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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주한미국대사관 주최로 열린 한미여성세미나에 초청받아 1박 2일 일정을 다녀왔다. 미국의 여성과 한국의 여성들이 한자리에 모인 세미나였던 만큼 통역사가 배치되었고, 통역기도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눠주었다. 또한 그룹 토의 때에는 테이블마다 통역사가 자리하여 의사 소통에 있어 별다른 문제를 느낄 수조차 없도록 지원해 주었다. 덕분에 1박 2일 동안 서로의 문화와 여성인권에 관해 다양한 사례를 접할 수 있었고, 토론도 가능했다.
관계자에게 "통역 가능한 분이 많으셔서 쉬는 시간에도 미국여성들과 대화를 할 수 있어 좋았다"는 인사를 드렸더니, "양국 여성 리더들의 의견을 듣고 소통하자고 모인 자리인데, 당연히 통역에 불편이 있으면 안 되죠. 소통에 불편이 없었다니 저희가 감사합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창원시 '장애인활동보조 이용자 간담회'에서 벌어진 사건과는 참으로 대조적이다. 활동보조를 이용하는 중증장애인 중에는 언어장애, 경직, 마비, 시청각장애 등으로 일상생활 보조가 필요한 사람들이 많다. 특히 이번 '장애인활동보조 이용자 간담회'는 활동보조 시간 추가 예산삭감에 대하여 이용자의 동의를 구하는 시청 측 주최 회의였던 만큼, 1시간의 보조도 아쉬운 중증장애인의 관심을 받고 있는 회의였다. 그래서 활동보조제공 기관별로 2명씩 참가신청을 받았고, 대다수가 중증장애인 참여자였을 것은 예상되는 상황이다.
그런데 활동보조인들의 출입이 거부당했다. 이에 대해 창원시의 입장은 원활한 회의진행을 위해서였다고 한다. 당일 장애인 부모들이 다수 회의장에 들어왔고, 이들에게 이용자 간담회이니 나가달라고 부탁하는 과정에서 "그러면 활동보조인들은 어떻게 회의에 참여하느냐"는 몇몇 부모들이 항의해서 취한 조치였다는 것이다.
제대로 된 공무원이라면, 활동보조인이 함께 참여해야 하는 이유를 부모들에게 설명했어야 했다. 더 나아가, 일부 부모들도 참여하도록 했다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
언어장애가 있는 이용자는 소통 가능한 활동보조인들의 의사전달 보조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마치 영어를 모르는 사람에게 영어로 말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 그런데 이런 이용자들에게서 활동보조인을 분리한 것이다. 이것은 마치 창원시가 활동보조 시추가 예산삭감 경위를 일방적으로 설명하고, 이용자의 의견은 듣지 않겠다는 의도와 다름없다.
게다가 문까지 잠갔다. 바깥에 있는 활동보조인이나 부모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할 조치였다 해도 문제가 될 텐데, 회의장 안에는 혼자 움직이기 어려운 다수의 장애인이 있었다. "문을 잠그는 걸 봤어요, 그래서 무서워서 더욱 아무 말도 못했어요"라는 한 장애인의 증언은 당시 상황이 어떠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조에 대한 명백한 법률위반 행위이지만, 그보다 더 부끄러운 것은 21세기에 경남의 중심도시인 창원시청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것이 우리를 더욱 초라하게 만든다.
나는 주한미국대사관 세미나에 개인통역사를 데려가지 않았어도 영어를 못한다고 의사소통에서 차별받지 않았다. 그리고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이라고 접근성에서도 차별받지 않았다. 그런데 내가 사는 창원에서는 중증장애인 개개인들이 활동보조인을 데려갔음에도, 창원시의 활동보조인과의 분리조치를 통해 직접차별을 당했다. 이 사건은 어떤 변명을 한다 해도 명백한 차별이다.
송정문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대표
[여성논단]영어를 못해도 미국인과 대화하는 세상에
http://www.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451435 - 경남도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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