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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전시소식

제목

추억 가득 우리집 그릇, 예술작품 된다구요?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0.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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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0
조회수
312
내용

‘그동안 뜨겁게 살아줘서 고마워’, ‘내 생애 첫 밥 그릇아 안녕’, ‘집 장만 기념솥 약 40년’, ‘장안에서 빛도 못보게 해서 미안해’

경남도립미술관 1층 로비 한 켠, 도민들의 손 때 묻은 식기들이 겹겹이 쌓이고 있다. 밥그릇부터 냄비, 프라이팬, 주전자, 솥까지 주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다. 식기마다 각자의 사연이나 간단한 그림 또는 마지막 인사가 짧게 적혀 있다. 긴 세월을 함께 한 조리도구나 고장나거나 쓰지 않는 식기류 등 도내 곳곳 주방에서 온 이 식기들의 공통점은 수명을 다 했다는 것이다.

도립미술관에 접수된 도민들이 기증한 그릇들.
  도립미술관에 접수된 도민들이 기증한 그릇들.                   

이 그릇들은 경남도립미술관과 설치미술가 최정화 작가가 지난 1일부터 진행하고 있는 도민참여 공공미술 프로젝트 ‘모아모아’ 행사에 모인 작품 재료다. 최 작가는 오는 10월 전시를 앞두고 사용하지 않는 그릇을 모아서 미술관 앞 광장에 24m 대형 조형물로 재탄생 시킨다.

최 작가는 플라스틱 제품이나 재래시장 물건 같이 누구에게나 익숙하고 흔한 것들을 자신의 작업에 끌어들여 일상과 예술, 비예술과 예술의 경계를 없애는 작품을 만들며 주목 받는 작가다. 작가는 한때 우리의 삶을 채워주었으나, 이제는 추억과 흔적으로 남은 생활 그릇들을 한데 모아 예술작품으로 만들어 낸다는 의미로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최정화 작가는 “모든 게 설명 없이 느껴질 수 있는 것이 진짜 예술이다. 내 가족의 이야기가 담긴 그릇들이 모여서, 우리 동네, 우리 모두의 거대한 기록으로 기념될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젝트는 시작하자마자 도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아이들의 고사리 같은 손에 들린 유아용 식기부터 주방경력 수십 년차 주부의 손에 들린 솥까지 다양한 식기들이 5일 만에 100여 점 모였다. 특히 프로젝트 기념 물물교환품인 형광색 기념가방도 인기에 힘을 더하고 있다.

아이와 함께 프로젝트에 참가한 김선영(40)씨는 “코로나19로 미술관에 올 생각을 못하고 있었는데, SNS에서 프로젝트 진행 소식을 듣고 아이들과 함께 집에 못 쓰는 그릇들을 챙겨 왔다”며 “우리 집 그릇이 예술작품이 된다는 게 의미 있는 것 같고, 아이와 10월에 꼭 와서 작품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행사는 31일까지 한 달간 로비에서 진행하며, 월요일(정기 휴관)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 신청을 받는다. 도민뿐만 아니라 참여를 원하는 누구나 재질이나 크기 제한 없이 사용하지 않는 그릇과 냄비, 양동이, 프라이팬, 솥 등을 미술관에 가져오면 아트상품과 물물교환할 수 있다. 아트상품은 선착순으로 한정 배포한다. 도자 및 유리 등 깨지기 쉬운 재료는 제외다.


글·사진= 조고운 기자 lucky@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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