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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세나특별법’ 제정을 기다리며- 박은주(경남도립미술관장)
‘문화산업(cultural industry)’은 독일 프랑크푸르트학파의 호르크하이머와 아도르노가 자본주의 사회의 대중문화 발달성향을 비판하기 위해서 사용한 용어이다. 그들은 문화의 철학적·정신적 가치를 퇴보시키는 대중문화를 비판하기 위해 문화산업을 들먹인 것이다. 그들은 문화산업이 문화의 퇴보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경고하며, 그 산업화 방식이 인간의 소외를 유발시킨다고 본 것이다. 그렇지만 문화산업은 심미적 또는 현상 기술적 수준으로만 보아온 대중문화를 ‘상품으로서의 문화생산’ 또는 ‘문화를 통한 마케팅’에 관심 갖게 한다.
자본의 조직단위인 기업은 이윤의 창출과 획득을 목표로 하기에 가시적 효과 없는 투자를 꺼린다. 그래서 전통적 굴뚝산업에서는 ‘은근하고 긴 터널’ 같은 문화예술을 의도적으로 멀리했다. 문화예술은 시대의 보편정서와 공통가치를 지니지만 단기간에 물리적 이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그러나 오늘날은 산업의 기초로서 예술이 주목받고 있으며, 예술은 의식주를 해결해주는 삶의 중요한 토대가 되었다. 특히 문화산업은 세계적으로 가장 성장률이 높은 산업이 되었다. 지난 10년간 전 세계의 문화산업이 연평균 7%가 넘는 성장세를 보인 것이 이를 입증한다.
오늘날의 선진기업은 단기적·가시적 이윤보다는 인류보편의 미덕과 장기간의 부가적 효과를 갖는 문화예술에 주목하고 문화산업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문화예술이 즉각적 이윤을 가져다주지는 않지만 그것을 뛰어넘는 특징과 가치가 있음을 발견한 선진기업들은, 굴뚝산업을 능가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서 문화산업을 수용하고, 유무형의 문화유산 발굴이나 창출을 위해 혈안이다. 굶주린 짐승처럼 이익을 좇아 세계를 쉼 없이 오가야하는 글로벌 기업에게 예술은 새로운 먹이가 아니라 아름다운 동반자이다.
예술과 기업 사이의 틈을 메우기 위한 동반자 결연에서 가장 주목받는 것은 메세나(Mecenat)이다. 이는 로마 아우구스투스 황제 시절의 정치가 마에케나스가 당대 문화예술의 보호자를 자처한 데서 유래한다. 그렇지만 문화예술활동에 기업이 자금이나 시설을 지원하는 현대적 활동은, 1966년 미국 체이스 맨해튼 은행의 데이비드 록펠러 회장이 시작했다. 그는 기업의 사회공헌을 위해 예산 일부를 문화예술 활동에 할당하고자 건의했던 것이다.
미국에서 시작된 메세나는 2007년 25개국에서 32개 메세나협의회로 조직되었다. 우리나라는 1994년 4월 한국기업메세나협의회로 발족해 현재 196개 기업이 ‘1기업 1문화운동’과 문화예술인 후원, 메세나대상 등을 꾸준히 펼치며, 2007년 경남메세나협의회(www.gnmecenat.or.kr)도 창설되어 활발한 지역활동을 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메세나협의회가 629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2008 연차보고서에서는,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이 2007년에 비해 11.5%나 줄어 6년 만에 처음 감소했다고 한다. 경기가 어려우니 문화예술 지원도 당연히 줄여야 한다는 기업들도 없지 않은 것 같다. 그런 기업들은 문화예술을 여가의 일종으로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세계화시대에는 분명 어울리지 않는다.
어쨌거나, 메세나 지원은 여전히 예술가들의 희망이며, 메세나협의회를 통한 기업의 예술지원이 정부의 간접지원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그렇기에 기업들에 대한 세제 혜택 확대로 문화예술계를 향한 기부와 지원의 증대가 필요하다. 2003년 8월 프랑스의회가 통과시킨 ‘메세나와 재단, 협회에 관한 법안’으로 기부가 3배나 늘었다 하지 않는가. 2009년 6월 국회 ‘대중문화&미디어연구회’가 문화예술 투자 진흥을 위한 입법 공청회로 추진한 ‘메세나특별법’의 조속실현을 기업과 예술인들은 고대하고 있다.
