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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록달록 벽화로 다시 태어나는 경남의 마을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3.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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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0
조회수
1358
내용
[월요문화기획] 도내 곳곳 벽화로 '생기발랄'
달동네도 골목길도 색 입히니 '야외 미술관'

 


창원 '가고파 꼬부랑길' 벽화


창원 '오동동 소리길' 벽화


창원 유등리 에코마을 벽화 


남해 오곡리 벽화 


남해 다천마을 벽화


의령군청 인근 벽화


양산 기찻길 지하도 벽화


창원 판신마을 벽화



올 한 해 주거환경 개선과 지역홍보, 방문객 유치 등 다양한 목적의 벽화사업이 도내 곳곳에서 활발하게 이뤄졌다.

 최근 준공식을 가진 마산 '가고파꼬부랑길'을 비롯해 '오동동 소리길', 창원시 의창구 대산면 유등리 '에코마을 프로젝트' 등이 대표적이다. 안과 밖을 가르는 기능적 역할만 하던 담장과 외벽들은 형형색색의 회화작업을 거치면서 마을과 골목 풍경을 생동감 있게 변화시키고 있다. 쇠락해 가는 도심, 시골마을과 산동네의 시각적인 환경개선이란 기본 목표는 물론이고, 방문객을 늘려 상권을 활성화시킨다든지 청장년층의 왕래를 통해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는다는 목적도 어느 정도 성공할 듯하다. 유명세를 타고 있는 통영 동피랑의 경우에서 보듯이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찾는 현대인들에게 트인 공간을 갤러리로 삼은 벽화마을 벽화골목은 한 번쯤은 나들이 삼아 찾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따로 입장료나 관람료도 없으니 한번 나서보자.


◆'가고파꼬부랑길' 국내 최대 규모

 지난 5일 준공식을 가진 '가고파 꼬부랑길'은 경남은행의 사회공헌사업으로 마산합포구 성호동 일대 31가구의 외벽에 조성됐다. 452m에 걸쳐 총 50여 점의 벽화를 볼 수 있는 규모 면에서 국내 최대다.

 경남미술협회 소속 32명의 작가가 참여해 완성도도 높였다. 흘러가는 시간 앞에 무력해진 낡고 허름한 블록집들이 벽화로 새단장하고 야외 미술관이 된 셈이다.

 무학산에서 내려다본 마산항의 모습을 담아낸 마을 입구의 파노라마벽화는 마산어시장을 중심으로 왼쪽에 창원·진해와 연결되는 봉암다리, 오른쪽에는 마창대교를 배치, 통합 창원시의 특성을 이미지화했다.

 파노라마벽화 위에는 저도연륙교, 진해경화역 벚꽃, 아구골목, 원전 일출 등 창원 9경이 돋움 처리돼 있다. 마을로 올라가는 입구는 3개. 내키는 대로 하나를 택해 오르면 학, 복숭아나무, 천국의 계단, 행복버스, 매화, 국화, 파도와 물고기가 어우러진 어룡도 등 다양한 소재의 그림들이 방문객을 맞는다. 학은 마산의 무학을 상징하고 행복버스는 마을의 안녕을, 어룡도는 마을 자녀들의 복된 장래를 기원하는 등 각 벽화가 갖는 의미도 보는 이의 흥미를 끈다. 다소 어울리지 않을 듯한 몬드리안식 추상벽화, 행복한 눈물, 마릴린 먼로 등 강렬한 색채의 그림이 액센트 역할을 한다. 이렇듯 다양한 분위기의 조합은 동네 가운데의 100년 우물, 뒤편의 성덕암, 공중으로 치솟은 가장자리 주택 등 골목별 특징을 살린 8개의 테마를 선정, 골목골목 혹은 집집마다 스토리를 갖도록 작업한 결과라고 한다. 우물가에서 물지게를 져보거나, 날개 단 천사가 돼 볼 수 있는 포토존도 설치돼 있어 방문객에게 사진 찍는 재미도 준다. 노인쉼터를 등지고 서면 합포만과 마산시내를 배경으로 동네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벽화사업을 총괄한 경남은행 측은 근접해 있는 문신미술관, 시립박물관, 창동예술촌 일대, 부림시장 먹자골목, 무학산 둘레길, 돝섬 등과 함께 창원 관광로드맵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개·보수 작업과 편의시설 확충, 홍보 등을 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혀 갓 조성된 '가고파 꼬부랑길'이 마산의 '동피랑'이 될지 기대를 모으게 한다.

