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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박물관은살아있다]①국립김해박물관
용광로에 들어앉은 철의 왕국 가야
-경남도민일보-
김해박물관은 가야의 박물관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박물관 전시장 대부분이 가야의 것으로 채워져 있으니 말이다.
굵은 세 개의 기둥과 둥근 원형 돔을 닮은 건물은 철의 왕국 가야의 용광로를 상징한다. 박물관을 뒤덮고 있는 검은 벽돌 역시 철광석과 숯을 이미지화한 것으로 화려하게 피었던 가야의 철기 문화를 보여주기 위한 박물관임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박물관 1·2층 전시실은 1층 통사 전시실, 2층 테마 전시실로 나눠진다. 통사 전시실은 말 그대로 전시 유물을 시간 순서대로 쭉 늘어뜨려 놓은 것을 말하고 테마 전시실은 주제를 가지고 주제에 맞게 연관성 있는 유물들을 모아두었다. 1층을 먼저 보든 2층을 먼저 보든 관람자의 선택에 따라 달라지지만 그래도 역사의 전체 흐름을 알고 테마별로 보는 것이 더 재미있을 듯하다.
최근 전시 안내문을 보면 요즘 박물관의 전시 흐름을 읽을 수가 있는데 예전에는 박물관의 교육적 기능이 강조되어 유물 옆에 구구절절한 설명이 가득했다면 요즘은 유물의 이름만이 간결하게 붙어 있다. 관람객의 상상력을 제한하지 않고 열어둔다는 의미인데 이름 속에서 옛 조상들이 어떤 물건을 어떻게 썼을까 상상하며 전시실 내를 걷는 재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김해박물관을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게 거닐 수 있을까. 우리도 테마를 가지고 박물관을 한 번 둘러보자.
◇철의 왕국? 토기의 왕국? = 김해박물관에서 압도적으로 많은 유물을 꼽으라면 바로 토기에 있을 것이다. 토기. 흙으로 빚은 그릇. 흘러가듯 보면 토기 속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지만 토기를 사용한 것이 바로 인류의 가장 큰 화학적 변화로 꼽힌다. 토기에 음식물을 넣고 끓이게 됨으로써 인류가 거주할 수 있는 영역이 확대되었다.
토기 속에 담긴 그런 의미 말고도 토기의 변화만을 유심히 살펴도 우리의 삶이 어떻게 변화하고 발달해 왔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우선 무늬로 토기를 관찰해볼 수 있다. 민무늬토기에서부터 국사 시간에 수없이 외웠던 빗살무늬토기, 토기 입구에 띠가 둘러져 있는 덧띠토기 등 빼곡히 메우고 있는 다양한 무늬들을 살펴보노라면 옛 사람들의 미적 감각을 느낄 수 있다. 또 털들이 주뼛주뼛 솟아 있으며 커다란 몸통에 비해 작고 연약하기까지 한 네 발이 달린 돼지가 새겨진 재미있는 토기 조각까지 무늬만을 살펴봐도 되겠다.
그럼 토기의 색깔만을 유념해보는 것은 어떨까. 토기를 빚는 기술이 월등하지 못했던 시절은 토기를 굽는 과정에서 다양하다 못해 얼룩덜룩한 색감을 가진 토기들이 속출했다. 따라서 같은 출토지에서 나온 토기더라도 색상이 하나 같이 개성 있다. 대량 생산에 익숙해진 20세기 사고로 봤을 때는 질이 들쭉날쭉했던 셈이지만 각자 개성을 존중하는 21세기 감성에는 맞는 토기들이다. 구석기, 신석기, 청동기 때만 해도 균질한 색감을 보이지 못했던 토기는 가야 문화가 꽃을 피우던 때가 되면 통일된 색감을 보이기 시작한다. 토기의 색에도 이런 많은 사연이 숨어 있다.
◇가야의 심벌 오리 = 가야의 대표적인 토기 중 하나가 오리모양 토기이다. 제기로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오리모양 토기는 생김도 재미가 있다. 출토 지역에 따라 굽다리가 있는 것이 있고 굽다리가 없이 바로 바닥에 배가 닿는 모양이 있는가 하면 오리답지 않게 발이 네 개 달린 것도 있다.
