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전시소식
'유리'는 겉과 속이 똑같다. 겉만 봐도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훤히 다 보인다. 자기를 그럴듯하게 포장하지 않는지 그대로 보여준다.
'혜경'은 20살 때 교통사고를 당한 후, 마음의 문을 닫았다. 3년 동안 병원과 집만 오갔고, 뒤늦게 학교로 복학을 했다. 자기를 안쓰럽게 보고 아픈 사람 취급하는 것이 싫어 교통사고를 감췄다.
혜경이 유리를 만난 것은 20대 중반. 아픔과 상처로 마음의 문을 굳게 닫았던 혜경은 유리를 알게 되면서 마음을 열었고 새로운 희망을 찾게 된다.
정혜경(32) 씨는 유리공예가다. 경남대 디자인학부를 졸업하고 국민대 디자인대학원(유리조형디자인)을 나왔다. 현재 창동예술촌 입주 작가다.
유리공예가 정혜경 작가가 자신의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20살이면 한창 꽃다울 나이잖아요. MT도 가고 싶고, 미팅도 하고 싶고…. 모든 걸 정지시킨 교통사고가 싫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유리를 만나게 된 연결고리가 바로 교통사고였어요."
정 씨는 원래 실내디자인을 하고 싶었다. "복학하니까, 유리공예가 개설됐더라고요. 유리를 자유자재로 자르고, 색도 넣고 가공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습니다."(웃음)
유리공예가는 1000도가 넘는 용광로에서 막 나온 유리를 파이프로 불거나, 토치(절단이나 용접에 사용하는 버너)로 유리조각을 녹이고, 판유리나 유리봉을 가열해 서로 녹여 붙이는 등의 작업을 한다. 재료는 100% 직수입이다.
"재밌고 예쁘죠. 하지만, 실질적으로 작업하는 것은 힘들어요."
완성된 작품을 보면 '우와'라는 탄성이 나올 정도로 예쁘지만, 푹푹 찌는 여름에도 1000도가 넘는 열과 씨름을 하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불에 덴 붉은 상처는 '애교'에 불과하다.
정 씨의 첫 작품은 '눈물' 시리즈다. "대학원 교수님과 작품 콘셉트를 이야기하면서 많이 울었습니다. 꺼내기 싫은 이야기인데, 작품으로 풀어나가려고 하니까 힘들더라고요."(웃음)
처음엔 직접적으로 표현했다. 이를테면 단순한 눈물 모양, 고개를 숙인 여자, 눈물을 뚝뚝 흘린 여자, 멍든 장미꽃…. 조금씩 마음을 열면서 오래 앓아온 마음의 상처는 아물어갔고, 표현력은 섬세하고 생동감 있게 변해갔다.
"경쾌하고 밝은, 반복적인 느낌이 드는 '선(Drawing & Line)' 작업 등을 보면 알록달록한 색이 더해지고 표현이 자유스러워요. 최근에 작업한 '지나간 기억'은 3월의 싱그러움을 의미하는 녹색을 넣었습니다."
작가라면 왜 전시를 열고 싶어하는지 이제는 알 것 같다는 유리공예가 정혜경.
"전시회에 온 관람객이 작품을 보고 '마음에 들어요', '힘내세요. 작가님'이라고 말해주면 좋겠어요.(웃음) 누구에게나 슬픔은 있잖아요. 과거엔 저를 위해 작품을 만들었다면 이제는 관람객과 소통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경남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유리공예. 많은 사람이 보고 즐거워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정 씨는 오는 14일부터 17일까지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DIY핸드메이드 박람회'에 참여한다.
경남도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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