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전시소식
2014 창원조각비엔날레 가 보니, 돝섬-문신미술관-창동예술촌 등 전시장간 거리 멀어 접근성 불편
숨바꼭질이었다.
지난 3일 '2014 창원조각비엔날레'가 열리고 있는 돝섬과 마산 중앙부두, 마산합포구 원도심 일대(부림시장, 창동, 서성동)를 둘러봤다. 도대체 작품이 어디에 있는 건지, 누구에게 설명을 들어야 하는지 물음이 떠나질 않았다.
9월 25일 시작된 창원조각비엔날레의 관람객 배려가 낙제점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돝섬에서만 열렸던 2012 창원조각비엔날레와 차별화한다며 마산합포구 원도심까지 전시 무대를 넓혔지만 접근성은 떨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창원조각비엔날레 측은 돝섬-마산 중앙부두-창원시립문신미술관-서성동-부림시장-창동예술촌 순으로 관람하라고 권하고 있다. 구석구석에 놓인 작품을 찾는 재미를 느껴보라고 말한다.
마산 중앙부두에서 관람객이 작품을 보고 있다. 지난 3일 연휴였지만 관람객은 많지 않았다. /이미지 기자
권유정 코디네이터는 "올해 창원조각비엔날레는 단순한 조형물에서 벗어나 건축과 조경, 설치, 미디어아트까지 영역을 확대했다. 또 지역을 돌아보는 데 중점을 뒀다. 관람객이 마산 원도심을 찬찬히 들여다보다 작품을 만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관람객에게 제공된 지도 한 장으로는 어림없다. 작품 안내 표지판을 찾기도 어렵다.
교통편도 관람객이 알아서 마련해야 한다. 셔틀버스 등은 지원되지 않는다. 돝섬, 문신미술관 같은 곳은 시내버스를 타고 가기 어려운 지역이기도 하다.
비엔날레 코디네이터들은 도보가 가장 좋다고 말한다. 돝섬에서 시작해 창동까지 관람을 마치면 5시간 정도 걸린다.
용케 작품을 찾았다고 해보자. 작품 취지와 작가 의도 등이 궁금한데 물어볼 곳이 마땅치 않다.
비엔날레에는 도슨트(해설사)가 10여 명 배치되어 있다. 이들이 교대로 근무하는 시스템이다.
돝섬 같은 경우 도슨트 1명이 작품 6점을 모두 설명한다. 설치 작품이 서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도슨트가 있는 경우가 많지 않다. 운이 좋아야 도슨트를 만나는 셈이다.
창동예술촌 '시장불'을 보는 관람객. /이미지 기자
서성동과 창동예술촌도 도슨트 수가 부족해 보인다. 비엔날레의 주제가 잘 드러나는 곳이지만 전시장이 지하, 버려진 건물 등 곳곳에 자리 잡은 탓에 도슨트를 보기 쉽지 않았다. 하루 20여 명이 투입되는 자원봉사자만 눈에 띄었다.
6일 창원시는 부랴부랴 안내표지판을 추가로 제작해 창동예술촌 내에 부착했다. 주최 측이 만든 전시장 안내판 밑에 작가 이름을 추가로 넣기도 했다.
시 관계자는 "작품이 도심 속에 숨은 탓에 큰 호응이 없다. 효과를 높이는 방법을 고민하는 중"이라면서 "조만간 열릴 마산가고파국화축제와 연계해 홍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비엔날레추진위원회가 2년마다 꾸려지니 아쉬운 점이 많다. 부산처럼 상설화된 기구가 아닌 탓이 큰 것 같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마산 중앙부두 작품을 감상 중인 관람객. /이미지 기자
한 도슨트는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를 건 느낌이다. 콘텐츠는 신선하고 지역에서 보기 어려운 전시지만 많은 사람이 모르고 있다. 답답하다"고 전했다.
창원조각비엔날레 측은 예산 부족을 호소하기도 했다. 한 관계자는 "16억 원이라는 예산은 많은 게 아니다. 이 정도 규모면 50억 원은 있어야 한다. 예술감독과 큐레이터, 코디네이터 3명이 작가 40여 명, 작품 40여 개를 관리하고 있다. 거기다 도슨트와 자원봉사자까지 지도해야 하는데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방치되는 관람객. 부실한 홍보와 작품 관리. 빡빡한 인력 운용. 오는 11월 9일 폐막 전까지 풀어야 할 숙제가 쌓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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