◆'오동동 소리길' 중·장년층의 추억공간

 '오동동 소리길'은 창원시의 도심 재생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지난 11월 준공된 벽화골목이다. 30여 개의 통술집이 밀집돼 있는 떠들썩한 골목으로 마산 구도심을 문화예술을 통해 재생시키려는 정책적 시도로 조성됐다.

 골목 입구에 들어서면 기타와 나팔 등 다양한 악기의 그림들과 함께 '오동추야'의 원류인 '오동동타령'이 자동으로 울려나와 소리길이란 명칭이 왜 붙여졌는지 알게 해준다.

 근대기 오동동 권번의 기생들 노랫소리를 자동센서 음향기로 들려주는 셈이다. 노랑, 초록, 파랑 등 원색으로 화사하게 도색된 통술집들의 외벽과 골목바닥은 왠지 미술관 분위기가 흠씬나게 세련돼 보인다. 3·15의거 발원지를 기념하고자 전시된 부조와 조형물들이 마산의 역사도 되새기게 한다.

 단정하게 정리된 통술집 간판과 출입문이 제각기 폼을 내며 경쾌하게 방문객을 맞는 골목 안쪽도 공들여 볼 만한 곳이다. 건물 외벽마다 마산어시장과 오동동 모습을 그려온 고(故) 현재호 화백의 작품 30여 점이 벽화로 제작, 전시되어 있어 방문객의 눈을 호사스럽게 한다. 어시장을 배경으로 장사하는 여인들과 오동동 통술골목의 모습을 단순하고도 투박하게 표현한 현 화백의 작품들은 옛 마산의 모습을 정감 있게 보여주고 있다. 한 편의 벽화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게 하는 오동동 소리길은 기존의 시골 벽화마을들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을 준다. 대낮의 소리길은 확실히 수준 있는 골목갤러리이다. 화려한 조명으로 변신하는 해질 무렵의 소리길은 젊은날을 추억하는 중·장년층의 추억공간이기도 하다.

◆낙동강변 '유등리 에코마을'

   창원시 의창구 대산면 유등리 에코마을은 창원시의 으뜸마을만들기 사업으로 지난 11월에 준공됐다. 개관 15년째인 대산미술관 전문인력과 더불어 기획과 작업과정 내내 주민이 함께 참여, 2개월에 걸쳐 400m에 이르는 이야기 벽화를 완성했다.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진행돼 벽화내용도 조금은 색다르다. 과거 소금시장이 열렸던 유등마을 나룻배 포구와 80년 된 포구나무, 마을 특산품인 멜론, 딸기, 수박 등 100년의 마을 역사가 담장벽화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소싸움계에서는 제법 유명하다는 마을의 자랑 싸움소 릫장군이릮, 한평생을 마을에 거주해온 80대 김상득 할아버지의 초상화 등 인상적인 벽화도 있다. 주민들과 인근 지역 학생들이 그렸다는 타일벽화도 정감이 서려 있다. 걷기가 지루한 방문객에게 희소식도 있다. 골목을 돌며 도보로 감상하는 벽화마을들과 달리 에코마을 벽화는 자전거로도 감상이 가능하다고 한다. 널찍한 마을 주차장과 골목들이 시원하게 길을 내주고 있기 때문이다. 대산미술관 관계자에 따르면 창원시의 지원을 받아 무료 자전거 대여도 곧 가능할 듯하다고 한다. 강바람 들바람이 어우러진 길을 달리며 시골마을 벽화를 감상하는 맛도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 될 것이다.

