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전시소식
[경남도립미술관 3차 전시] 사진·영상에 담은 사람·역사·웃음
기사입력 : 2017-09-10 22:00:00
지난 7일 개막한 경남도립미술관의 3차 전시는 회화나 조각같은 전통적 개념의 미술품 없이 영상과 사진으로만 구성돼 있다.
사람들의 몸짓에 담긴 메시지를 탐구하는 ‘무용수들’, 독일 근현대사의 주요 순간을 포착한 ‘바바라 클렘, 빛과 어둠-독일사진’,
줄리안 뢰더 作 정상회담 반대 시위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애틋한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김대홍 작가의 ‘싱글채널비디오’까지. 뉴미디어전의 ‘3색 매력’을 소개한다.
할릴 안틴데레 作
■ 무용수들 (Dancers)
인간 몸짓의 의미 영상·사진으로 보여줘
1, 2, 3전시실과 특별전시실에서 열리는 ‘무용수들’은 사람들의 몸짓이 내포한 사회적, 정치적 맥락을 영상과 사진으로 보여주는 전시다. 줄리안 뢰더, 이고르 그루비치, 할릴 알틴데레, 요아킴 코에스터 등 해외작가 4인과 서평주, 안정주, 옥인콜렉티브(이정민, 진시우, 김화용) 국내 작가 3인(팀)이 참여했다. 이번 전시는 부산대학교 예술문화영상학과 조선령 교수가 총괄 기획을 맡은 전시로, 도립미술관과 외부기획자의 협업으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옥인콜렉티브 作
영상과 사진 속 인물들의 몸짓은 다양한 의미가 중첩된 복합적인 양상을 띤다. 또한 이런 정치적, 사회적 몸짓은 작가들에 의해 예술적으로 변용되기도 한다. 원전 앞에서 하는 ‘새천년 생명 체조’는 몸짓 혹은 감각에 각인된 집단적 규율의 부조리함을, 공공기관에서 발행한 재난 발생 매뉴얼로 재구성한 체조 동작은 사회시스템의 허약함을 풍자한다.
안정주 作
정치적 저항자들을 유연하고 부드러운 제스처를 취하는 발레리나로 표현해 정치적 쟁점을 경쾌하게 비꼬고, 타란튤라 독거미에 물렸을 때의 병리적 경련을 통해 미신과 주술이 지배했던 기억을 재구성하거나 각국 정상회담 장소를 둘러싼 시위대의 무력 행위로 세계화를 둘러싼 변화와 충돌을 생생하게 그려내기도 한다.
전시를 기획한 조선령 교수는 “이번 전시는 몸짓의 목적과 행위, 순수성의 관계와 영상매체가 인간의 몸짓을 기록하는 방식에 대해 탐구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12월 6일까지.
장벽 붕괴, 베를린, 1989
■ 바바라 클렘, 빛과 어둠-독일사진
베를린 장벽 붕괴 등 독일 근현대사 보도사진
4, 5전시실은 독일 대표 일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AZ)에서 40여년 이상을 사진기자로 활동한 바바라 클렘의 흑백사진 120여 점으로 채워졌다. 독일 국제교류처(IFA), 주한독일문화원이 공동 주관한 전시로, 부산의 고은사진미술관에 이어 경남도립미술관에서 두 번째로 공개된다.
바바라 클렘은 독일 근현대사의 역사적인 순간을 포착해 낸 독일 포토저널리즘의 전설로 불린다. 특히 ‘빛과 어둠’에 대한 탁월한 감각으로 보도사진을 예술적 경지로 끌어올렸다는 평을 받고 있다.
4전시실은 ‘통일을 향하여’라는 주제로 1970~1980년대 동독, 서독의 풍경에서부터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와 독일 통일의 순간까지, 독일의 통일과 관련된 주요 사건들을 감상할 수 있다. 어둠 속에서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 수많은 시민들이 운집한 장면을 포착한 ‘브란덴부르크 문 개방(1989)’에서는 통일이라는 역사적 순간의 생생함과 엄숙함이 그대로 전해져온다.
레오니트 브레즈네프, 빌리 브란트, 본, 1973
5전시실은 정치, 노동, 사회 3가지 섹션으로 구성했다.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두 남성의 ‘뜨거운 키스’다. 냉전 시대 소련 레오니트 브레즈네프 공산당 서기장과 에리히 호네커 전 헝가리 국가평의회 의장의 입맞춤을 담은 ‘형제의 키스(1979)’는 독일 현대사의 상징적 이미지가 됐다. 3층 전시홀에서는 앤디워홀, 알프레드 히치콕, 게르하르트 리히터 등 저명인들의 초상사진을 만나볼 수 있다. 11월 15일까지.
생시몽 종이자동차 프로젝트
■ 싱글채널비디오
김대홍 작가의 ‘웃기고 슬픈’ 영상 이야기
1층 영상전시실에서는 싱글채널비디오가 상영된다. 올해 세 번째 전시작은 김대홍 작가의 ‘생시몽 종이자동차 프로젝트’, ‘a dog’, ‘gabage bag project’ 등 3편의 영상이다.
‘생시몽 프로젝트’는 작가가 자신의 마티즈 자동차를 종이로 만들어진 것처럼 보이게 만든 것이다. 만화책 속에 등장할 법한 2D 형상의 차량은 3차원 현실세계와 섞이지 못하는 고립된 존재처럼 보인다. 도로와 주택 사이를 천천히 돌아다니는 차량의 뒷모습이 왠지 모를 쓸쓸함과 측은함을 연출한다.
gabage bag project
비닐봉지에 둘러싸인 채 꾸물거리며 바닥을 기어다니는 ‘gabage bag project’ 속 로봇도 비슷한 느낌을 전한다. 작가는 작고 보잘 것 없는 존재에 관한 이야기를 우스꽝스럽게 그려내지만 그 이면에 왠지 모를 슬픔을 녹여 비참함과 애틋함이 교차하는 묘한 감정선을 드러낸다. 10월 15일까지. 문의 ☏254-4635.
김세정 기자 sjkim@knnews.co.kr
게시물수정
게시물 수정을 위해 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
댓글삭제게시물삭제
게시물 삭제를 위해 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