아보고자 합니다.

 

미술관을 개관하던 첫해 1999년 7월, ‘교회 중고등부학생 하계수련회’가 대산미술관 에서 열렸습니다. '교회 연합수련회'로 학생과 교사, 교역자 80여명이 미술관 작품을 감상하고 성경을 가르치며 기도하는 장소로 이용했는데, 그 당시 태풍이 불고 폭우가 쏟아져 엄청난 물난리를 겪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부도로 경매에 붙여진 '라면 수프공장'을 매입하여 미술관으로 개조하였기에 창고를 연상케 하는 열악하고 낡은 건물이었습니다.

 

방수가 되지 않아 천정과 깨어진 벽 틈사이로 빗물이 흘러내렸고 바닥에서는 습기까지 차올랐습니다. 대산미술관은 그처럼 낡고 초라한 상태에서 출발하였던 것입니다. 수련회 기간 내내 비가 오고 바람이 불어서 미술관 밖에 설치한 텐트들을 전시관 내부로 옮기는 소동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좁은 전시관은 빗물에 젖은 텐트들로 진풍경을 이루었고 목사님들과 주일학교 선생님들은 미술관이 아름답게 건축되고 발전하기를 기도해주셨습니다. 그 기도의 힘을 바탕으로 이젠 그 일들을 옛 이야기처럼 말할 수 있게 되었으니 감회가 새롭기만 합니다.

 

김철수 관장님은 어려서부터 재능이 참 많았습니다. 타고난 음색으로 청년시절 잠시 라디오 방송국 성우로 활동했고, 붓글씨와 작문에도 탁월하여 서예가나 문필가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또한 막힘없는 달변과 리더십으로 정치가가 되어도 손색이 없을 듯 했습니다. 학창시절은 초등학교 때부터 성적이 우수하여 내내 우등상을 탔기에, 성적이 시원치 않은 제게는 선망의 대상이기도 했습니다. 또한 사업수완도 뛰어나서 약관 20세에 서울 동대문과 청계천 등지에서 독창적인 상업디자인을 개발하여 수익을 얻었고, 영업사원을 모집하여 디자인마케팅을 개시하는 등, 사업가로서의 재능도 특출했습니다.

 

그런데 대구 예술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돈과 명예를 함께 얻을 수 있는 길이 있었음에도 미술 분야를 선택하여 '오직 이 한 길'만을 고집하며 걸어왔다는 것은, 순수 예술 경영인으로서의 열정을 가진 사람이라고 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수입은 없고 지출만 있는 무료미술관 경영에는 정신적 , 경제적 고충 또한 열거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난한 예술가의 길을 선택한 것은 ‘큰 형님의 유지를 받들겠다’ 는 깊은 뜻과 함께, ‘미술을 사랑하는’ 미술만이 하나님이 주신 가장 큰 은사요 보람과 가치이며 천직이라 판단했기 때문이고, 삶의 가치를 재물에 두지 않고 ‘예술’에 두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로 개관 10주년을 맞이하게 된 것은 무엇보다 하나님의 넓고 깊은 은혜입니다. 개인적인 욕심만 생각했다면 미술이 아닌 다른 길을 선택했을 텐데, 가치관을 ‘하나님이 주신 은사’에 두었기에 보람과 행복을 느낄 수 있었고 ‘미술밖에 없다’는 걸 깨닫고 사재를 처분하여 대산미술관을 설립한 것입니다. 그 당시, 도시에서 농촌으로 생활터전을 이전하여 교통편이 열악하였기에 자녀들의 교육과 미술관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지역주민들과의 마찰로 인해 심적 고통과 눈물겨운 시련도 많았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대산 미술관은 일체 사비로 운영해왔기에 전시관을 관리하고 보수하는 비용 등, 만만찮은 경비로 어려움을 많이 겪어온 게 사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하나님은 남명건설 이병렬회장을 비롯한 (주)현대 단조 마평수 회장과 같은, 진정 미술을 사랑하는 순수후원자 분들과의 인연을 맺어주셨고. 또한 수많은 선후배 미술관계자 분들의 성원과 미술작품을 구경하고자 원근각처에서 방문해주셨던 ‘미술매니아’ 한 분 한 분의 뜨거운 관심과 사랑이 어우러져서 오늘까지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해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농촌마을에 세워진 미술관이 이제는 대산의 아늑한 명소가 되었습니다. 또한 해마다 열리는 음악과 무용 등 다채로운 행사로, 이젠 미술작품전시회뿐 아니라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종합문화예술 공간으로 발전하게된 것입니다. 그것은 김철수 관장님과 그의 가족들의 ‘희생과 섬김’의 봉사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고, 이런 연고로 많은 분들이 김철수 관장님과 미술관을 사랑하고 성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나온 10년 동안 알게 모르게 흘렸던 눈물은 “마음의 고통은 자기가 알고 마음의 즐거움도 타인이 참여하지 못 한다”는 솔로몬의 잠언처럼(잠언14:10), 하나님과 김철수 관장님과 그의 가족만이 아는 일이기에 하나님께서 친히 보상해주시리라 믿습니다.

 

앞으로 더욱 더 발전하고 설립취지에 어긋나지 않는 ‘참되고 순수한 미술관’으로써 성장해 나가기를 바라며, 하나님의 축복 속에 이전보다 더 많은 사람들로 성황을 이루는 대한민국의 문화예술 명소가 되기를 간절히 축원하는 바입니다.

 

개관 1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덕양 교회 담임목사, 예수교 장로회 목회연수회장 김철웅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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