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급여로 희망 찾은 40대 男, 고용센터에 400만원 익명 기부

실업급여로 희망 찾은 40대 男, 고용센터에 400만원 익명 기부 “나처럼 어려운 사람 도와주세요”

-대전일보-

지난 1월 28일 오후 6시쯤 대전지방노동청 대전종합고용지원센터로 40대로 보이는 한 남성이 차가운 바깥바람을 헤치고 센터 안으로 들어왔다. 실업급여 담당 창구로 다가간 그는 품안에서 무언가를 꺼내 직원에게 건냈다.

그가 직원에게 건넨 것은 묵직한 돈 뭉치. 그는 “2006년 겨울, 실업급여 덕분에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 이젠 은혜를 갚고싶다”며 돈 뭉치를 놓고 홀연히 사라졌다.

3년 전 실업급여 혜택을 받은 대전의 한 40대 남성이 대전고용지원센터에 어려운 이들을 위해 써달라며 뭉칫돈을 놓고 간 사연이 뒤늦게 알려졌다.

3일 대전지방노동청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40대 가장이 고용지원센터에 찾아와 “2006년 말, 직장을 잃고 방황할 때 실업급여 때문에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며 불우이웃을 위한 성금으로 400만원을 두고 자리를 떠났다.

이에 센터는 기부자를 수소문해 이름과 연락처를 알아냈고, 본인의 의사를 재차 확인했다. 대전의 40대 가장 강모 씨로 밝혀진 그는 “실업급여의 도움을 받아 중장비 운전기사로 거듭날 수 있었다”며 “자신처럼 어려움에 처해있는 사람들을 돕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다”고 기부 의사를 밝혔다.

이에 고용지원센터는 고심 끝에 강 씨가 맡긴 돈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했다.

대전고용지원센터 박종필 소장은 “현재 강 씨의 생활도 그리 넉넉하지 않은듯해 되돌려 주려 했지만 기부 의사가 너무 확고했다”며 “강씨의 선행에 박수를 보내며, 아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분들이 재기에 성공할 수 있도록 노동청 직원들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천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