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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릿고개와 나눔의 미학- 김형열(NH농협은행 경남영업본부장)

작성자
왕혜원
작성일
2015.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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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조회수
987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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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이 풍족해질수록 ‘보릿고개’라는 단어가 예사롭지 않게 다가오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요즘 젊은세대에게는 익숙하지도, 이해하기도 힘든 단어지만 한두 세대만 거슬러 올라가도 낯선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농사가 근본이 더 짙었던 삼국시대는 어땠을까? 기록에 의하면, 이 시절부터 국가에서 빈민구호 조치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평시에 곡식을 저장해 두었다가 흉년에 빈민에게 무이자로 곡식을 빌려주던 제도가 그것이다. 이것이 ‘경제(經濟)’와 ‘금융(金融)’의 시작이 아니었을까?

금융기관은 누군가의 강요가 아닌 구성원들의 필요에 의해 생겨난 기구이다. 그 예전 보릿고개를 맞아 허덕이는 빈민을 불쌍히 여겨 무이자로 곡식을 빌려주었던 국가의 마음에서 알 수 있듯 시대를 공유한 구성원들의 아픔을 볼 수 있는 것이 경제의 한 주축인 금융, 그리고 금융의 주축인 은행의 사회적 책임의 첫발이라 여겨진다.

지금도 은행을 비롯한 많은 금융기관들이 나눔과 사회공헌이라는 이름하에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경제교육, 진로개발, 취업지원 등 청소년들의 꿈과 재능을 키워 갈 수 있는 청소년 지원프로그램을 운용하는 등 나눔의 종류도 더욱 다양화되고 있다.

이렇게 많은 나눔과 사회공헌활동을 하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다소 미흡하다”, “형식적이다”라는 지적을 하기도 한다. 이는 아마도 마케팅이나 홍보에 치중한 나머지 진정성이 부족하거나 금융기관에 대한 시대적인 책임과 사회 구성원들의 기대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중국 속담에 ‘하루가 행복하려면 낚시를, 일년이 행복하려면 유산을 받으면 되지만, 평생을 행복하려면 남을 도우라’는 말이 있듯이 진정한 나눔 문화가 확산되면 사회 구성원 모두가 ‘아름답고 행복한 동행’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사회적·시대적 기대에 발맞춰 금융기관들이 ‘진정한 나눔의 미학’을 먼저 실천할 때다.

우선 경영의 방향과 비전(Vision)을 새로이 했으면 좋겠다.

종전에는 영업하고 이익의 일부를 사회에 공헌하는 방식이었지만, 이제는 경영의 필수요소이자 더 나아가 비전으로 인식해야 한다. 과거 외환위기와 저축은행 사태에서 알 수 있듯이 고객이 잘못되면 금융회사도 잘못될 수밖에 없다. 단기적으로 수익을 낼지 몰라도 결국 함께 망하는 길이다.

다음으로 따뜻한 금융을 했으면 좋겠다.

경제 환경이 좋을 때는 돈 빌려가라고 해놓고 환경이 나빠지면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서 빌려준 돈도 회수하는 ‘비올 때 우산 뺏는 식’의 금융은 지양해야 한다. 어려운 때일수록 함께 고민하고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냉철한 머리가 아닌 따뜻한 가슴으로 생각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일회성 생색내기 또는 마케팅과 연계된 사회공헌이 아닌 경쟁과정에서 상처받거나, 소외받는 계층을 치유하는 진정한 나눔과 사회공헌을 했으면 좋겠다.

기업인과 중소상인 등 만나는 고객들마다 하나같이 어렵고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보릿고개와 함께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는 진정한 나눔의 아름다움이 더욱 절실해지는 계절이다.

김형열 (NH농협은행 경남영업본부장)
 
 
 

[경남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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