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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은 물밀듯 밀려오고, 창원 밤하늘의 함성은 높았다. 매양 반복되던 어제 같은 날이 오늘밤 만은 달랐다. 가족끼리 연인끼리, 친구끼리 모처럼 맘껏 외쳤다.
창원을 연고로 하는 NC다이노스 야구단의 역사적인 1군 홈 개막전이 열린 지난 2일 마산 야구장 일대는 경기를 관전하려는 시민들로 일대 혼잡을 빚었다. 경기는 저녁 6시 30분부터였지만 오전부터 표를 구하기 위해 시민들은 장사진을 쳤고, 표를 구하지 못한 시민들은 안타깝게 야구장 주변을 맴돌았다.
응원도 대단했다. 끼리끼리 야구장을 찾은 시민들은 부산갈매기에 뒤지지 않는 응원 함성으로 창원의 밤하늘을 뒤덮었다.
이 모두가 그동안 야구에 목말라 했다는 증거고, 이날 경기로 프로야구에 대한 시민들의 갈증이 한 방에 날아가는 듯했다.
프로야구 32년 만에 우리 팀을 응원할 수 있게 됐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NC의 이날 경기는 의미가 있다.
경남의 도세가 우리나라 16개 광역지자체 가운데 4위 정도인데 그동안 프로야구단이 없었다는 것은 그만큼 시민들에게 문화 콘텐츠 기반이 열악했다는 것이고, 여가 선용의 선택 폭이 좁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우리’라는 소속감도 생겼다. NC다이노스는 축구의 경남FC와 농구의 LG세이커스와 함께 도민화합과 통합창원 시민들을 하나로 묶는 데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다. 3개 시 시민들이 청사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지만 야구장에서는 모두 NC를 응원하고, 이 때문에 우리는 하나라는 의식을 느끼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 오래전 부산이 경남으로부터 분리돼 직할시가 되면서 사실상 경남의 핵심 요소는 모두 부산이 갖고 갔다. 의대가 그렇고, 약대가 그렇고, 정부기관의 지방 사무소가 그랬다. 아직도 부산의 그늘이 짙다. 프로야구도 NC가 출범하기 이전에는 롯데의 그늘에 경남이 연고지로 묶여 있었다.
이날로 스포츠가 오롯이 부산의 그늘에서 벗어났다.
이뿐이 아니다. 경기가 열리는 3시간가량을 무료하게 구경만 할 수는 없는 일이고, 통닭이나 피자 등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 또한 즐거움이다. 이겼다고 한잔, 지면 아쉽다고 한잔하면서 우정도 돈독해진다. 이 때문에 경기가 있는 날이면 마산야구장 인근 상가가 활성화돼 지역 상권이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 또한 높다. 실제로 통닭집은 물론 호프집과 프랜차이즈 커피숍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고, 가게 임대료도 오르고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이제 경기는 시작됐고, 이래저래 좋은 일만 있다. 모기업인 NC소프트의 역할과 함께 창원에 야구를 유치한 창원시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아쉽지만 개막전에 이어 2차전도 지역 라이벌 롯데에 졌다. 그러나 매 경기 결과에 따라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겠다. 경기라는 것이 항상 이길 수는 없기 때문이다. 특히나 9개 구단 중에 선수들도 가장 어리고, 선발 선수 절반이 1군 무대가 처음일 정도로 경기 경험도 일천하다.
경기는 이제 막 시작됐다. 지역에 명문구단이 있다는 사실은 그 지역의 품격을 높인다. 뉴욕의 양키즈가 그렇고, 샌프란시스코의 자이언츠가 그렇다. 축구에서도 바르셀로나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마찬가지로 지역사람들의 자랑거리다.
지금부터 명문 구단을 만들어 가는 일만 남았다. 명문 구단을 만드는 일은 NC의 투자와 노력만으로는 어렵다. 창원시의 적극적인 지원도 있어야겠고, 무엇보다 시민들의 관심과 응원이 명문 구단을 만드는 초석이 된다.
프로야구는 관중의 박수를 먹고 산다.
김용대(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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