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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북경 '문자문명전'을 가다…한국·중국 작품 130점 전시 |
데스크승인 2012.05.15 | 김민지 기자 | kmj@idomin.com |
#1 지난 1988년 창원 다호리 논바닥. 그곳에서 약 23㎝ 길이의 붓 다섯 자루가 출토됐다. 이는 문명의 척도인 문자가 기원전 수세기부터 한반도 남부에서 사용됐다는 것을 말해줬다. 지난 2009년 창원 성산아트홀. 다섯 자루의 붓을 모티브로 한 전시 '문자문명전'이 열렸다. 단순한 서예전시가 아니었다. 문자를 주제로 서예와 현대미술을 넘나드는, 단순한 의미전달이 아니라 미학적으로 풀어내는, '문자문명의 끝자락, 서예는 무엇을 논해야 하는가?'라는 화두를 던졌다.
#2 "중국에 전시하는 기존 한국 서예가들의 작품을 자주 봤는데, 이번 문자문명전에 출품된 작품은 전통 서예라기보다는 현대적인, 특히 회화적 요소를 많이 가미한 서예작품이 많아 인상이 깊었다." 증상 중국 문화부 국가예술연구원 서법예술과 주임교수 겸 중국서법원 부원장은 지난해 열린 '문자문명전'을 보고 즉석에서 이듬해 북경으로 한국 작가들을 초대하고 싶다고 했다. 서법의 본고장인 중국에서 한국, 즉 창원서 열리고 있었던 '문자문명전' 의미를 높게 평가한 것이다.
#3 지난 8일 문자문명 북경전 여는 행사가 북경 중국예술원 중국서법원 미술관 1층에서 열렸다. 이번 전시는 한·중 수교 20주년을 기념해 한국문자문명연구회(회장 김종원)와 중국서법원이 주최하고 주중한국대사관 한국문화원(원장 김진곤)과 중국 문화부가 후원했다. 이돈홍과 정도준, 손동준, 김성태, 정대병, 이병남, 박금숙 등 한국 작가 22명의 작품 60점과 왕용, 소암, 이강, 장여지 등 중국 작가 25명의 작품 70점이 10일까지 전시됐다. 여는 행사에는 이규형 주중한국대사와 김진곤 한국문화원장, 왕문장 중국문화부 부부장, 왕용 중국서법원장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작품을 관람하고 있는 증상 교수, 왕용 중국서법원장, 김종원 한국문자문명연구회 회장(왼쪽부터). /김민지 기자
우리가 알고 있던 서예가 아니었다. 단순히 누구의 글씨를 베낀 작품이 아니었다. 문자 본연에 대한 탐색과 미학이 작품에 오롯이 담겨 있었다. 중국 북경에서 열린 '문자문명전'은 해독이 필요한 '읽는' 전시가 아닌 해독이 필요 없는 '보는' 전시였다.
660여㎡의 중국서법원 4층 전시실 한쪽 편은 중국 작가 작품들로, 다른 쪽은 한국 작가 작품들로 채워졌다. 전시는 3일간 열렸다.
"중국에서 열리는 서예전시는 원래 짧은 편이다. 전시가 열리기도 전에 작품을 사거나, 전시가 끝나도 작가에게 연락해 작품을 사는 사람이 많다. 한국과 달리 서예 작품에 수요층이 두텁다"고 김성태 서예가는 말했다. 실로 중국 서예가 작품은 몇백만 원은 물론이고 몇천만 원에서부터 몇억 원까지 거래가 된다. 서예가도 많을뿐더러 건물 어디를 들어가나 서예작품 1점이 꼭 걸려 있을 정도로 수요자도 많다. "산동성만 해도 몇 년 만에 서예과가 여섯 군데나 생겼다. 그러니 서예가가 많을 수밖에 없고 예로부터 서예작품이 잘 팔렸다"고 유수안 북경 수도사범대학 서예과 교수는 설명했다.
'문자문명전'에 작품 두 점을 출품한 왕용 중국서법원장의 힘은 대단했다. 그가 가는 곳이면 족히 몇십 명이 되어 보이는 사람이 뒤따랐다. 곳곳에선 카메라 플래시가 터져 나왔다. 그는 '문자문명전'을 찬찬히 살펴본 후 기자에게 "문자에 대한 중국과 한국 작가의 탐색이 새롭다. 서예에 대한 전통적인 생각과 현대적인 생각이 각기 다르게 표현돼 고루하지 않다. 재밌는 시도다"라고 말했다.
김종원 작.
문명의 척도인 문자, 이러한 문자의 역사가 현대에 이르러 어떠한 미학적 근거를 통해 표현 예술로서 자리 매김하고 미래를 창조할 수 있을까? 디지털 문명은 문자를 거추장스러운 것으로 만들고 탈문자 시대를 도래케 하는데, 서예는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북경서 열렸던 '문자문명전'은 그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었다. 서예는 붓글씨지만 '문자예술이다'라는 것을 보여줬다. 서예 작품을 보는 데 그림을 보는 것 같고, 그림을 보고 있는데 서예 작품을 보는 것 같았다. 읽지도 못하는 난해한 한자를 나열해 놓은 단순한 서예전이 아니었다. '서예라면 이것이다'라는 고정관념에서도 벗어났다.북경 중국예술원 중국서법원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중국서법의 전승보호 기구이자 국가 서법창작 연구기구다. 김종원 한국문자문명연구회 회장은 "서법원 같은 중국 국가 기관에서 교류전을 제의한 것은 '문자문명전'이 동아시아의 예술적인 전통성과 미래적인 발현성을 함께 갖춘 전시임을 인정한 것"으로 풀이했다. 김진곤 한국문화원장도 "한·중 수교 20주년을 기념해 50여 가지 문화행사가 열리지만 대부분 우리 쪽에서 먼저 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중국에서 먼저 제안한 이번 '문자문명전'은 서예의 미학적인 차원뿐만 아니라 양국 문화교류의 방향과 협력모델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문자문명의 미학적인 발현에 초점을 맞췄다. 작품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읽는 것이 아니라 보는 서예, 느끼는 서예다"라고 증상 중국 국가예술연구원 주임 교수는 설명했다. 중국 서예가 이강도 "중국과 한국의 서예교류전은 많다. 하지만, 정형화된 틀을 탈피해 문자에 대한 모든 장르가 어울려 있는 전시는 처음이다"라고 치켜세웠다.
문명의 척도인 문자의 기존 역사를 새로 쓰게 한 창원 다호리 출토 붓, 그것을 모티브로 한 '문자문명전'이 서법의 본고장 중국 북경에서 3일간 열렸다. 서예의 현대화, 나아가 동아시아에 국한되어온 서예문화를 세계화할 수 있을까? 바다 한가운데 '외딴섬'처럼 자리 잡았던 한국 서예를 육지와 연결해 주는 다리 역할을 했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 취재는 한국문자문명연구회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서예 본고장 마음 홀린 한국 서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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