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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박물관 '한국 근대 미술품 수장가'강연…'민족대표'오세창 선생, 미술품 일본 반출 막아내
"우리나라 근대 미술의 시작과 끝은 오세창 선생입니다."
김상엽 문화재청 문화재위원(미술학자)은 지난 28일 오후 2시 거창박물관에서 열린 '위대한 유산-한국 근대의 미술품 수장가'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연구공간 '파랗게날'이 주최한 '고택에서 듣는 인문학' 38번째 강좌였다.
그는 독일 역사학자 랑케가 고대 역사의 원류가 로마였다는 의미로 '로마는 호수다'라고 말했듯이, 근대 한국 미술에서 오세창 선생이 바로 호수 같은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오세창(1864~1953) 선생은 추사 김정희의 제자 오경석의 아들이다. 그는 언론인, 천도교인, 독립운동가, 민족지사, 서화가, 감식가, 미술이론가 등 예술분야에서 민족사회의 구심점이자 당대 최고의 권위자였다. 간송 전형필의 멘토이기도 했다.
민족대표 33인으로 활약하다 서대문 형무소에 수감된 오세창 선생. /연합뉴스 |
김 위원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인이 우리 고미술품을 대거 반출하자 이를 막고자 나선 이가 오세창 선생이었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물건이 다 흩어져 버렸다"고 말했다.
한국 근대 미술품 수장가의 대표격인 간송 전형필(1906~1962) 선생에 대한 설명도 잊지 않았다. 그는 "간송은 동대문시장의 상권을 장악한 후손이다. 처음에 북한에 있던 금싸라기 땅을 팔고 도자기를 구입하자, 이를 본 사람들은 손가락질을 했다. 하지만 지금 보면 북한에 있는 땅을 팔고 도자기를 샀기에 도자기는 남아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전형필 선생은 전 재산을 기울여 일본에 미술품이 유출되지 않도록 노력했다.
오세창, 전형필 선생과 반대로 친일을 가리려고, 투기를 위해 미술품을 모은 수집가도 많았다.
김상엽 위원은 "미술품 수장가 연구는 해당 시대의 감식안과 미감의 수준, 미술작품 선호도 등을 알 수 있어서 중요하다. 이들의 수집 방향과 취향 등에 대한 분석이 진행되면 한국 미술사는 물론 문화, 사회사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다"고 전했다.
▲ '파랗게날' 인문학 강좌 일정 안내. |
한편 연구공간 '파랗게날'은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 지리산·덕유산·가야산 자락 우리 곁의 명승 고택을 찾아 '고택에서 듣는 인문학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앞으로 오는 28일 윤구병 농부철학자의 '다스림은 다살림', 4월 25일 이상택 국문학자의 '구운몽, 인생은 한 토막의 꿈', 5월 30일 학술토론회 '떠오르는 오성홍기, 중국을 다시 본다', 6월 27일 염무웅 문학평론가의 '한국 문학을 위협하는 순수의 망령', 7월 25일 성낙주 석굴암미학연구소장의 '석굴암의 맨얼굴을 찾아서', 8월 29일 '만남: 빨치산과 토벌대', 9월 19일 강만길 한국사학자의 '분단시대의 역사를 위하여', 10월 31일 '그리고 우리 시대 깊고 넓은 이야기(이상우 영화감독 강연 등)', 11월 28일 김승룡 한문학자의 '옛 글에서 다시 찾은 사람의 향기', 12월 26일 박태일 국문학자의 '백석, 어디 있는가?' 등의 강좌를 열 계획이다. 문의 010-9257-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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