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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춘추]단오 이야기 - 국립광주박물관장 이원복

작성자
김철수
작성일
2010.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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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0
조회수
1437
내용
[도민춘추]단오 이야기 - 국립광주박물관장 이원복

<경남도민일보>

우리 겨레가 오랜 세월 터 잡아 이어온 강역이 아열대로 접어들어서인지 절기가 예년 같지 않다. 계절의 여왕인 오월부터 향기를 뿜는 장미는 흔히들 서양 꽃으로 알고 있으나 한자문화권에서 이른 시기부터 그림의 소재가 된 꽃이다. 가을까지 줄기차게 피어 우리를 비롯한 동양에서 장수(長壽)를 의미해 '장춘화(長春花)'란 이름으로 즐겨 그려졌다. 이 꽃은 11월까지 이어지나 여름엔 나른해 보인다.

'입춘'부터 '대한'까지 계절별로 여섯씩, 한 달에 둘씩 안배된 24절기가 음력 아닌 양력임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6월 6일이 아홉 번째로 '망종'이다. '망종'은 아울러 까끄라기가 있는 벼나 보리 같은 곡식을 지칭하는데 이때는 보리 수확과 모심기가 진행된다. 망종 보름 뒤인 21일이 열 번째인 '하지'이다.

음력 오월 초닷새, 연중 최고의 날로 간주

6월은 한 해의 중간점검이 이루어지는 시기이다. '철났다'함은 '절기에 따른 할 일을 안다'는 의미로 농경사회 산물이기도 하다. 6월 16일은 음력 오월 초닷샛날로 '단오'다. 단오는 농경시대 연원이 긴 명절이나 24절기에 포함되지 않는다. 단양, 중오절, 천중절, 수리, 수릿날 등으로 지칭되는 이날은 달과 일의 수가 겹쳐 양기가 강한 날로 특히 음력 5월 5일이 가장 강해 길일로 전통사회에선 '높은 날'이나 '신의 날'을 뜻하며 '연중 최고의 날'로 간주했다.

모심기를 끝내고 한숨 돌릴 휴식이 요구되는 무렵이 '단오'다. 임금은 신하들에게 단오 부채를 나눠주고 신하들은 궁전 기둥에 단오 첩을 붙인다. 민가에서는 단오떡으로 수리취를 넣어 빚은 둥근 절편을 마련하고, 씨름이며 탈춤, 여인들은 창포물에 머리감고 그네뛰기를 즐겼다. 몽룡이 춘향을 만난 것도 이날인지 모르겠다.

영동의 오랜 축제인 '단오제'는 지리적 특징을 반영하듯 농사와 고기잡이가 잘되기를 빌고, 험한 대관령 산길로 안전하게 다닐 수 있길 기원하는 행사로 강릉 별신굿, 단양굿, 단양놀이, 단양제, 단오굿, 단오놀이라고도 한다. 지역별로 무당굿, 풍물놀이, 가면극, 민속놀이가 있는데 강릉 단오제는 이 네 가지가 함께 열리는 종합 축제로 1967년 중요무형문화재 제13호로, 2005년 유네스코 세계 무형 유산으로 지정됐다.

단오와 관련된 잘 알려진 풍속화로는 조선 후기 풍속화의 쌍벽인 김홍도와 신윤복의 그림이 있다.

축제 등으로 한 해 풍년·안전 빌어

간송미술관에 간직된 국보 제135호 신윤복의 '혜원전신첩'은 남녀의 애정을 주제로 한 30점의 그림으로 구성돼 있다. 조선 여인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나타낸 신윤복의 풍속화로 이 중 17번째인 '단오풍정'은 화면에 푸른 색 바림은 풋풋함을 더하며, 보는 이의 시선은 왼쪽 하단 반라 여성들보다 오른쪽 상단 그네에 오른 붉은 치마에 노랑 저고리에 먼저 끌린다. 각기 네 명씩 무리를 이룬 여인군상의 각기 다른 자세는 그네뛰기와 머리감기로 양분되는데 여인들을 훔쳐보는 어린 중들의 등장으로 미소를 짓게 한다.

씨름은 오늘날엔 설날 등 명절에도 열리나 단오가 제격이다. 사회 각 계층이 등장한 25점으로 된 보물 제527호 김홍도의 '단원풍속도첩'에 네 번째로 실린 '씨름'은 관객 중 부채 든 사람이 여럿인 것으로 미루어 단오 무렵이 분명하다. 여성은 보이지 않으나 신분에 구별 없이 일에서 벗어난 남정네들이 씨름판에 몰입한 열띤 분위기이다. 아울러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신윤복이 그린 '행려풍속도' 병풍에도 나뭇잎이 무성한 여름 나무 그늘에서 웃통 벗고 씨름판을 펼친 광경이며 신윤복 전칭작인 '대쾌도'에는 씨름과 태껸이 동시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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