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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전시로 기원하는 ‘미얀마의 봄’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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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예술 전시로 기원하는 ‘미얀마의 봄’

김해시 한림면의 한 폐공장. 입구에 들어서자 천장에 하얀 천이 나부낀다. 미얀마 여성의 전통치마 ‘따메인’을 상징하는 장치다. 남성이 빨랫줄에 걸린 따메인 아래로 지나가면 남성성을 잃는다는 미신을 전시에 적용한 것. 미얀마 여성들은 이 미신으로, 쿠데타 반대 시위를 진압하는 군경의 발을 주춤하게 만들었다.



이 전시를 연 이들은 송성진·김도영 작가다. 미얀마 작가로부터 미얀마 평화를 지지해 달라는 메시지를 받게 되면서, 4월 초 전시를 기획하게 됐다. 원래 작업실로 쓰기 위해 빌렸던 폐공장을 ‘스페이스 사랑농장’이란 이름을 붙여 제1·2전시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김 작가는 “사회적 불의에 맞서 싸우는 미얀마 상황을 뉴스로 접하면서, 정치적 개입이 사라진 시대에서의 예술은 어떤 사회적 역할을 해야 할까 고민했다”고 기획 취지를 설명했다.

송 작가는 전시에 참여할 작가들을 온라인으로 모집해 2주간 작품을 설치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기억하는 예술인들이 미얀마의 비극을 슬퍼하고, 미얀마의 평화를 기원하고 있었기에 준비 과정이 어렵지는 않았다고. 한국, 미얀마, 일본, 브라질, 멕시코 등 총 80여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전시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참여 작가는 늘어날 예정이다.

지난달 30일 찾은 전시장은 공장 벽면마다 디지털 파일로 출력된 작품이 걸려 있었다. 전시 주제는 ‘미얀마의 봄’. 고문을 받고 거꾸로 매달린 채 피 흘리는 미얀마 시민과 미얀마 군부 지도자의 얼굴을 대비시킨 작품은 쿠데타의 상반된 면면을 드러낸다. 설치작품들도 이색적이다. 바닥에 발을 대면, 화이트칼라를 상징하는 구두와 블루칼라를 상징하는 운동화가 위 아래로 교차돼 움직인다. 흡사 군부에 억압받는 미얀마 시민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종이 영수증을 하나하나 접어 모래판에 심은 작품도 눈에 띈다. 미얀마에 민주화의 싹이 틔워지길 바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았다.

이번 전시는 경남도립미술관 김재환 학예사와 민주시민교육원 나락한알 김동규 원장도 동참했다. 전시 기간 쿠데타에 저항하는 미얀마 작가들의 현지 상황을 실시간 영상으로 만나는 부대 행사도 마련된다.
송 작가는 “참여 작가 대부분 사회적 약자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다. 이번 전시가 미얀마의 비극적 상황을 해결하는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겠지만, 민주화를 지지한다는 연대 표명 자체가 미얀마 시민에게 위로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출품작 판매 수익은 미얀마를 돕는 데 쓸 계획이다”고 전했다. 전시는 30일까지 스페이스 사랑농장(김해시 한림면 용덕로 100-23)

주재옥 기자 jjo5480@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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