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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권·류·진의 ‘3色 토크’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4.10.28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1187
내용
일민미술관 3인 작가展

 
 
권경환 작가의 작품 ‘의자에 앉는 방법’(위쪽). 현시원 미술평론가는 “가시면류관처럼 누구도 앉기를 거부하는 고통과 낙인의 종교적인 의자”라고 했다. 류장복 작가가 그린 ‘2013년 5월 18일 12시 32분’(아래 왼쪽). 작품 제목에서도 작가가 일기를 쓰듯 그림을 그렸음을 알 수 있다. 진시우 작가의 ‘singing a tin pail(양동이 노래하기)’. 음치로 설움 받던 개인사를 익살스럽게 표현했다. 일민미술관 제공 마르기 전 규칙, 투명하게 짙은, 스타카토 블랙.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일민미술관에서 열리는 권경환(37) 류장복(57) 진시우(39) 작가의 개인전 제목이다. 작가들을 한데 묶어주는 인연도, 전시를 관통하는 주제도 없지만, 셋 모두 일상에서 발견한 시어(詩語) 같은 이미지로 조용하게 말을 걸어온다. 규칙이 굳어지기 전에 의심해본 적 있어? 창 밖 풍경을 느긋하게 내다본 적 있니? 눈을 깜박하는 순간 무슨 색이 보여? 31일 오후 5시(류), 11월 8일 오후 2시(권), 11월 14일 오후 5시(진) 작가의 강연회가 열린다. 12월 7일까지. 02-2020-2050


틀에 박힌 생각을 무력화

○ 마르기 전 규칙


권 작가는 규칙이 굳기 전의 상태를 설치와 조각으로 표현했다. “일상에서 발견된 규칙의 억압성을 들추어내고 관객의 틀에 박힌 생각들을 무력화하기 위한” 작업이다. ‘의자에 앉는 방법’은 철제 의자 네 개를 나란히 배열한 작품이다. 의자 앞엔 “당신의 가능성을 믿어야” “낙심하지 말고 끝까지” 같은 문구가 적힌 종이가 놓여 있다. 인터넷에서 떠도는 성공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 적은 것이다. 의자는 앉자마자 부서질 듯 불편해 보인다.

‘5초에서 8초’는 결혼식 주례사에 나오는 상투적 단어들을 벽에 도드라지게 붙여놓아 관객이 손이나 얼굴을 대고 잠시 누르면 낙인처럼 단어가 새겨지는 작품이다. ‘영광’을 새기려면 사다리를 딛고 올라야 하고, ‘행복’은 몸을 잔뜩 숙여 납작 엎드려야 한다. 전시장 안쪽 시멘트 위엔 묘한 발자국이 움푹 파여 있다. 작가가 해안선의 군부대에 근무하면서 아침마다 바다에서 올라온 (적들의) 발자국을 확인하던 기억이 만들어낸 작품이다. 이 발자국은 한 사람의 것일까? 아님 두 사람? 세 사람?


일상의 평온을 깬 이미지

○ 투명하게 짙은


그림 일기장을 들춰보는 듯하다. 강원 철암 탄광촌, 서울 성미산과 한남동 등을 순례하며 사생을 바탕으로 힘 있는 그림을 그려온 류 작가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지난해와 올 여름 일기 쓰듯 창 밖 풍경 25점을 그렸다. 일기를 날짜순으로 적듯 띠 모양으로 정렬한 풍경화 사이사이 “일상의 평온을 째고 들어온 이미지들”을 흑백으로 걸어놓았다. 뱃머리를 바닷속에 처박은 세월호, 폭격으로 검은 연기를 내뿜는 중동의 가자 지구, 그리고 엉뚱하게도 청와대의 보도 개입설을 제기한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 얼굴이 있다. 제목은 ‘언론인’.

사생을 중시하는 작가에게 태블릿PC는 축복이다. 때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디지털 드로잉을 하고 아날로그 유화로 옮겨 그리는 작업을 반복했다. 전시장 동선의 마지막엔 마침표 찍듯 유화와 목탄으로 휘갈겨 쓴 글을 한데 걸어두었다. “감각하는 그림과 해석하는 글은 한 몸”이라는 게 작가의 생각이다.


그냥 보이는게 다가 아냐

○ 스타카토 블랙


 
어느 날 방에서 미끄러져 넘어진 작가. 엎드려 보니 바닥 장판이 울어서 생긴 울퉁불퉁한 표면이 과장되게 산처럼 커보였다. 그래서 나온 작품이 ‘고꾸라져 머리를 바닥에 찧고 나서야 산 넘어 산이라는 것을 알았다’이다.

3인의 미술가집단 ‘옥인콜렉티브’를 통해 ‘옥인아파트 프로젝트’ 같은 사회성 짙은 작품을 해온 진 작가. 이번에는 일상의 재료에 사적인 경험담을 담았다. ‘스타카토 블랙’이란 눈을 깜빡일 때 보이는 검은색을 뜻한다. 매 순간 색깔이 달라진다. 가장 흥미로운 작품은 ‘singing a tin pail(양동이 노래하기)’. 천장에 거꾸로 매달아놓은 양동이에서 웅얼거리는 노랫소리가 흘러나오는데 가까이 가면 뚝 그친다. 양동이를 쓰고 연습해야 할 만큼 지독한 음치, 흥얼거리다 누군가가 다가오면 뚝 그치던 작가의 경험담에서 나왔다. “노래를 못하면 장가를 못 가요 아 미운 사람”으로 시작되는 노랫말을 적어 따로 전시했는데 장난삼아 부른 노랫말의 마지막 부분이 섬뜩해 멈칫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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