박은주(경남도립미술관장)
출처: 2010년 5월 15일 자 경남신문.
‘문화산업(cultural industry)’은 독일 프랑크푸르트학파의 호르크하이머와 아도르노가 자본주의 사회의 대중문화 발달성향을 비판하기 위해서 사용한 용어이다. 그들은 문화의 철학적·정신적 가치를 퇴보시키는 대중문화를 비판하기 위해 문화산업을 들먹인 것이다. 그들은 문화산업이 문화의 퇴보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경고하며, 그 산업화 방식이 인간의 소외를 유발시킨다고 본 것이다. 그렇지만 문화산업은 심미적 또는 현상 기술적 수준으로만 보아온 대중문화를 ‘상품으로서의 문화생산’ 또는 ‘문화를 통한 마케팅’에 관심 갖게 한다.
자본의 조직단위인 기업은 이윤의 창출과 획득을 목표로 하기에 가시적 효과 없는 투자를 꺼린다. 그래서 전통적 굴뚝산업에서는 ‘은근하고 긴 터널’ 같은 문화예술을 의도적으로 멀리했다. 문화예술은 시대의 보편정서와 공통가치를 지니지만 단기간에 물리적 이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그러나 오늘날은 산업의 기초로서 예술이 주목받고 있으며, 예술은 의식주를 해결해주는 삶의 중요한 토대가 되었다. 특히 문화산업은 세계적으로 가장 성장률이 높은 산업이 되었다. 지난 10년간 전 세계의 문화산업이 연평균 7%가 넘는 성장세를 보인 것이 이를 입증한다.
오늘날의 선진기업은 단기적·가시적 이윤보다는 인류보편의 미덕과 장기간의 부가적 효과를 갖는 문화예술에 주목하고 문화산업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문화예술이 즉각적 이윤을 가져다주지는 않지만 그것을 뛰어넘는 특징과 가치가 있음을 발견한 선진기업들은, 굴뚝산업을 능가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서 문화산업을 수용하고, 유무형의 문화유산 발굴이나 창출을 위해 혈안이다. 굶주린 짐승처럼 이익을 좇아 세계를 쉼 없이 오가야하는 글로벌 기업에게 예술은 새로운 먹이가 아니라 아름다운 동반자이다.
예술과 기업 사이의 틈을 메우기 위한 동반자 결연에서 가장 주목받는 것은 메세나(Mecenat)이다. 이는 로마 아우구스투스 황제 시절의 정치가 마에케나스가 당대 문화예술의 보호자를 자처한 데서 유래한다. 그렇지만 문화예술활동에 기업이 자금이나 시설을 지원하는 현대적 활동은, 1966년 미국 체이스 맨해튼 은행의 데이비드 록펠러 회장이 시작했다. 그는 기업의 사회공헌을 위해 예산 일부를 문화예술 활동에 할당하고자 건의했던 것이다.
미국에서 시작된 메세나는 2007년 25개국에서 32개 메세나협의회로 조직되었다. 우리나라는 1994년 4월 한국기업메세나협의회로 발족해 현재 196개 기업이 ‘1기업 1문화운동’과 문화예술인 후원, 메세나대상 등을 꾸준히 펼치며, 2007년 경남메세나협의회(www.gnmecenat.or.kr)도 창설되어 활발한 지역활동을 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메세나협의회가 629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2008 연차보고서에서는,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이 2007년에 비해 11.5%나 줄어 6년 만에 처음 감소했다고 한다. 경기가 어려우니 문화예술 지원도 당연히 줄여야 한다는 기업들도 없지 않은 것 같다. 그런 기업들은 문화예술을 여가의 일종으로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세계화시대에는 분명 어울리지 않는다.
어쨌거나, 메세나 지원은 여전히 예술가들의 희망이며, 메세나협의회를 통한 기업의 예술지원이 정부의 간접지원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그렇기에 기업들에 대한 세제 혜택 확대로 문화예술계를 향한 기부와 지원의 증대가 필요하다. 2003년 8월 프랑스의회가 통과시킨 ‘메세나와 재단, 협회에 관한 법안’으로 기부가 3배나 늘었다 하지 않는가. 2009년 6월 국회 ‘대중문화&미디어연구회’가 문화예술 투자 진흥을 위한 입법 공청회로 추진한 ‘메세나특별법’의 조속실현을 기업과 예술인들은 고대하고 있다.
박은주(경남도립미술관장)
출처: 2010년 5월 15일 자 경남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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