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정보
내용
30년 한결같은 맛, 그 '성실'로 신뢰 얻어
마셔酒 경남 술 (5) 거제 성포양조장 '행운막걸리'
<경남도민일보>
"특별한 비결이랄 게 뭐 있나요. 성실하고 꾸준히 술을 만들어 온 것뿐입니다." 인터뷰 내내 '성실'과 '자연스러움'을 강조하는 거제 성포양조장 원태연(51) 사장.
술 맛의 비결도, 단골을 사로잡은 비결도, 지난 8월 말 열린 '2010년 경남도 우리 술 품평회'에서 생 막걸리 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비결도 모든 게 '성실' 때문이라는 답변에 기운이 빠졌다. 하지만, 동네 양조장으로 30년을 이어온 밑거름에 '성실'보다 더 중요한 게 또 있겠나 싶다. "특별한 게 없어요. 만드는 사람과 소비자의 믿음, 그뿐입니다. 어차피 술이야 재료나 만드는 방법이 다 비슷하잖아요. 주민들이 인정한 막걸리 맛을 30년간 변함없이 이어오는 것, 이것이 바로 비결입니다."
지금은 '행운 막걸리'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지만, 이 이름을 단 것은 불과 10년가량밖에 안 된다. 그전까지만 해도 그냥 이름없는 '막걸리'였다. 이름이 없어도 동네 사람들은 논에 일하러 가거나 집에 손님이 찾아오면 언제나 '막걸리'를 찾았다. 취재 도중에도 동네 주민이 작은 오토바이를 타고 양조장에 들러 막걸리를 2병 사서 검정 비닐봉지에 넣어 들고 갔다.
"아, 자랑할 게 생각났습니다. 우리는 순수 곡물을 사용합니다. 원칙을 그대로 지켜서 순수 곡물로 자연발효를 시키니까 뒤끝이 좋습니다. 눈속임을 하면 머리가 아프거나 속쓰림이 생기죠." 순수 곡물과 자연발효. 그렇다면, 다른 회사 술들은 그렇지 않단 말일까. 이 부분에서 원 사장은 말을 아꼈다. 하지만 "요즘은 도시민들이 맑은 술을 원하다 보니 일부 대기업에서는 제조법이나 재료가 다를 수 있다"고 조심스레 귀띔했다.
원 사장이 막걸리 양조장을 운영한 것부터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당시 부친이 통영에서 도산양조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지금은 부친은 작고하고 가족들이 도산양조장을 운영하고 있다고. 원 사장의 전공은 전자공학. 술 만드는 것과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데, 원 사장은 "비슷하다"고 말했다.
"전자공학도 미세한 부분을 다루는 것이고, 술도 미생물이라는 아주 작은 것을 다루는 것에서는 같아요. 원래 성격이 꼼꼼하다 보니 이 일이 천직이 됐나 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누룩을 만드는 과정이다. 48시간 동안 관심을 가지고 온도 등을 주의 깊게 관리해야 한다. 누룩이 안 좋으면 술이 변질될 수밖에 없다. 한창때는 새벽 4시 30분이면 배달을 나가야 했다.
"주민들이 새벽에 논으로 밭으로 일하러 나가니까 그전에 배달을 마쳐야 했습니다. 4시 30분에 배달해도 기다리며 늦다고 타박하는 사람이 많았어요. 막걸리는 힘든 농사일을 할 때 꼭 필요한 것이라서 배달을 펑크 낸다는 건 생각할 수도 없었습니다."
당시에는 마을 양조장에서 직접 술을 사가다 보니 각 가정의 경조사는 물론 숟가락 숫자까지 다 알 정도였다고. 요즘은 대부분 마트 등 가게에서 사가지만, 그래도 인근 주민들은 지나가면서 종종 양조장에 들러 한 병 두 병 사들고 간다. 따로 홍보하지 않지만 꾸준한 단골 덕에 1년에 30만 병가량 판매되고 있다.
원 사장이 꼽은 행운 막걸리의 맛은 '깔끔함'이다. "막걸리는 일하다 갈증 날 때 벌컥벌컥 마시는 술이지요. 그 뒷맛은 다른 어느 술도 못 따라올 겁니다. 탄산을 따로 주입하지 않아도 원칙을 지키며 술을 빚으면 자연스러운 청량감이 생깁니다."
요즘 많이 등장하는 퓨전 막걸리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예전에는 많이 부정적이었는데 지금은 생각이 좀 변했습니다. 기본 막걸리를 잘 만들면, 거기에 몸에 좋은 과일 등을 첨가해도 나쁘지 않겠다 싶어요. 거제시에서 특산물인 유자를 이용해 전통주를 만드는 것을 추진하고 있는데, 우리가 유자 막걸리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달 말쯤 시험 작을 내놓을 예정입니다."
행운 막걸리를 마시면 가볍지 않은 진한 감칠맛이 느껴진다. 논두렁에 앉아 이마의 땀을 대충 훑어 내고 손가락으로 잔을 휘휘 저어 마시는 술, 오래된 친구와 회포를 풀 때 어울릴 듯한, 깊지만 가식 없이 편안한 맛이다.
거제 지역 마트나 슈퍼에서 행운 막걸리를 만날 수 있으며, 타지역에 나가 사는 거제인 중에는 아직도 행운 막걸리의 맛을 잊지 못해 택배 주문을 하기도 한다. 택배 주문하면 20개 들이 1상자에 택배료를 포함해 2만 원을 받는다. 055-632-5134.