오리는 가야인들에게는 영혼의 전달자로서 역할을 했다고 한다. 물론 토기의 모양이 진짜 오리인지 아닌지는 논란거리가 되는 것 같다. 머리를 자세히 보면 닭과 같이 벼슬을 이고 있는 것들이 있어 오리인가 싶기도 하지만 동그란 귀여운 눈과 넓적한 부리를 보면 오리가 아니라고 부정하기 힘든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 오리는 토기에만 본떠 만든 것이 아니다. 곳곳에 숨어 있는 가야의 심벌 오리를 찾아보면서 몇 마리의 오리를 찾았는지 세어보는 것도 흥미있는 일이다. 몇 가지 실마리를 준다면 미늘쇠에도, 가야의 철갑옷에도, 솟대에서도 오리가 어김없이 반기고 있을 것이다.
◇기마문화의 흔적 속으로 = 가야를 철의 왕국이라고 하는데 철기문화의 흔적이 어디에 있을까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철기문화가 꽃을 피웠던 가야의 흔적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아마도 갑옷이다. 주로 무덤 부장품에서 발굴된 철갑옷은 위용을 자랑한다. 과연 이 철갑옷을 입고 움직일 수나 있을지 의심스럽기는 하다. 지도자급 무덤에서 출토된 갑옷들은 주로 여러 판들을 덧대어 만들었는데 여러판들을 잇는 방식이 쇠못을 이용한 것도 있고 가죽끈으로 엮어 묶었다는 것도 있다.
특히 김해 퇴래리에서 출토된 갑옷은 그 화려함으로 유명하다. 높이 올라오는 목장식과 고사리무늬가 갑옷의 앞판을 장식하고 있다. 가야의 화려한 철기 문화의 한 페이지를 보는 듯해 쉽게 눈을 뗄 수 없는 강렬함이 있다.
사람만 갑옷을 입었을까. 말도 갑옷을 입었다. 함안 마갑총에서 출토된 마갑의 복제품이 아닌 진품을 김해박물관에서 만날 수 있다. 말의 재갈도 남아 있는 대표 철기 흔적이다.
또 예전 화폐로 사용했던 커다란 덩이쇠 역시 가야가 '철'로 움직인 사회였음을 짐작게 하는 유물이다. 커다란 덩이쇠 하면 화살촉이며 칼 등 몇 가지 철기를 너끈히 만들어 낼 수 있었기 때문에 덩이쇠는 가야의 화폐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크게 모양이 없는 쇳덩어리이지만 요즘으로 치면 지폐 뭉치였던 셈이다.
채지혜 기자 know@idomin.com
용광로에 들어앉은 철의 왕국 가야
-경남도민일보-
김해박물관은 가야의 박물관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박물관 전시장 대부분이 가야의 것으로 채워져 있으니 말이다.
굵은 세 개의 기둥과 둥근 원형 돔을 닮은 건물은 철의 왕국 가야의 용광로를 상징한다. 박물관을 뒤덮고 있는 검은 벽돌 역시 철광석과 숯을 이미지화한 것으로 화려하게 피었던 가야의 철기 문화를 보여주기 위한 박물관임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박물관 1·2층 전시실은 1층 통사 전시실, 2층 테마 전시실로 나눠진다. 통사 전시실은 말 그대로 전시 유물을 시간 순서대로 쭉 늘어뜨려 놓은 것을 말하고 테마 전시실은 주제를 가지고 주제에 맞게 연관성 있는 유물들을 모아두었다. 1층을 먼저 보든 2층을 먼저 보든 관람자의 선택에 따라 달라지지만 그래도 역사의 전체 흐름을 알고 테마별로 보는 것이 더 재미있을 듯하다.
최근 전시 안내문을 보면 요즘 박물관의 전시 흐름을 읽을 수가 있는데 예전에는 박물관의 교육적 기능이 강조되어 유물 옆에 구구절절한 설명이 가득했다면 요즘은 유물의 이름만이 간결하게 붙어 있다. 관람객의 상상력을 제한하지 않고 열어둔다는 의미인데 이름 속에서 옛 조상들이 어떤 물건을 어떻게 썼을까 상상하며 전시실 내를 걷는 재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김해박물관을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게 거닐 수 있을까. 우리도 테마를 가지고 박물관을 한 번 둘러보자.
◇철의 왕국? 토기의 왕국? = 김해박물관에서 압도적으로 많은 유물을 꼽으라면 바로 토기에 있을 것이다. 토기. 흙으로 빚은 그릇. 흘러가듯 보면 토기 속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지만 토기를 사용한 것이 바로 인류의 가장 큰 화학적 변화로 꼽힌다. 토기에 음식물을 넣고 끓이게 됨으로써 인류가 거주할 수 있는 영역이 확대되었다.
