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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만 하면 학교 아니죠 학원이지요

작성자
김철수
작성일
2010.10.29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1598
내용
수업만 하면 학교 아니죠 학원이지요

<경남도민일보>


창원 광려중 특별동 문화쉼터엔 '경남작가 초대전'

역시 학교는 이래야 맛이다. 수업과 휴식이 반복되는 고리타분한 학교 생활은 더이상 매력이 없다. 학원이랑 다를 게 뭔가. 전인교육을 내세우는 학교가 그래서야 될 말인가. 적어도 학교라면 이 정도는 해야 한다. 학생들을 세계문화시민으로 키우고 싶어하는 창원 광려중학교 백종철 교장의 교육 철학이다. "어릴 때부터 예술 작품들과 친해야 합니다. 그래야 나이가 들어서도 자연스럽게 전시관이나 공연장을 찾을 것 아닙니까. 문화나 예술에 대한 소양은 어린 시기에 판가름나는 법이지요.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할 우리 아이들인 만큼 한민족의 품격을 높일 기본 소양을 가르치고 싶습니다."

◇학교 안에 갤러리가 있다 = 예전에 비하면 미술 수업 시간이 많이 줄었다. 관심이나 흥미도 부족하거니와 주요 교과목에 밀린 탓이 크다. 광려 문화쉼터(갤러리)는 그래서 태어났다. 미술 교육에서 중요한 보고, 느끼고, 생각할 수 있는 감상교육이 소홀할 수밖에 없는 학교 교육을 과감히 뒤집어 놓은 것이다.

김형수 교사는 21세기 문화의 시대에 IQ보다는 EQ가 높은 사람, 즉 감성이 풍부한 사람이 이 시대 진정한 리더로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다.

"청소년 시기에 미술작품을 감상하는 습관을 기르고 보는 눈을 키워주는 다양한 경험은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치우친 입시위주 교육 탓에 상황은 썩 좋지 않습니다. 그래서 광려문화쉼터를 만들었지요. 연중 무료 개방입니다. 학생도 좋고, 학부모도 좋고, 지역민도 좋습니다. 누구나 언제든 와서 보고 즐기면 됩니다."

학교 특별동 2층 160여㎡ 규모로 꾸며진 광려 문화쉼터에서는 '2010 경남작가 5인 초대전'이 열리고 있다. 서양화(양인규 경남미술대전 초대작가), 판화(문현경 경남미술대전 추천작가), 서예(이택중 경남미술대전 초대작가), 서각(김재관·조재경 작가) 분야 작가 5인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서는 한국 근대 회화의 대표작가인 박수근의 작품을 판화로 만든 작품 20여 점을 전시했고, 그 전에는 한-일 중학생 미술작품 교류전도 거쳤다.

지난해 테마별 기획·전시도 결코 올해에 뒤지지 않는다. △19·20세기 서양미술 특별전을 비롯해 △잃어버린 조선 막사발전(임만재 차사발 초대전) △조선시대 회화전 △경남지역 초대작가전 등이 학생들의 눈과 감성을 자극했다.

"아예 흥미가 없던 아이들이 미술 작품에 눈길을 보내기 시작한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입니다. 아름다움에 대한 가치를 판단하는 눈이 생기기 시작한 거지요. 다양한 작품을 접할수록 예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백종철 교장)

◇국악은 나의 힘 = 광려중은 경남도교육청 지정 '2009 개정 교육과정 정책 연구학교'다. 교육과정 편성·운영을 상당 부분 자율적으로 할 수 있다는 말이다. 학교는 무엇보다 창의적 체험활동에 무게를 뒀다. 특히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활동하는 동아리 중심의 개별반을 35개나 만들었다. 단연 눈에 띄는 것은 국악관현악반이다.

창원 광려중의 국악관현악반. 창단 2년만에 2010년 경상남도 중등학생종합학예대회 전통합주 최우수 등 각종 대회에서 굵직굵직한 상을 받아낸 실력파 학생들이다.

"가야금 교실은 이미 3년 전 시작됐습니다. 현대 대중음악에 묻힌 우리의 소리를 아이들에게 돌려주기 위해서였지요. 그리고 1년 뒤 국악관현악단이 창단됐습니다. 실력은 성적이 증명합니다."(백종철 교장) 자랑은 거짓이 아니었다. 피리와 대금, 해금, 가야금을 연주하는 아이들의 예사롭지 않은 눈매와 섬세한 손끝이 웅장한 우리 가락을 마구 터트려냈다. 연주를 듣고 있자니 소름이 돋을 정도로 멋졌다. 아니, 참 대견했다.

학교는 아이들의 연습을 위해 악기별로 전문가를 방과후학교 강사로 위촉, 개인별 연주 기술과 전체 합주 능력을 익히게 했다. 아이들은 점심시간이나 쉬는 시간을 이용해 악기별 모둠활동으로 실력을 조금씩 다져나갔다.

2009, 2010년 경상남도 중등학생종합학예대회 전통합주 최우수, 제9회 진해전국국악대전 중등부 기악부문 동상, 제10회 국악대전 금상. 아이들은 창단 2년만에 거둔 수확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의 훌륭한 성과를 학교에 선물했다. 특히나 그들의 연주는 학교 울타리를 넘나들고 있단다.

"학생들의 연주는 학교나 무대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중리요양병원이나 중리사회복지관 역시 훌륭한 무대지요. 음악이 봉사가 된다는 사실, 자신들의 땀이 다른 누군가에게 용기와 위로가 된다는 것에 아이들 역시 만족하고 있습니다."(신경숙 교감)

◇좋은 학교라는 소리, 꼭 듣겠다 = '좋은 학교 만들기' 프로젝트. 자세히 말해 질높은 교육 기회를 마련해서 사교육비를 줄여보겠다는 포부다.

좀 더 자세히 말해 △수준별 교육과정 운영 △아침 자기주도적 학습운영 △맞춤식 단과·교과종합반 운영 △소질·창의성 계발을 위한 특기적성 교육을 통해 좋은 학교라는 소리를 꼭 듣겠다는 다짐이다.

학교는 우선 기초학력 향상을 위해 맞춤식 단과반을 운영한다.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등 5개 교과목에서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들이 자신에게 맞는 과목을 선택할 수 있다. 또 기본학력 향상을 위한 교과종합반을 개설했다. 학년별로 희망을 받아 창의반, 청운반, 정진반, 향상반 등 수준별로 나눠 주요 5개 교과목을 집중 공부한다.

'경남작가 5인 초대전'이 열리고 있는 창원 광려중 광려문화쉼터에서 백종철 교장(오른쪽에서 세번째)이 작품을 보고있던 교사, 학생들과 함께 포즈를 취했다. 광려중은 이곳 문화쉼터에서 연중 테마별 전시를 하고 있다.

끝으로 영어와 수학 심화학습이다. 희망 학생은 방과후부터 오후 9시까지 2개 과목 심화학습반에서 공부할 수 있다.

학교는 아울러 특기적성교육 프로그램도 운영, 원어민 회화·일본어 회화·일본어 쓰기·한자쓰기 등의 교과관련 강좌와 플루트, 배드민턴, 서각, 연극개그, 축구, 해금, 대금 등 문화예술 관련 강좌도 마련했다.

"사교육비 걱정없는 교과교육과 전인교육을 완성할 수 있는 특기·적성교육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 합니다. 좀 거창하게 말해 이 시대 공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싶은 거지요. 오감으로 즐기고 가슴에 새기는 체험중심의 교육, 바로 광려중학교의 교육 목표입니다."(백종철 교장).

<김성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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