이원정 기자
마셔酒 경남 술 (5) 거제 성포양조장 '행운막걸리'
<경남도민일보>
"특별한 비결이랄 게 뭐 있나요. 성실하고 꾸준히 술을 만들어 온 것뿐입니다." 인터뷰 내내 '성실'과 '자연스러움'을 강조하는 거제 성포양조장 원태연(51) 사장.
술 맛의 비결도, 단골을 사로잡은 비결도, 지난 8월 말 열린 '2010년 경남도 우리 술 품평회'에서 생 막걸리 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비결도 모든 게 '성실' 때문이라는 답변에 기운이 빠졌다. 하지만, 동네 양조장으로 30년을 이어온 밑거름에 '성실'보다 더 중요한 게 또 있겠나 싶다. "특별한 게 없어요. 만드는 사람과 소비자의 믿음, 그뿐입니다. 어차피 술이야 재료나 만드는 방법이 다 비슷하잖아요. 주민들이 인정한 막걸리 맛을 30년간 변함없이 이어오는 것, 이것이 바로 비결입니다."
지금은 '행운 막걸리'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지만, 이 이름을 단 것은 불과 10년가량밖에 안 된다. 그전까지만 해도 그냥 이름없는 '막걸리'였다. 이름이 없어도 동네 사람들은 논에 일하러 가거나 집에 손님이 찾아오면 언제나 '막걸리'를 찾았다. 취재 도중에도 동네 주민이 작은 오토바이를 타고 양조장에 들러 막걸리를 2병 사서 검정 비닐봉지에 넣어 들고 갔다.
"아, 자랑할 게 생각났습니다. 우리는 순수 곡물을 사용합니다. 원칙을 그대로 지켜서 순수 곡물로 자연발효를 시키니까 뒤끝이 좋습니다. 눈속임을 하면 머리가 아프거나 속쓰림이 생기죠." 순수 곡물과 자연발효. 그렇다면, 다른 회사 술들은 그렇지 않단 말일까. 이 부분에서 원 사장은 말을 아꼈다. 하지만 "요즘은 도시민들이 맑은 술을 원하다 보니 일부 대기업에서는 제조법이나 재료가 다를 수 있다"고 조심스레 귀띔했다.
원 사장이 막걸리 양조장을 운영한 것부터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당시 부친이 통영에서 도산양조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지금은 부친은 작고하고 가족들이 도산양조장을 운영하고 있다고. 원 사장의 전공은 전자공학. 술 만드는 것과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데, 원 사장은 "비슷하다"고 말했다.
"전자공학도 미세한 부분을 다루는 것이고, 술도 미생물이라는 아주 작은 것을 다루는 것에서는 같아요. 원래 성격이 꼼꼼하다 보니 이 일이 천직이 됐나 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누룩을 만드는 과정이다. 48시간 동안 관심을 가지고 온도 등을 주의 깊게 관리해야 한다. 누룩이 안 좋으면 술이 변질될 수밖에 없다. 한창때는 새벽 4시 30분이면 배달을 나가야 했다.
"주민들이 새벽에 논으로 밭으로 일하러 나가니까 그전에 배달을 마쳐야 했습니다. 4시 30분에 배달해도 기다리며 늦다고 타박하는 사람이 많았어요. 막걸리는 힘든 농사일을 할 때 꼭 필요한 것이라서 배달을 펑크 낸다는 건 생각할 수도 없었습니다."
당시에는 마을 양조장에서 직접 술을 사가다 보니 각 가정의 경조사는 물론 숟가락 숫자까지 다 알 정도였다고. 요즘은 대부분 마트 등 가게에서 사가지만, 그래도 인근 주민들은 지나가면서 종종 양조장에 들러 한 병 두 병 사들고 간다. 따로 홍보하지 않지만 꾸준한 단골 덕에 1년에 30만 병가량 판매되고 있다.
원 사장이 꼽은 행운 막걸리의 맛은 '깔끔함'이다. "막걸리는 일하다 갈증 날 때 벌컥벌컥 마시는 술이지요. 그 뒷맛은 다른 어느 술도 못 따라올 겁니다. 탄산을 따로 주입하지 않아도 원칙을 지키며 술을 빚으면 자연스러운 청량감이 생깁니다."
요즘 많이 등장하는 퓨전 막걸리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예전에는 많이 부정적이었는데 지금은 생각이 좀 변했습니다. 기본 막걸리를 잘 만들면, 거기에 몸에 좋은 과일 등을 첨가해도 나쁘지 않겠다 싶어요. 거제시에서 특산물인 유자를 이용해 전통주를 만드는 것을 추진하고 있는데, 우리가 유자 막걸리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달 말쯤 시험 작을 내놓을 예정입니다."
행운 막걸리를 마시면 가볍지 않은 진한 감칠맛이 느껴진다. 논두렁에 앉아 이마의 땀을 대충 훑어 내고 손가락으로 잔을 휘휘 저어 마시는 술, 오래된 친구와 회포를 풀 때 어울릴 듯한, 깊지만 가식 없이 편안한 맛이다.
거제 지역 마트나 슈퍼에서 행운 막걸리를 만날 수 있으며, 타지역에 나가 사는 거제인 중에는 아직도 행운 막걸리의 맛을 잊지 못해 택배 주문을 하기도 한다. 택배 주문하면 20개 들이 1상자에 택배료를 포함해 2만 원을 받는다. 055-632-5134.
이원정 기자
0
0
게시물수정
게시물 수정을 위해 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
댓글삭제게시물삭제
게시물 삭제를 위해 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