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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人사이드] 감성빈 조각가

작성자
이효진
작성일
2016.03.15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907
내용

[예술人사이드] 감성빈 조각가

_“사람과 사람의 아픔 연결해 응어리진 슬픔을 빚고 싶어”, 창원 북면서 소 키우며 작품 활동,개인적 아픔 등을 작품으로 표현

 

 

 

 

기사입력 : 2016-03-14 22:00:00

슬픔을 빚는 사람이 있다.

사고로 피붙이를 잃었고 그는 가혹한 운명 앞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 그 시간을 뒤로한 채 시간이 지나도 옅어지지 않는 기억을 재료로 그는 슬픔을 빚는다.

감성빈(33) 작가다.

  • 메인이미지
    감성빈 작가가 그의 작업실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이제 그는 자신의 손으로 다른 사람과 또 다른 사람의 아픔을 ‘연결’해주는 다리가 되고자 한다. 가슴 한편에 아픔이라는 고리를 가져 사람은 서로 연결될 수 있다고 믿고 있기에. 한 사람의 응어리진 슬픔을 아파하고 끌어안는 것이 사람이 가진 가장 아름다운 마음이라고 여기기에. 그를 만나러 갔다.

  • 창원시 의창구 북면 대산리. 젖소 60마리가량이 있는 한 축사를 찾아갔다. 축사 바로 옆에는 축사를 개조한 30평 남짓한 크기의 작업실이 있다. 창문이 달려있지만 꽃샘추위에 다리가 덜덜 떨리는 추운 작업실. 아침에 세수도 못했다며 머쓱한 듯 머리를 긁적이며 그가 들어왔다. 소 여물을 주고 오는 길이란다. 익숙한 듯 장화를 벗고 작업용 신발로 갈아신는다. 소를 키우고, 미술대학원을 다니면서 올해 5월에 열리는 아시아미술제 기획까지 맡아 그는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만큼 바쁘다.

    그는 “해외 레지던시도 도전하고 싶었지만 소가 제동을 걸었다”며 멋쩍은 듯 웃으며 말했다.

    이번달 말을 시작으로 전시회도 몇 차례 열 예정이고, 하반기에는 차세대 유망 예술인 지원 선정작가 보고회도 열어야 한다. 그는 주위에 소처럼 우직한 사람으로 정평이 나 있다. 소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운명이다.

    감성빈 작가는 2006년 중국으로 건너가 베이징중앙미술학원 조소과를 졸업했다. 베이징 생활에서의 영향 탓인지 그의 조각 작품은 이국적이다.

    작품 속에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이 일어나고 있는 가자 지구에서 폭격에 숨진 아이를 부둥켜 안고 우는 아버지, 슬픈 눈빛을 지닌 베이징의 농민공(농촌을 떠나 도시에서 일하는 빈곤층 노동자) 등이 등장한다. 그를 모르고 그의 작품만 봐온 사람들 가운데에는 외국 작가인 줄 아는 사람도 더러 있다.

    그는 “내 나라가 아닌 곳에서 있었으니까 소속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이방인 같은 느낌이랄까. 베이징은 특히 다양한 민족들이 다 모인 곳이니까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었다”며 “인간상에서 만큼은 인류 보편적인 걸 그려내려고 한다. 슬픔을 표현할 때도, 나와 우리나라에 국한시키지 않고 넓게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2013년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개인적 슬픔이 있었다. 고향으로 돌아와 부모님을 모시고, 소를 키우며 살아야 하는 운명이 그의 앞에 닥쳤다. 견디기 힘든 자신의 슬픔을 타인, 세계의 슬픔으로 빗대 빚었다. 그렇게 ‘연결’하며 감성빈은 슬픔을 끌어안고 내면의 ‘치유’를 얻기 시작했다. 돌로 사람과 사람을 하나로 연결한 작품 시리즈의 제목도 ‘연결고리’다. 그는 “비극이 터졌을 때 가슴이 저리고 아프듯이 다른 사람의 슬픔을 보면 끌어안게 된다. 그게 사람이 가지고 있는 가장 아름다운 마음인 것 같다”고 운을 뗀 뒤 “내 슬픔을 간접적인 대상을 통해 빚으며 보기 시작한 순간, 세상의 많은 슬픔이 보였다. 세상에 존재하는 슬픔들을 계속 보여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축사 옆 작업실을 빠져 나오는 길. 잠시 멈춰보라고 하더니 우유 한 통을 건넨다. 그런 그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사람들에게 ‘작가’라고 불리고 있으니 꿈을 이룬 셈입니다. 내가 하고 있는 작업에 의문이 생기는 순간도, 경제적으로 더 힘들어지는 순간도 분명 오겠지만 앞으로도 계속 정직하게 작품을 만들고 꾸준히 전시를 하고 싶습니다.”

    글·사진= 도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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