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전시소식
일본에서 태어나 중학교 졸업 후에 서울에 왔다. 고베 근처에 있는 중학교를 다녔는데 그 학교 건물들은 미국 선교사가 설계한 전통 있는 아름다운 건물이었다. 독서, 운동, 예술을 중요시하는 자율적인 교육방침과 학교 캠퍼스가 마음에 들었다. 지금도 일본에서 제일 아름다운 캠퍼스라고 인정받고 있고, 고베 일대도 세련된 살고 싶은 도시로 인식되어 있다.
80년대 서울은 암울한 측면도 있었지만 활기 넘치는 도시였고 낭만적인 분위기도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문화적인 카페들이 생겨나기도 했다.
그런데 고등학교는 정말 다니기 싫었다. 공부와 진학만을 위한 강압적이고 경직된 교육이 견디기 힘들었다.
그 다음으로 인생에서 힘들었던 시기가 92년도에 대학을 졸업하고 마산에 왔을 때였다. 친척 외에는 지인도 없는데다 문화예술적인 공간과 기회가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
그전에 3개월 정도 경험했던 뉴욕은 아주 매력적인 도시였다. 다양한 민족과 음식, 멋진 공연, 갤러리, 클럽…. 전 세계의 인재들이 모여드는 공간이었다.
이런 경험에서 막연하게 생각했던 감각들을 아주 절묘하게 표현한 책과 만나서 흥분했다. 도시경제학자 리처드 플로리다가 쓴 창조계급을 언급한 책이다. 아마 10년 전쯤 일이었던 것 같다.
3T(Technology, Talent, Tolerance : 기술, 재능, 관용)가 도시의 경제발전에 필요하다는 이론이다. 다른 문화권에서 온 이주민들, 틀에 얽매이기 싫어하는 예술가들, 제일 차별의 대상이 되기 쉬운 성소수자들과 같은 다양한 사람들이 살기 편하게 느껴지는 문화적 관용과 수준 있는 문화시설, 식당, 카페, 갤러리, 클럽 등이 유능한 창조계급을 끌어 모으게 하고 경제발전으로 연결된다는….
플로리다 교수는 작년에 “도시는 왜 불평등한가”라는 책으로 화제가 됐다. 지금 아주 중요한 논점이다. 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우리 실정을 잘 감안하면서 플로리다 교수의 3T 이론에 다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게시물수정
게시물 수정을 위해 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
댓글삭제게시물삭제
게시물 삭제를 위해 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