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전시소식
산청군 생초면 IC 부근의 한 폐교. 이곳에서 20∼30대 젊은 남녀 6명이 석 달째 숙식을 하고 있다. 젊은이들이 우르르 다니는 모습에 지역 어르신들은 "누구?"라는 표정으로 이들을 바라봤다. 폐교 입구 팻말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경남예술창작센터다. 젊은이들은 이곳 입주 작가다.
지난 8일 오후 경남예술창작센터를 찾았다. 김용현(33), 김시우(36), 박소현(29), 이노우에 리에(31), 강선영(33), 김찬우(29) 작가 6명이 각자의 스튜디오에서 창작열을 불태우고 있었다. 이들은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의 공모를 통해 선정된 6기 입주 작가로, 올해 1월부터 6개월간 이곳에서 지내면서 작품 활동을 한다.
스튜디오에서 만난 작가들은 자신만의 개성 있는 작품을 소개했다.
김용현 작가는 개인이 가지고 있는 내면의 다중성을 오일 파스텔, 오일 바로 추상적으로 표현했다. 서로 충돌하고 갈등하는 내면을 붉고, 푸른 선명한 색 등을 써서 나타냈다.
산청군 생초면에 위치한 경남예술창작센터 전경. /우귀화 기자 |
김시우 작가는 각자가 입고 있던 옷을 주제로 그림을 그리고, 설치 미술도 선보였다. 산청 지역민이 쓰지 않는 헌옷을 수거해서 지역과 소통할 수 있는 매개체로 작품을 구상하고 있었다.
박소현 작가는 오랜 해외 생활을 거치면서 '나는 누구일까'라는 정체성을 고민하며, 이를 음식으로 드러내고자 했다. 세계 각지의 과일, 도넛 등의 음식이 목탄으로 그려져 캔버스 위 접시에 담겼다.
이노우에 리에는 한지에 실크실로 바느질을 해서 작품을 표현했다. 장인의 손길처럼 흰 한지 조각을 이어 붙인 작품은 곱고 따뜻한 느낌이 오롯이 전달됐다.
강선영 작가는 캔버스가 아니라 종이에 아크릴, 연필, 먹, 잉크펜 등을 써서 자신의 이야기를 그림에 담았다. 작업실 등의 주변 공간이 작품의 주요 소재로 등장했다.
김찬우 작가는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영상과 설치 작업을 주로 했다. 숟가락을 던져 그 방향으로 땅 끝까지 가보는 영상을 만들기도 했고, 자신과 같은 위도 선상에 사는 사람들에게 선을 그은 봉투를 보내 회신을 받아 지구에 선을 그리는 드로잉 프로젝트 '위도선 그리기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일본·이탈리아 등에 300통 정도의 편지를 보냈다.
작가 대부분은 33㎡(10평)가량의 각자의 스튜디오에서 개인 작업실에서는 하기 힘든 대형 작품들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이들은 작업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어 경남예술창작센터 입주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5일에는 경남예술창작센터 전문가 매칭 비평 프로그램을 통해 김지연 독립큐레이터, 김재환 경남도립미술관 학예연구사, 홍경환 경향아티클 편집장과 만나 지금까지 만든 작품에 대해 평가를 받기도 했다.
오는 29일에는 그동안 자신들이 이곳에서 만든 작품을 지역민에게 소개하는 오픈스튜디오도 진행할 예정이다. 입주 기간이 끝나는 6월에는 창원 성산아트홀에서 결과 전시도 연다.
경남예술창작센터 최은정 프로그램 매니저는 "작가에게 매달 아티스트 피와 재료비로 60만 원을 지원하고 창작센터에서 숙식을 하며 작품 활동을 할 수 있게 돕고 있다. 도심에서 떨어진 이곳에서 몰입해서 작품 활동을 할 수 있어서 입주 작가에게는 자신의 작품 폭을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경남도에서 선정한 차세대 유망예술인 10명 가운데 3명(정운식, 백장미, 구수현 작가)이 경남예술창작센터 출신 작가였다.
경남예술창작센터는 지난 2012년 하반기부터 매년 상·하반기 6개월간 입주 작가를 모집해 신진 작가들에게 문화 예술 창작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게시물수정
게시물 수정을 위해 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
댓글삭제게시물삭제
게시물 삭제를 위해 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