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마산 출신 조각가 문신 작품 ‘위작’ 논란

마산 출신 조각가 문신 작품 ‘위작’ 논란

최성숙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명예관장 “위작으로 문신선생 명예 훼손”
미술품 경매업체에 1억 손배소…부산 개인갤러리엔 5억 손배소·사기 고소

마산 출신의 세계적인 조각가 문신(1923~1995·사진)의 작품이 위작 논란에 휩싸였다. 천경자, 이우환 등 회화 작품에서 잇따라 불거진 위작 논란이 조각 작품으로까지 번지면서 국내 미술계의 위작 논란은 더욱 가열되고 있다.

문신 조각가의 부인 최성숙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명예관장은 “위작으로 문신 선생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서울지역 미술품 경매 업체에 1억원을 손해배상하라는 민사소송을 최근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해당 업체는 국내의 내로라하는 미술품 경매업체다.

소송을 담당하고 있는 법무법인 코러스 정미영 변호사에 따르면, 서울의 미술품 경매업체는 지난달 29일 열릴 예정이던 경매를 앞두고 문신의 조각작품 2점을 도록과 인터넷, 프리뷰 전시를 통해 홍보했다. 하지만 최 관장이 2점 중 1점에 대해 위작이니 경매를 취소하라는 뜻을 전달했고, 결국 해당 작품은 경매에 오르지 않았다.

위작 의혹을 받은 작품은 흑단으로 만든 조각이다. 최 관장 측은 해당 작품은 실제로 제작된 적이 없는 작품이며 문신의 작품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정 변호사는 “최 명예관장이 문신 선생의 작품 목록을 일일이 대조해 본 결과 해당 작품은 목록에 없었다”며 “해당 업체는 도록, 인터넷, 프리뷰에서 위작을 문신 선생의 작품인 것처럼 홍보하고 작품에 대해 오감정을 했다. 위작을 경매에 올리려고 했던 점 자체가 문신 선생에 대한 명예를 실추 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매 업체는 다른 입장을 내놓았다. 최 명예관장의 뜻을 받아들여 경매를 취소했고,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는데 손해배상 소송이 제기돼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또 해당 작품은 진품이라고 주장했다.

업체 관계자는 “감정위원들이 1, 2차에 걸쳐 진품 여부를 검수했다”며 “유족으로부터 위작 논란이 제기돼 감정위원들이 다시 한번 감정을 했지만, 진품으로 감정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최 관장 측에서 위작 의혹을 제기해 경매 1주일 전 부산과 서울에서 열린 프리뷰 전시에는 작품을 아예 전시하지 않았다. 프리뷰 때 작품을 홍보했다는 점은 사실이 아니다”며 “책자로 만들어진 도록에 작품이 실린 것은 사실이지만, 도록은 프리뷰 전시 전에 제작됐고 인터넷에서는 바로 작품을 내렸다. 최 관장 측은 해당 작품을 실제로 본 적이 없고 도록으로만 보고 의혹을 제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업체는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 내부적으로 입장을 정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명예관장은 또한 부산의 개인 갤러리 1곳에는 5억 원을 손해배상하라는 소송을 부산지법에 제기했다. 최 관장은 이 개인 갤러리의 경우 소송과 별도로 사기혐의로 형사고소도 했다.

해당 갤러리는 인터넷 미술품 거래 카페에 ‘위작’ 10여 점을 판매한다는 글을 올렸다가 소송을 당했다. 정 변호사는 “업체가 진품이 아니라는 점을 명시하고 작품을 대량으로 판매하려 했다”며 “해당 갤러리에 판매 중지를 요청했으나 갤러리 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각가 문신은 프랑스 파리를 중심으로 활동했으며, 추상조각의 거장으로 평가 받는다. 주로 흑단과 브론즈를 사용해 작품을 제작했다. 귀국 후 1994년 고향인 마산에 문신미술관을 세웠으며, 그가 작고한 뒤 부인인 최성숙 명예관장이 작품에 대한 모든 권리를 상속 받았다.

 

김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