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정보
역사 문화 환경 어우러지고 사람이 중심되는 도시로
010년 7월 1일 창원, 마산, 진해시가 창원시의 이름으로 통합됐다. 각각 독립된 3개의 시(市)가 하나의 도시로 통합한 사례는 전국 최초로서, 오랜 기간동안 행정구역이 서로 분리되어 있은 데다가 각 도시별로 기존의 고질적인 도시문제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통합이후 도시관리 측면과 도시공간구조 측면에서 여러 가지 도시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합 1주년을 맞아 경남신문과 창원도시문화포럼에서는 공동으로 통합창원시의 새로운 미래도시를 향한 도시문화 시리즈를 ‘통합 창원시, 새로운 600년을 준비하라’는 이름으로 창원 도시문제를 도시공간과 도시문화적 관점에서 살펴보고 대안을 제시한다. 총 11회에 걸쳐 선진도시들의 사례를 비교하고 박완수 시장의 고민과 입장을 들을 방침이다. 포럼 대표인 서유석 창원대 교수가 <살기좋은 도시 조건>편을 집필했다.
◆ 삶의 질 국제평가기관과 기준
2010년 9월께 창원시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2010 리브컴 어워드(LivCom Awards)’에서 인구 40만 이상 도시 중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부문에서 은상을 수상했다. 금상이 없었음을 감안한다면 5개 도시에게 수여되기는 했지만 사실 은상은 1위에 해당되는 상이었다. 그렇다면 ‘은상을 수상한 창원시는 세계에서 가장 살기좋은 도시인가’ 라고 물었을 때 “그렇다”고 대답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어디까지나 이 상은 신청한 도시 중에서 순위를 매긴 것이기 때문이다.
살기좋은 도시란 어떤 도시일까. 국가나 인종, 개인취향에 따라 다르고 평가시점이나 평가기관, 평가항목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절대적인 순위를 매기기는 어렵다. 하지만 전 세계도시들을 대상으로 매년 삶의 질을 평가하는 권위있는 평가기관들의 평가기준과 선정도시들을 살펴보면 어느 정도 해답을 얻을 수 있다.
▶머서의 2010년 삶의 질 보고서
영국의 컨설팅 업체인 머서(Mercer)사가 매년 전 세계 주요도시의 삶의 질을 평가하여 출판하는 보고서로, 삶의 질은 미국 뉴욕을 100으로 하여 각 도시를 평가한다. 별도로 친환경 도시도 함께 평가한다.
10개 범주, 39개 요소를 기준으로 삶의 질을 분석하는 머서의 평가기준 중에서 개별 도시에서 대응할 수 있는 요인들만 보면, 범죄율, 대기오염, 교육서비스, 대중교통과 교통혼잡, 영화나 스포츠 등 여가시설, 주거환경 등이 있다.
머서의 발표(Mercer 2010 Quality of Living survey highlights)에 의하면, 2010년 살기좋은 도시의 순위는 오스트리아 비엔나가 1위, 스위스 취리히가 2위, 제네바 3위, 캐나다 밴쿠버와 뉴질랜드의 오클랜드가 공동 4위였다.
▶이코노미스트의 살기좋은 도시 순위
2010년 이코노미스트의 살기좋은 도시 순위 평가는 전 세계 140개 도시에 살고 있는 개인의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있는 항목들을 정량화한 것으로, 5개 범주, 30개 이상의 정량적 인자 및 정성적 인자들을 가중치 점수를 부여하여 집계했다. 이 중에서 보건의료, 문화여가시설, 교육환경, 대중교통의 질, 주거환경 등이 주요 평가 요소로서, 이코노미스트의 2010년 살기좋은 도시 순위에 의하면 캐나다 밴쿠버가 1위, 오스트리아 비엔나 2위, 호주 멜버른 3위, 캐나다 토론토, 캘거리가 각각 4위와 5위, 핀란드 헬싱키 6위, 호주 시드니 7위, 퍼드와 애들레이드가 공동 8위, 뉴질랜드 오클랜드가 10위 등 주로 캐나다와 호주의 영연방 국가 도시들이 상위에 랭크되었으며, 서울은 58위로 나타났다.
