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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석(83) 원로시인이 창원시 마산합포구 산호동에 ‘문화공간’을 만들었다.
시인이 60년가량 문단 활동을 통해 수집한 자료를 한데 모았는데, 이름은 호(목영)를 따 ‘목영서헌(木影書軒)’으로 지었다. 팔순의 시인은 그동안 이 공간을 준비하느라 힘들었을 법도 한데 홀가분해 보였다. 그는 “온 집이 평생을 모은 자료들로 가득하니 가족들이 얼마나 불편했겠어요. 가족들이 이해해준 덕에 묵혀둔 책들이 빛을 쐴 기회를 얻었네요”라고 웃어 보였다.
25평 남짓한 공간에 들어서니 누렇게 색 바랜 책들이 시선을 끌고 특유의 오래된 책 냄새가 코끝에 맴돈다. 집에 있는 책 5000여 권 중에 3000여 권을 이곳으로 옮겨왔다. 앞으로 집에 있는 책들과 번갈아가며 보관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책장 사이사이 글 쓰는 데 영감을 준다는 북과 징, 탈 등이 걸려 있다. 찬찬히 공간을 둘러보니 귀중한 자료가 곳곳에 눈에 띈다. 1946년 출간된 박목월·조지훈·박두진 등 3명의 청록파(靑鹿派) 시인이 펴낸 ‘청록집’ 창간호는 헌책방에서 구입해뒀던 것이라고 했다. 종합 문예지와 동인지의 창간호를 비롯해 도내 문인들의 작품들도 빼곡히 꽂혀 있다. 이 책들은 모두 서점과 헌책방에서 구입하거나 문우들로부터 받았다고 한다. 이밖에도 문신 선생이 파리에서 유학할 당시 주고받았던 엽서와 정진업, 전혁림, 김춘수, 서인숙 등 동료들과의 기념사진 등 활동 당시 교류했던 지역 예술인들의 흔적도 만나볼 수 있다.
본지 주필을 맡는 등 언론인으로 긴 생활을 한 이 시인은 칼럼집 모음과 기사 쓰는 방법을 설명해 놓은 책을 전시하는 데 책장 두 개를 할애했다. 또 1980년대 당시 정부의 1도 1사(1980년 군부 정권의 언론통폐합 정책에 따라 1개 도(道)에 1개 신문사만 운영하도록 한 정책)의 영향으로 문을 닫게 된 국제신문의 종간호(1980년 11월 25일자) 등 신문박물관을 방불케 하는 자료들이 즐비하다.
백발의 시인은 여전히 문예지로부터 청탁받아 한 달에 한 편 이상의 시를 발표하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 시인은 따뜻한 봄이 오면 이 공간을 다양하게 운영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시인은 “마산문단을 사랑한 시민과 동료 문우들이 사랑방으로 쓸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며 “또 의미 있는 자료가 많은 만큼 관심 있는 사람이 있다면 언제든 방문해도 좋다”고 말했다.
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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