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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조형의 미학

작성자
서상림
작성일
2010.02.02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1647
내용
조형의 미학- 한기경(마산 양덕초 교장)

나의 사무실 탁자 위에는 ‘야생초 돌거북이’란 화분이 하나 있다. 업무차 처음으로 방문하는 대부분 사람들은 나보다 먼저 그곳에 눈길을 주고 ‘참 예쁘네요, 거북이 닮았네요’ 하면서 첫 만남의 어색한 분위기를 전환시켜 주곤 하는 것이다.
나의 사무실 공간이 너무 허전하다고 하면서 본교 선생님께서 집에서 정성껏 기르던 야생초를 선물로 주셨다. 진객으로 들어 온 이름도 모르는 야생초였지만 주신 분의 성의에 보답하기 위해서 정성껏 물도 주면서 보살폈다. 야생초 전문가에게 이름을 물었더니 ‘도라이’라고 하였는데, 한동안 나의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해 주었다. 이상하게도 시간이 흐를수록 그 야생초의 모양이 무덤처럼 느껴지고, 그런 연유로 좋지 않은 생각들이 문득문득 들어서 바라보는 것조차 별로 유쾌하지 못했다. 때로는 좋지 않은 일들이 생기면 ‘저것 때문에 그런가?’ 하는 의아심도 가졌다.

그러던 어느 한가한 오후에 그 야생초를 바라보다가 ‘그 어떤 변화를 주면 어떨까?’ 하는 한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조약돌이 까맣게 뿌려진 화단 길 통로에서 한참 동안 헤맨 끝에 내가 생각했던 꼭 거북 머리 모양의 깜찍한 조약돌 한 개를 발견하고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였다. 내 생각을 닮을 수 있는 묘한 모양의 돌이었다. 들뜬 마음으로 급히 야생초 곁으로 돌아와서는 봉분 모양 옆 넓적 바위 한쪽 끝 부분 거북의 머리가 될 만한 곳에 놓았더니, 늘 무덤을 연상시키던 모습은 사라지고, 초록색 등과 까만 머리를 가진 한 마리 거북이 탄생되었다. 그 거북은 긴 잠에서 깨어나 금방이라도 어디론가 기어 갈 것만 같았다. 새까만 돌 한 개 주워서 얹어 놓았을 뿐인데 새 생명이 창조되고, 조금 전의 음침하고 정적인 분위기가 동적인 환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하잘것없는 작은 조약돌 하나가 만든 생명의 창조. 우리들 곁에는 하잘것없이 보이는 많은 것들도 제 자리를 찾아 주고, 그 교육환경의 적절한 조화를 배치한다면 돌 거북처럼 생명을 주기도 하고, 별처럼 아름답게 빛나기도 할 것이다. 나는 언제나 선생님들에게 지금은 저렇게 연약해 보이는 저 어린 제자들이지만 사랑과 진실, 그리고 내실 있는 명품 교육으로 제자리로 찾아 가는 길을 가르쳐 주기를 당부한다.

한기경(마산 양덕초 교장)

출처:경남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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