▶모노클의 살기좋은 도시 순위
2007년 런던에서 창간된 모노클은 국제문제와 문화, 디자인에 대한 세계전망을 제공하는 라이프스타일 잡지로, 25개 도시를 대상으로 살기좋은 도시 순위를 발표하고 있다.
평가기준은 안전성과 범죄, 국제화의 정도, 기후와 일조, 건축물의 질, 공공교통수단, 관용, 환경문제, 자연접근성, 도시디자인, 비즈니스 여건, 친활동적 정책개발, 보건의료 등이다.
2010년의 순위를 보면, 1위가 독일 뮌헨, 2위 덴마크 코펜하겐, 3위 스위스 취리히, 4위 일본 도쿄, 5위 핀란드 헬싱키, 6위 스웨덴 스톡홀름, 7위 프랑스 파리, 8위 오스트리아 빈, 9위 호주 멜버른, 10위 스페인 마드리드로 나타났는데, 아시아권 도시로서는 유일하게 10위권에 일본 도쿄가 4위에 랭크된 것이 흥미롭다.
▶리브컴 어워드
리브컴 어워드는 지역사회의 환경관리와 살고 싶은 도시 만들기에 대한 경쟁을 통해 지역사회의 삶의 질을 증진시키기 위한 것으로, 1997년에 설립돼 UN 환경 프로그램(UNEP)에 의해 승인된 상이다. 리버컴 어워드는 도시전체상(Whole city awards), 프로젝트상(Project awards), 장려금 수여상(Bursary awards), 개인상(Personal awards) 등 네 부문으로 구성되는데, 도시전체상은 2만명 이하, 7만5000명 이하, 15만명 이하, 40만명 이하, 40만명 초과(카테고리A∼E) 등 인구규모에 따라 다섯 분야로 나누어 심사하며, 이 대회에 참가하는 도시는 같은 인구규모에 속해 있는 다른 도시와 서로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그 도시가 놓인 문화, 정치, 경제, 지리 및 기후환경 속에서 심사 기준을 얼마나 잘 충족하고 있는지를 심사받게 된다.
◆ 살기좋은 도시 조건
살기좋은 도시를 평가하는 국제평가기관의 기준을 살펴보면, 각 도시가 해결할 수 없는 정치경제적 항목들을 제외하고 도시디자인 및 도시문화적 관점에서 몇 가지 공통 특징을 찾을 수 있다.
첫번째, 도시의 지속가능성에 관련된 것으로 친환경적 개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는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지구온난화 문제가 전 세계적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고, 우리나라 역시 이산화탄소 배출과 관련된 각종 규제가 강화되면서 도시개발과 관리에 있어서 환경문제가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기 때문이다.
둘째, 대중교통의 질을 높이고 그 수단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기차나 트램 등 대중교통수단과 녹색교통에 대한 편의성과 혜택을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립하는 것은 도시의 환경오염을 방지하고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결국 이를 통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주거환경의 개선이 매우 중요하다. 여기엔 다양한 주거유형의 공급과 주택정책의 전환이 요구된다. 특히 고층고밀 아파트가 전체 주거유형의 절반을 넘는 국내 현실에서 다양한 유형의 주거공급과 지속가능한 주택정책은 살기좋은 도시환경을 조성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넷째, 역사와 문화가 살아숨쉬는 도시공간의 중요성에 관한 것이다. 살기좋은 도시는 도시의 물리적 환경뿐 아니라 문화적 콘텐츠가 풍부하다. 이를 위해 역사적 자원들을 보호하고 문화적 자원들을 개발, 육성할 필요가 있다. 도시의 정체성을 보존하기 위한 상징적인 랜드마크를 조성하고 도시이미지 고양을 통해 시민들에게 자부심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다섯째,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의식이다. 아무리 살기좋은 도시를 만들더라도 이를 유지하고 받아들일 수준높은 시민의식이 없다면 무용지물이다.창원시는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도시중 도시경쟁력이나 삶의 질 조사에서 매우 높은 순위를 지켜왔으나 국제수준의 도시들과 비교해 볼 때 개선해야 할 점이 적지 않다.
집필= 서유석(창원도시문화포럼 대표·창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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