◆'찾아가는 문화활동-우리마을꾸미기'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의 '2013 찾아가는 문화활동- 우리마을 꾸미기' 사업으로 도내 8곳에서 벽화사업이 진행됐다. 남해군 고현면 오곡마을과 이동면 다천마을, 의령군 군청 인근, 양산시 원동면 용당리, 함양군 공설운동장, 창원시 동읍 판신마을, 함안군 칠원면, 하동군 하동공원 등이다.

 지난 8월 완성된 남해군 오곡마을 벽화사업에는 창작미술 동행회(회장 허영준) 작가 9명과 마을 어린이 등이 작업에 참여했다. 벽화 주제는 대대로 전해 내려온 마을굿인 릫오실집들이 굿놀음'으로 굿 과정이 다양한 필치로 그려졌다. 지역 전통문화로 마을을 홍보하고 주민들에게는 자부심을 갖게 하고자 향토사학자의 고증을 통해 완성됐다.

 단일 주제의 벽화로 마을 전체가 일년 내내 잔치 분위기를 자아낸다. 오실은 오곡마을을 가리키는 말로 릫오실집들이 굿놀음'은 마을 전통 농악놀이인데 올해 경남민속예술축제에서 최우수상을 받아 더욱 의미가 깊다.

 다천마을 벽화는 전통놀이인 용줄 댕기기와 풍물놀이, 각종 민속놀이를 주제로 그려졌다. 지난 5월 제작된 벽화작업에는 한국미술협회 경남지회(회장 김상문) 작가 9명이 참여했다. 마을 입구에서부터 마을회관까지 200m의 담장을 널뛰기, 그네 타기, 팽이치기, 굴렁쇠 돌리기 등 민속놀이에 빠진 아이들과 신명나는 풍물놀이 한판으로 꾸몄다. 마지막 마을회관 앞 벽면에는 용줄놀이 장면을 그려 넣어 마을축제 이미지를 완성, 시골마을에 활력을 불어 넣고 있다.

 역시 지난 5월 한국미술협회 경남지회 작품인 의령군청 인근 벽화는 도심에서 누릴 수 있는 여유를 표현하고 있다. 차가운 콘크리트 담장을 봄과 여름 풍경으로 풍성하게 채우고 있다. 거리를 활보하는 밝고 활기찬 시민들의 모습과 데이트하는 남녀의 모습은 군청 인근을 한층 젊어 보이게 만든다.
 양산 가야진사 부근의 기찻길 지하도 입구와  함양군 공설운동장 외벽에 그려진 벽화는 경남전업미술가협회(회장 천원식) 소속 작가 10명의 작품으로 지난 6월 제작됐다.

 양산 벽화는 기찻길 지하도 입구 위쪽을 기와지붕으로 꾸미고 좌우에는 물 위로 승천하는 용과 용신제를 지내는 제례 모습을 그려넣어 마치 호화스러운 대궐 문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함양군 공설운동장 벽화는 올림픽 종목을 주제로 축구, 배구, 농구, 태권도, 수영 등 다양한 경기 모습을 힘차게 그려 운동장에 한층 생동감을 더했다

 창원시 의창구 동읍 주남저수지 인근 판신마을과 함안군 칠원면 현대아파트 입구, 하동군 하동공원에는 경남불교미술인협회(회장 윤판기)가 작업한 벽화들이 제각기 개성 있는 분위기를 풍기며 오가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사람과 자연이 소통하는 마을을 주제로 한 이들 벽화는 편안하고 친숙한 이미지의 그림들로 불교예술인들의 따뜻한 마음과 정성을 느낄 수 있다.

 이들 찾아가는 문화활동의 벽화들은 비교적 짧은 시간의 소규모 작업으로 완성되긴 했지만 화가들의 자부심이 담긴 예술품으로 다양한 필치와 기법을 가미, 시각적인 환경개선 효과는 물론 공공미술로서의 역할도 유감없이 하고 있다.   

   황숙경 기자 hsk8808@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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