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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야구장보다 중요한 것- 김용대(문화체육부장)
스포츠는 많은 기능이 있다. 현대 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도시인들에게 청량제와 같은 역할을 하고, 하루 종일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직장인에게는 신체 리듬에 활력소가 된다.
이렇듯 스포츠가 현대 생활과 밀접한 관련을 맺다 보니, 경제적으로도 유용한 수단이 되고 있고, 스포츠 마케팅이라는 말은 이제 어색하지 않다. 미국의 프로야구가 그렇고 유럽의 축구가 그렇다.
이제 스포츠 스타들은 고소득 전문직 못지않은 대우를 받고 있는 것만 봐도 스포츠는 일상에 자리하고 있다. 비단 구단이나 선수만 돈이 되는 것은 아니다. 주변부로 퍼져나가 연계산업까지 활성화돼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확대되고 있다.
창원시를 연고로 하는 프로야구 제9구단 엔씨소프트의 다이노스 야구단 출범은 그래서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지난달 27일에는 프로야구 제9구단 창단 관련 협약 체결 동의의 건이 약 3개월 만에 시의회를 통과했고, 같은 날 마산 야구장에서는 공개 테스트가 열려 모두 14명의 예비 선수들이 첫 관문을 통과했다.
이 시점에서 우려되는 것은 온통 야구장 건립에만 신경 쓰고 정작 중요한 것은 놓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제9구단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좋은 선수들과 좋은 야구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팬 확보다.
제9구단이 3개 시 통합에 많은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고 보면 어떻게 하면 시민통합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게 하느냐의 문제도 깊이 논의돼야 할 일이다.
스포츠의 많은 기능 중 빠트릴 수 없는 것이 바로 사회 통합이기 때문이다.
야구장 건립과 관련해 장소 선정 문제를 우려하는 시민들도 많다. 그러나 의회가 중지를 모으면 또 안 될 것도 없다. 지역을 대표하는 의원들이 하물며 산에 야구장을 짓자고 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논의 과정을 지켜보면 된다.
다만 야구장 건립이 상대적으로 낙후된 곳에 건립돼 지역경제의 활력소가 되면 좋고, 시민들이 이용하는 데 편리하면 된다.
이 두 가지의 조건만 갖춰지면 돔구장도 좋고, 랜드마크가 될 수 있도록 멋진 구장을 건립하는 것도 좋다.
이제 창원시와 엔씨 다이노스도 진성 팬들을 확보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에 나설 때다. 구장 건립에 수백억원의 예산이 들어갈 수밖에 없지만 경기장은 결국 그들만의 장소다.
최근 사회인야구팀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고, 경남 야구연합회에 가입한 사회인 야구팀은 현재 315개에 회원 7500여 명에 이른다. 야구연합회에 가입하지 않은 단체까지 합치면 그 수는 1만명을 넘어설 것이란 예상도 있다.
모두 진성 팬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야구를 즐기고, 사랑하는 이들의 척박한 야구환경을 보면 이를 장담할 수 없다.
단적인 예로 도내 1만여 명의 야구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야구장은 중·고교 운동장을 포함해 약 20곳 정도로 턱없이 부족하다.
무엇보다 제9구단 연고지인 창원의 야구연합회에 가입된 인구만 2500명을 넘고, 비가입 동호회원까지 합치면 5000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구장은 8개에 불과하다.
진성 팬이 많아지기는커녕 이들은 제9구단 창단으로 그나마 사용해오던 마산야구장을 빼앗길 상황에 처해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부족한 야구 인프라로 비롯된 야구인들의 위기감은 곧 불만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들을 진성 팬으로 만들 것인지, 아니면 안티 팬으로 만들 것인지는 9구단과 창원시의 노력에 달렸다.
야구를 사랑하는 누구나 야구를 즐길 수 있는 경기장과 야구 인프라 확충이 시급한 이유다. 야구를 알고 야구에 흥미를 느끼는 시민들이 결국 열성 팬이 된다.
경남신문 - 김용대(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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