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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경 기자와 함께하는 미술산책] 장영준 화백 특별초대전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2.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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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0
조회수
1466
내용
돌가루로 그린 ‘호국의 꽃’
돌의 질감과 색채를 그대로 살려 그린 ‘석채화’

 

장영준 作 ‘호국화’. 백자 항아리에 수십개의 훈장이 꽃다발처럼 꽂혀 있다. 백자에 새겨진 용은 호국영령을 지키는 수호신을, 훈장다발 위 밝은 빛을 띤 원형은 훈장을 받지 못한 수많은 호국영령들을 의미한다.

경남은행 본점 KNB아트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장영준 특별 초대전./전강용 기자/



#전 세계가 전쟁의 광란에 휩싸여 있던 1945년, 장영준이라는 한 한국인 소년이 있었습니다. 8월 어느 날, 소년이 살던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투하되었고 소년은 가족을 찾아 폐허가 된 도시를 돌아다녔습니다. #1950년, 소년은 청년이 되었습니다. 청년의 조국은 이념에 따라 남과 북으로 나뉘어 서로를 할퀴었습니다. 청년 또한 총을 들고 전장을 누벼야 했습니다. #시간은 흘러, 청년은 돌을 빻아 접착제와 혼합시켜 색을 입히는 석채화 작가가 되었습니다. 장년이 된 그는 전에 없이 자주 코피가 터지고 숨이 가빠 작업이 여의치 않았습니다. #화가는 이제 노인이 되었습니다. 그는 골수가 혈액을 효율적으로 만들지 못해 생기는 병인 ‘골수형성이상증후군’을 앓고 있습니다. 이것이 소년 시절 겪은 피폭의 후유증이라는 것을 안 노인은 일본 나가사키 시(市)를 상대로 4차례의 소송을 벌였지만 모두 각하되었습니다.

6·25전쟁일 다음 날인 지난달 26일, 창원 파티마병원에 입원 중인 장 화백을 병실에서 만났습니다. 그는 거친 호흡을 가다듬으며 최근작인 ‘호국화’를 설명하기 여념이 없었는데요. “서로가 옳다 우기고, 더 많이 가지려 싸우는 이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려 그렸지요.” 150호에 달하는 ‘호국화’는 1989년 시작해 2006년이 되어서야 완성된 석채화입니다. 석채화는 돌가루의 다양한 색채를 그대로 살려 그리는 그림으로 약 400년 전 인도에서 시작돼 중국을 통해 우리나라로 유입됐다고 하네요. 돌의 질감이 그대로 느껴지는 거친 표면이 만들어낸 몽환적 분위기가 보는 이의 마음을 뭉근하게 끄는 그림입니다.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을 상징할 만한 소재로 훈장이 제격이라는 생각이 든 장 화백은 국방부에 수소문해 무궁화대훈장을 비롯한 무공, 건국, 체육, 산업 훈장 등 수십 종의 훈장 사진을 모았습니다. 이를 본따 밑그림을 그린 그는 수시로 진해 바닷가와 도랑에 나가 색색깔의 돌을 채취했습니다. 채취한 돌은 절구에 넣어 낱낱이 바수었고, 체에 걸러 모래알처럼 고운 입자, 중간 입자, 굵은 입자로 나누어 약숟갈로 떠내어 분리시켰습니다. 그리고 각 입자에 접착제를 혼합시켜 밑그림에 색을 입혔습니다. “몸이 좋지 않다 보니 몇 시간만 작업하면 극심한 두통에 시달려야 했어요. 그래서 완성까지 이렇게 긴 시간이 필요했지요.”

‘호국화’에는 수십 개의 훈장이 꽃다발처럼 백자 항아리 한가득 꽂혀 있습니다. 백자에 새겨진 용은 호국영령을 지키는 수호신을, 훈장다발 위에 밝은 빛을 띤 원형은 훈장을 받지 못한 수많은 호국영령들을 의미한다고 하는데요. 사실 ‘호국화’는 장 화백이 즐겨 그린 국화와 모란, 장미 등 꽃그림과는 매우 이질적인 작품입니다. 그는 아름답게만 보이는 꽃그림에 ‘영원할 것 같은 아름다움도 며칠을 못 가니, 충실히 현재를 살라’는 뜻을 담았다네요. 영원성을 지닌 돌이라는 소재로 곧 변해버릴 아름다움을 그린 ‘역설의 미학’이 빛나는 대목이었습니다. 이는 급변하는 역사에 휘둘릴 수밖에 없었던 자신의 삶과 그 유한성을 작품의 소재와 재료에 변주해 풀어낸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요. 장 화백은 인터뷰 내내 호흡을 가빠했고 결국 담당의사가 수혈을 받아야 할 시간을 알려오며 인터뷰는 중단되었습니다. 그의 ‘호국화’를 비롯한 꽃그림 20여 점은 경남은행 본점 1층 KNB아트갤러리에서 열리는 특별 초대전을 통해 8월 31일까지 감상할 수 있습니다.

김유경 기자 bora@knnews.co.kr

 

<출처-경남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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