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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년 창원, 명품도시가 되려면- 김용대(문화체육부 부장대우)
-경남신문-
세계적 히트상품인 닌텐도의 게임기 Wii, 애플의 아이폰 등의 개발과 관련해 많은 기업과 연구기관들은 이들 상품을 탄생시키는 데 어떤 요인이 작용했을까를 두고 많은 연구를 했다.
CEO의 탁월한 예지력, 특별한 재능이 있는 인재와 이를 뒷받침하는 투자 등이 복합적으로 이뤄진 결과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러나 여기에 더해 많은 인문학자들은 인간과 세계에 대해 자기성찰을 할 수 있는 문화적 토양이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방선거 때 창원 마산 진해에 특색 있는 개발계획은 많이 나왔다. 사실상 3개 시의 균형발전이 가장 시급한 과제인 것만은 틀림없어 보이고, 시민들 또한 그것을 바란다. 그러나 3개 시의 시민들을 정신적으로 하나로 묶을 수 있는 문화에 대한 정책은 아직 보이질 않는다.
3개 시를 뿌리로부터 하나로 만들고 명품도시로 만드는 것은 다름 아닌 문화에 대한 투자와 행정의 노력이다. 개발을 통한 3개 시의 화학적 통합은 한계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제 갓 통합시가 출범했는데 마산과 진해시민, 이들 지역의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허전함은 상대적으로 큰 것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이는 창원시의 명칭이 승계됐고, 마산시와 진해시의 명칭이 사라지고 구청으로 전락했다는 의식도 작용해 상대적인 허탈감이 크기 때문이란 점은 쉬 짐작된다. 이 때문에 문화·예술계 인사들은 창원시에 이런저런 요구를 하는 것이 어쩐지 불편하고, 상대적으로 기존 창원시에 있는 문화·예술계 인사들은 별 거북한 점이 없는 것 같다.
3개 시 출신 공무원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마산과 진해에서 창원본청으로 온 공무원들은 남의 집에 온 것 같고, 창원시청에 있다가 구청이나 사업소로 간 공무원들은 쫓겨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마산 진해 문화·예술계 단체들은 기자에게 묻는다. 내년 사업을 두고 예산신청을 해도 되느냐고. 이렇게 말해준다. “마산과 진해가 그러하듯 구 창원시도 없어졌다. 통합창원시는 창원 마산 진해시가 합쳐 만들어진 시다. 창원시가 마산시고, 진해시다”고. 따라서 “예산 신청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한다.
마산 진해시민과 이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통합창원시와 창원시장을 어려워하는 것은 그래서 매우 우려스럽다. 어렵게 느껴서도 안 되고, 느끼게 해서도 안 된다.
또 있다. 행정의 역할도 중요한데, 우리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가 몇몇 있다.
창원시가 용지공원 일대를 문화벨트로 조성하겠다고 한 지 3년 정도 지난 최근, 창원 용호동 여성회관 앞에서 용남중학교에 이르는 일명 ‘메타세쿼이아 거리’에는 작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횟집과 밥집 대신 서너 군데 운치 있는 찻집을 겸한 갤러리가 들어서고 있다. 차를 마시면서 그림도 감상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이다. 인근에 도립미술관도 있고 성산아트홀도 있지만, 이들 갤러리는 생활속에서 문화를 향유할 수 있고 사색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 창원 상남동 은아아파트앞 거리의 간판을 보면 일대 혁신을 이룬 것 같다. 크기와 화려함의 경쟁은 끝이 없고, 그래서 간판은 ‘크고 화려해야 한다’는 통념을 심어줬다. 그러던 것이 이제 작지만 멋진 디자인 경쟁으로 흐름이 바뀌었다. 행정의 또 다른 면모고, 행정의 노력에 민간이 호응한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지자체들이 축제 등 문화에 대해 눈을 돌리고 있지만 정작 눈에 보이는 것에만 매달리는 반면 정신적인 문화토양을 배양하는 데는 인색하기 그지없다. 설립에 법적 근거가 있는 진해문화원의 연간 예산은 사무실 운영비와 사무국장 임금이 사실상 전부다. 창원의 문학 미술 음악 등 예술단체에 지원되는 연간 예산도 기백만원 수준이다.
명품도시로 가는 길은 수십억원 들인 토목공사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삶을 돌아보고 시민들이 속한 공동체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문화와 예술에 대한 노력이다.
창원이 명칭만 600년 된 도시가 되지 않으려면 문화와 역사의 숨결이 느껴져야 한다.