토기 속에 담긴 그런 의미 말고도 토기의 변화만을 유심히 살펴도 우리의 삶이 어떻게 변화하고 발달해 왔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우선 무늬로 토기를 관찰해볼 수 있다. 민무늬토기에서부터 국사 시간에 수없이 외웠던 빗살무늬토기, 토기 입구에 띠가 둘러져 있는 덧띠토기 등 빼곡히 메우고 있는 다양한 무늬들을 살펴보노라면 옛 사람들의 미적 감각을 느낄 수 있다. 또 털들이 주뼛주뼛 솟아 있으며 커다란 몸통에 비해 작고 연약하기까지 한 네 발이 달린 돼지가 새겨진 재미있는 토기 조각까지 무늬만을 살펴봐도 되겠다.
그럼 토기의 색깔만을 유념해보는 것은 어떨까. 토기를 빚는 기술이 월등하지 못했던 시절은 토기를 굽는 과정에서 다양하다 못해 얼룩덜룩한 색감을 가진 토기들이 속출했다. 따라서 같은 출토지에서 나온 토기더라도 색상이 하나 같이 개성 있다. 대량 생산에 익숙해진 20세기 사고로 봤을 때는 질이 들쭉날쭉했던 셈이지만 각자 개성을 존중하는 21세기 감성에는 맞는 토기들이다. 구석기, 신석기, 청동기 때만 해도 균질한 색감을 보이지 못했던 토기는 가야 문화가 꽃을 피우던 때가 되면 통일된 색감을 보이기 시작한다. 토기의 색에도 이런 많은 사연이 숨어 있다.
◇가야의 심벌 오리 = 가야의 대표적인 토기 중 하나가 오리모양 토기이다. 제기로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오리모양 토기는 생김도 재미가 있다. 출토 지역에 따라 굽다리가 있는 것이 있고 굽다리가 없이 바로 바닥에 배가 닿는 모양이 있는가 하면 오리답지 않게 발이 네 개 달린 것도 있다.
오리는 가야인들에게는 영혼의 전달자로서 역할을 했다고 한다. 물론 토기의 모양이 진짜 오리인지 아닌지는 논란거리가 되는 것 같다. 머리를 자세히 보면 닭과 같이 벼슬을 이고 있는 것들이 있어 오리인가 싶기도 하지만 동그란 귀여운 눈과 넓적한 부리를 보면 오리가 아니라고 부정하기 힘든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 오리는 토기에만 본떠 만든 것이 아니다. 곳곳에 숨어 있는 가야의 심벌 오리를 찾아보면서 몇 마리의 오리를 찾았는지 세어보는 것도 흥미있는 일이다. 몇 가지 실마리를 준다면 미늘쇠에도, 가야의 철갑옷에도, 솟대에서도 오리가 어김없이 반기고 있을 것이다.
◇기마문화의 흔적 속으로 = 가야를 철의 왕국이라고 하는데 철기문화의 흔적이 어디에 있을까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철기문화가 꽃을 피웠던 가야의 흔적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아마도 갑옷이다. 주로 무덤 부장품에서 발굴된 철갑옷은 위용을 자랑한다. 과연 이 철갑옷을 입고 움직일 수나 있을지 의심스럽기는 하다. 지도자급 무덤에서 출토된 갑옷들은 주로 여러 판들을 덧대어 만들었는데 여러판들을 잇는 방식이 쇠못을 이용한 것도 있고 가죽끈으로 엮어 묶었다는 것도 있다.
특히 김해 퇴래리에서 출토된 갑옷은 그 화려함으로 유명하다. 높이 올라오는 목장식과 고사리무늬가 갑옷의 앞판을 장식하고 있다. 가야의 화려한 철기 문화의 한 페이지를 보는 듯해 쉽게 눈을 뗄 수 없는 강렬함이 있다.
사람만 갑옷을 입었을까. 말도 갑옷을 입었다. 함안 마갑총에서 출토된 마갑의 복제품이 아닌 진품을 김해박물관에서 만날 수 있다. 말의 재갈도 남아 있는 대표 철기 흔적이다.
또 예전 화폐로 사용했던 커다란 덩이쇠 역시 가야가 '철'로 움직인 사회였음을 짐작게 하는 유물이다. 커다란 덩이쇠 하면 화살촉이며 칼 등 몇 가지 철기를 너끈히 만들어 낼 수 있었기 때문에 덩이쇠는 가야의 화폐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크게 모양이 없는 쇳덩어리이지만 요즘으로 치면 지폐 뭉치였던 셈이다.
채지혜 기자 know@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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