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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가치를 중요시하는 정책 지표가 개발됐다. 바로 '문화영향평가'다.
낯선 개념인 것 같지만 '환경영향평가'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환경영향평가가 정부의 대형 국책사업 계획 수립 시 자연환경과 사회·경제적 환경에 미치는 해로운 영향을 예측하고 분석한다면, 문화영향평가는 정책 사업이 지역 간 문화 격차, 국민의 문화향유수준 등 삶의 질에 미치게 될 영향을 평가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달 8일 문화영향평가 제도 시범사업 시행 계획을 발표했다. 올해 12월까지 시범 평가를 할 예정이다.
문화영향평가 제도의 성격과 국외 사례를 정리하고, 진행 상황을 점검해 본다.
◇문화영향평가 도입 배경과 의의, 한계 = 지난해 12월에 제정된 문화기본법이 지난 3월 31일 자로 시행되면서 '문화적 권리'를 법으로 보장받는 시대가 열렸다.
문화기본법 제5조(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 4항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각종 계획과 정책을 수립할 때 문화적 관점에서 국민의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이하 문화영향평가)하여 문화적 가치가 사회적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문화영향평가에서 말하는 문화란 기존의 문화예술과 문화유산을 중심으로 한 협의의 개념이 아닌 광의의 개념으로 '국민의 삶의 질'의 가치를 높이는 개념이다.
문화영향평가 제도의 성격은 목적을 고려했을 때 규제적 성격보다는 문화의 선 가치를 확산한다는 취지에서 규범적 성격을 띤다.
예를 들어 환경영향평가나 교통영향평가는 규제적 성격이 강하다. 평가의 결과가 사업 허가·인가·승인 등 행정 행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반면 규범적 성격을 갖는 대표적인 영향평가로 성별영향평가와 고용영향평가가 있다. 정책이 성별 형평성에 얼마나 부합한지, 고용의 양과 질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지를 평가한다는 점에서 합리적 개선을 유도한다.
규제적 성격이 강한 환경영향평가의 경우 제도적 틀 안에서 사업 제재가 가능하지만, 문화영향평가는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문화영향평가 사례 = 문화영향평가 사례는 국외에서 찾아볼 수 있다. 크게 3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별도의 문화영향평가가 있는 경우, 제도 내 영향 평가가 포함된 경우, 도시를 설명하는 기본 지표로 사용하는 경우다.
뉴질랜드 '클러타 지구 폐수배출 문화영향평가'와 미국 '뉴욕 오렌지카운티 문화영향평가'가 별도의 문화영향평가를 도입한 대표적인 사례다.
뉴질랜드는 개발사업을 대상으로 역사적·지리적 여건과 문화영향평가를 시행하는데, 문헌조사를 포함해 현장조사를 기본 원칙으로 한다.
뉴욕의 오렌지카운티 문화영향평가는 시민의 문화적 삶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 평가로 문화예술인과 시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인터뷰·공개토론회 방식으로 문화적 요구 조사를 벌인다.
홍콩은 환경영향평가 제도 안에 문화유산영향평가가 포함된 유형이다. 개발 사업을 대상으로 문화유산을 보호하는 평가지침이 별도로 마련돼 강력한 기준으로 규제한다.
호주 '로간 문화계획지도' 정책은 문화적 자산, 문화관련 단체, 활동과 이벤트, 정체성 4개 분야로 구성해 통계조사를 통해 도시 정보를 구축하고 있다.
◇도시재생사업, 문화영향평가 몇 점 받을까? =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달 8일 발표한 문화영향평가 시범 평가 대상 4개 사업은 △문화로 행복한 학교 만들기 △폐산업시설 문화재생 사업 △행복주택프로젝트 △도시재생사업이다.
가장 눈여겨볼 만한 문화영향평가 대상은 국토교통부에서 진행하는 '도시재생사업'이다.
도시재생사업은 상대적으로 낙후된 기존 도시에서 새로운 기능을 도입하고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경남에서는 지난 4월 창원시가 '도시재생 선도지역'으로 지정된 바 있다.
창원시가 추진 중인 마산 오동동을 중심으로 한 도시재생사업이 문화영향평가 대상에 선정된다면, 해당 사업이 문화적 관점에서 해당 지역민의 삶에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는지 가늠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창원시 도시재생사업이 문화영향평가를 받을지는 미지수다.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여가정책과 담당 사무관은 <경남도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각 부처별 사업 대상지를 파악 중이다. 해당 사업 전체가 포함될 수도 있고, 지역별로 선정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에 꾸려진 문화영향평가단은 4개 사업별로 민간 전문가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자들로 구성돼 있다. 문화인프라, 문화예술 관련 재정, 문화격차 등을 중심으로 기존 사업들을 평가한다.
올해 시범평가를 통해 문화영향평가 대상, 선정기준, 평가지표 등이 확정돼야 내년도 지침이 마련되니 보다 발 빠르고 정확한 평가로 국민의 문화기본권 보장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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