김용대(문화체육부 부장대우)
-경남신문-
세계적 히트상품인 닌텐도의 게임기 Wii, 애플의 아이폰 등의 개발과 관련해 많은 기업과 연구기관들은 이들 상품을 탄생시키는 데 어떤 요인이 작용했을까를 두고 많은 연구를 했다.
CEO의 탁월한 예지력, 특별한 재능이 있는 인재와 이를 뒷받침하는 투자 등이 복합적으로 이뤄진 결과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러나 여기에 더해 많은 인문학자들은 인간과 세계에 대해 자기성찰을 할 수 있는 문화적 토양이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방선거 때 창원 마산 진해에 특색 있는 개발계획은 많이 나왔다. 사실상 3개 시의 균형발전이 가장 시급한 과제인 것만은 틀림없어 보이고, 시민들 또한 그것을 바란다. 그러나 3개 시의 시민들을 정신적으로 하나로 묶을 수 있는 문화에 대한 정책은 아직 보이질 않는다.
3개 시를 뿌리로부터 하나로 만들고 명품도시로 만드는 것은 다름 아닌 문화에 대한 투자와 행정의 노력이다. 개발을 통한 3개 시의 화학적 통합은 한계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제 갓 통합시가 출범했는데 마산과 진해시민, 이들 지역의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허전함은 상대적으로 큰 것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이는 창원시의 명칭이 승계됐고, 마산시와 진해시의 명칭이 사라지고 구청으로 전락했다는 의식도 작용해 상대적인 허탈감이 크기 때문이란 점은 쉬 짐작된다. 이 때문에 문화·예술계 인사들은 창원시에 이런저런 요구를 하는 것이 어쩐지 불편하고, 상대적으로 기존 창원시에 있는 문화·예술계 인사들은 별 거북한 점이 없는 것 같다.
3개 시 출신 공무원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마산과 진해에서 창원본청으로 온 공무원들은 남의 집에 온 것 같고, 창원시청에 있다가 구청이나 사업소로 간 공무원들은 쫓겨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마산 진해 문화·예술계 단체들은 기자에게 묻는다. 내년 사업을 두고 예산신청을 해도 되느냐고. 이렇게 말해준다. “마산과 진해가 그러하듯 구 창원시도 없어졌다. 통합창원시는 창원 마산 진해시가 합쳐 만들어진 시다. 창원시가 마산시고, 진해시다”고. 따라서 “예산 신청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한다.
마산 진해시민과 이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통합창원시와 창원시장을 어려워하는 것은 그래서 매우 우려스럽다. 어렵게 느껴서도 안 되고, 느끼게 해서도 안 된다.
또 있다. 행정의 역할도 중요한데, 우리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가 몇몇 있다.
창원시가 용지공원 일대를 문화벨트로 조성하겠다고 한 지 3년 정도 지난 최근, 창원 용호동 여성회관 앞에서 용남중학교에 이르는 일명 ‘메타세쿼이아 거리’에는 작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횟집과 밥집 대신 서너 군데 운치 있는 찻집을 겸한 갤러리가 들어서고 있다. 차를 마시면서 그림도 감상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이다. 인근에 도립미술관도 있고 성산아트홀도 있지만, 이들 갤러리는 생활속에서 문화를 향유할 수 있고 사색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 창원 상남동 은아아파트앞 거리의 간판을 보면 일대 혁신을 이룬 것 같다. 크기와 화려함의 경쟁은 끝이 없고, 그래서 간판은 ‘크고 화려해야 한다’는 통념을 심어줬다. 그러던 것이 이제 작지만 멋진 디자인 경쟁으로 흐름이 바뀌었다. 행정의 또 다른 면모고, 행정의 노력에 민간이 호응한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지자체들이 축제 등 문화에 대해 눈을 돌리고 있지만 정작 눈에 보이는 것에만 매달리는 반면 정신적인 문화토양을 배양하는 데는 인색하기 그지없다. 설립에 법적 근거가 있는 진해문화원의 연간 예산은 사무실 운영비와 사무국장 임금이 사실상 전부다. 창원의 문학 미술 음악 등 예술단체에 지원되는 연간 예산도 기백만원 수준이다.
명품도시로 가는 길은 수십억원 들인 토목공사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삶을 돌아보고 시민들이 속한 공동체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문화와 예술에 대한 노력이다.
창원이 명칭만 600년 된 도시가 되지 않으려면 문화와 역사의 숨결이 느껴져야 한다.
김용대(문화체육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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