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전시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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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 들어온 돌봄, 몸짓으로 드러내다
경남도립미술관 ‘돌봄사회’展 연계 ‘라이브 퍼포먼스’ 현장 가보니
조영주 작가·이민경 안무가 등 참여
코로나 시대 돌봄 의미 담아 ‘행위 예술’
‘돌봄’이라는 단어는 우리의 일상 깊숙이 들어와 있다. 유아나 장애인, 어르신 등 홀로 자립하지 못하는 특정 대상에게 사용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상호의존이 본질적인 삶의 전제조건이 된 요즘, 모든 이가 태어나 죽음에 이를 때까지 돌봄을 경험한다.
지난 17~18일 경남도립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돌봄사회’의 연계 프로그램으로 ‘라이브 퍼포먼스’가 열렸다. 작가의 작품인 ‘휴먼가르텐’을 재구성해 전시실을 무대로 펼쳐졌다. 재난의 일상화 속에서 ‘돌봄’에 대한 의미를 사유해보는 이벤트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지난 17일 경남도립미술관에서 열린 조영주 작가의 라이브 퍼포먼스 ‘인간은 버섯처럼 솟아나지 않는다’ 한 장면./경남도립미술관/사전예약제로 진행된 이날 퍼포먼스의 이름은 ‘인간은 버섯처럼 솟아나지 않는다’였다. “구조물에 자유롭게 앉거나 서서 자유롭게 관람하시면 됩니다”라는 멘트와 함께 권택기, 명지혜, 임은정, 홍준기 네 명의 행위예술가가 몸짓을 시작했다. 원통 네모, 세모 등 하얀색 구조물이 위태롭게 이어져 있다. 행위예술가 네 명은 각각 눈이 보이지 않거나, 팔 또는 다리를 쓸 수 없는 설정으로 때로는 협력하고 때로는 경쟁하며 고난을 헤쳐나간다. 몇 차례 시도 끝에 무사히 옆 구조물로 건너왔다고 안도할 찰나, 앞장서 개척하는 이가 땅으로 추락했다. 정적이 흐른 후, 남은 이들은 슬퍼할 틈도 없이 다음 구조물로 향했다. 온 힘으로 전진하던 이들이 하나 둘, 낙오하고 결국 홀로 출발점으로 돌아온다. 떨어지면 죽는 ‘오징어게임’이 오버랩된다. 누군가에겐 유희가 되는 것이 다른 이에겐 생사의 갈림길이 된다는 점에서 느끼는 바가 크다. 25분 남짓한 시간, 어떠한 음향장치 없이 고스란히 행위예술와 관객들의 숨소리만 들렸지만 긴장감과 몰입도가 엄청났다. 이 전시에 참여한 조영주 작가가 이민경 안무가와 함께 돌봄 과정에서 생겨나는 신체성과 그것의 모호성, 다의적인 지점들을 실험하기 위해 준비한 라이브 퍼포먼스였다.
지난 17일 경남도립미술관에서 열린 조영주 작가의 라이브 퍼포먼스 ‘인간은 버섯처럼 솟아나지 않는다’ 한 장면./경남도립미술관/흔히 미술관에서 보는 회화나 조각과 같이 고정된 형태의 완성작이 아니라 현장에서 이뤄지는 순간의 행위로 구성됐다가 사라지는 퍼포먼스의 특징상 비물질적 개념과 행위, 그리고 과정에 기반을 둔 예술 실천과 관람객의 창의적 개입이 중시된다. 조 작가는 “라이브로 진행되다 보니 돌발상황이 발생할 수 있지만 오늘은 대체로 계획된 지점에서 낙오가 이뤄지는 등 큰 틀은 그대로 유지됐다”고 말했다.
퍼포먼스가 끝나고 관객의 박수가 이어졌다. 시공간을 공유했다는 데에서 오는 묘한 동질감과 자발적인 참여가 주는 의미가 남달라서였으리라. 타자의 불완전함에 무관심하던 내가 다시금 서로의 존재를 느끼고 함께하는 삶에 대한 의미를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한편, 동시대 미술을 통해 돌봄의 구조와 현재적 가치를 생각해 보게 하는 동시대미술 ‘돌봄사회’展은 비장애 중심주의, 돌봄 노동의 불안정성, 환경오염 등을 3개국 6명의 작가들이 저마다 창의적인 방식의 돌봄에 대한 고민과 질문으로 풀어낸 작품들로 꾸려져 있다. 전시는 내년 2월 6일까지.
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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