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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람in]폐관하는 남해향토역사관 김용엽 관장

작성자
박주백
작성일
2010.07.24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1491
내용
[사람in]폐관하는 남해향토역사관 김용엽 관장
"역사속으로 사라지는 역사관… 안타까움만 남아"

-경남도민일보-

"향토역사관은 남해인의 아름다움에 대한 열정과 삶이 고스란히 녹아든 결정체다. 자연환경에 순응하고 삶의 아름다움을 추구한 생활철학이 담긴 곳이다. 오랜 시간 숙성돼온 남해의 정신이 담긴 역사관의 폐관에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남해향토역사관이 오는 31일 문을 닫는다. 2001년 3월 제2종 박물관으로 등록한 향토역사관이 10년 세월을 채우지 못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이다.

31일 폐관…유물은 신설 남해유배문학관으로 이전

마지막 남해향토역사관장 김용엽(55) 씨를 만났다. 아쉬움이 그의 얼굴에 역력했다. 김 관장은 2008년 9월부터 2대 관장 노릇을 해왔다. 정의현 초대 관장이 그 해 3월 그만두고 나서 6개월 남짓 공석으로 있던 향토역사관장직을 이어받았다. 등단 시인인 김 관장은 역사에 관심이 많아 관장직을 맡았다. 남해에 향토역사관이 들어선 건 2000년 10월이다. 서면에 있는 남해스포츠파크 한편 4206㎡ 터에 건축 면적 630㎡ 규모의 2층 건물로 지었다. 당시 전국 자치단체에서 박물관 건설에 관심을 둘 때 남해군도 향토역사관을 지었다.

김 관장은 "문화는 지역 경쟁력의 요체이고, 문화의 본연이 창의력이라고 한다면 창의력을 높이는 도량이 역사관이다. 보잘것없는 유물일지라도 조상의 무한한 창의력의 결정체이고 땀의 소산이다. 문화의 요체를 자주 접해야 창의력과 지역과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역사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문화의 보물창고' 임에도 낮은 관심·참여 아쉬워

남해향토역사관의 수준과 운영에 대한 아쉬움도 솔직히 털어놨다. 김 관장은 "접근성이 떨어지는데다 이정표도 제대로 없었다. 유물 구입 비용도 턱없이 적어 유물 확보도 어려웠고, 천편일률적"이라고 말했다. 역사관에 대한 군민의 낮은 관심과 참여에 아쉬워했다. 김 관장은 "지식의 시대에 역사관은 군민과 소통하는 공간이다. 전시·보존 기능 외에도 교육과 연구의 산실로 역사관은 깊이 있는 전문성과 의미 있는 대중성이 필요하다. 문화의 보물창고와 다름없는 역사관을 친근한 이웃집처럼, 자주 찾아가는 명소로 거듭나도록 군민 모두의 관심과 참여가 절실했다"고 말했다.

향토역사관장을 지내면서 보람도 많았다. 김 관장은 "학생들이 조상의 생활상을 보며 감동하는 모습을 지켜보면 아주 흐뭇하다"고 말했다. 김 관장은 "학생들이 옛날 다리미판을 보고 '프라이팬'이라고 논쟁을 벌이고, 새끼 꼬는 도구가 무엇에 쓰는 것인지 궁금해하며 갸우뚱거리는 모습을 보면 절로 웃음이 난다"며 웃었다.

역사관이 문을 닫으면 그동안 전시·보관한 유물은 새로 문을 여는 '남해유배문학관'으로 자리를 옮긴다. 남해지역사의 일부인 유배문학이 향토사라는 남해 전체 역사를 흡수하는 셈이다.

미래를 보고 설계하는 역사관이 다시 태어났으면

김 관장은 "강원도 영월군 등은 다양한 박물관을 지어 지역 명소화하고 발전시켜나가는데 우리는 없애고 있으니, 참…"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 관장은 "박물관이 사라지는 현실을 군민이 가슴 아파했으면 좋겠다"면서 "친화력이 있는 교육의 장으로, 남해지역 역사를 아우르고 미래를 보고 설계하는 문화공간으로 역사관이 다시 태어났으면 한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뿌리가 없으면 줄기와 가지가 있을 수 없고, 뿌리가 튼튼해야 아름다운 열매를 따는 것이 자연의 이치다. 향토사는 해당 지역사회의 뿌리와 같다.

향토역사관은 지역사회의 뿌리를 소중히 하고 튼튼하게 만드는 공간이자 영양제다.

뿌리를 뽑는 우를 범하고 있지 않은지 곰곰이 짚어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범기 기자 kbg@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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