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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감명받은 한권의 책] 이상용 극단 ‘마산’ 대표-‘화첩기행(畵帖紀行)’(김병종 著)
<경남신문>
“예인들의 치열했던 삶의 흔적 그려”
대표 예술가와 그들의 고향을 격조 높은 문장으로 설명
땅에도 양지(陽地)와 음지(陰地)가 있다. 양지에서는 학문이 승(勝)하고 음지에서는 예술이 승(勝)하다. 경남의 양지는 산청 함양 합천이요 음지는 마산 통영 진주랄 수 있다. 산청은 도학(道學)의 거두 남명 조식 선생에 의해서, 마산 통영 진주는 기라성 같은 불세출의 예인(藝人)들에 의해서 각각 대표적인 양지와 음지로 꼽힌다.
마산은 불후의 국민 가곡 ‘가고파’의 이은상, ‘산토끼’의 이일래, ‘선구자’의 작곡가 조두남, 연극인 이광래 김수돈 정진업, 무용의 김해랑, 미술의 문신 최운, 대중가요 작사가 반야월 등등, 통영은 ‘깃발’의 유치환, ‘꽃’의 김춘수, ‘토지’의 박경리, 연극의 유치진, 음악의 윤이상, 미술의 이태규 등등, 진주는 촉석루에 있는 논개 비문을 쓴 시인 설창수, 시인 이경순, 미술의 박생광, 서예의 유당 정현복 은초 정명수, 국악의 김수악 성계옥, 음악의 이상근, 불멸의 국민가요 ‘애수의 소야곡’의 남인수와 대중가요 작곡가 이재호, 이봉조 등등, 실로 그 이름을 거명하기에도 숨이 찬 예인들의 탯자리다.
이처럼 필자가 경남의 예인들과 그들의 고향을 거론하는 이유는 바로 ‘화첩기행’(1-4) (김병종 著) 때문이다. 화가이자 서울대 교수인 이 책의 저자가 전국은 물론 유럽과 라틴 아메리카까지 직접 발로 뛰면서 쓴 ‘화첩기행’은 이 땅의 예술가들을 홀대해 온 우리에게 경종을 울리고 전율을 느끼게 할 정도로 진한 감동을 주는 책이다. 예술가를 하찮게 생각하는 사람은 주저 말고 보시라. 네 권을 다 읽기가 어려우면 한 권만이라도 필독하시기를. ‘화첩기행’은 이 땅의 예인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예술에 천착해 왔는가를 알려준다.
또한 ‘화첩기행’은 여느 여행기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전국의 대표적인 예술가와 그들의 고향을 격조 높은 문장으로 설명해 놓고 있음은 물론, 책 중간 중간에는 저자가 직접 그린 그림까지 있기 때문이다.
‘이난영의 목포는 울지 않는다’에서 “가녀린 외모만큼이나 애절한 음색의 이난영. 유달산 비탈에서 태어나 짓누르는 삶의 무게와 설움을 남도창 같은 한(恨)의 노래 <목포의 눈물 designtimesp=1226>에 실었다”는 글이라든지, ‘선운사 동백꽃에 미당 시(詩)가 타오르네’에서 “미당 서정주의 시는 선운사 동백꽃만큼이나 붉고 악마적이다. 무기(巫氣)가 흐르는 이 조선의 보들레르는 고창의 이름 없는 들꽃과 씨누대밭길, 하다못해 질마재의 황토까지 소름끼칠 만큼 아름다운 시어로 그려낸다”는 글이 그 단적인 예다.
또한 ‘봉평에는 하마 메밀꽃이 피었을까’에서 “<메밀꽃 필 무렵 designtimesp=1228>의 그 토속적 탐미주의는 아직도 봉평 장터에 희미하게나마 남아있다. 비록 허생원도 동이도 없지만 이효석의 문학을 사랑하고 봉평장을 사랑하고 메밀꽃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봉평은 언제나 그립게 떠올려지는 곳이다.”는 글이라든지, ‘얼룩빼기 황소울음…, 꿈엔들 잊힐 리야’에서 “고향? 찾아가보면 그리던 고향이 아니다…. 지용 시의 맑은 고독과 정적, 바람소리, 물소리에 위로받고 싶다. 특히 환쟁이인 나는 지용의 시에서 그림과 색채를 본다. 무심히 아무 시편을 들춰도 거기 그림이 있다”는 글과, ‘남강에 번지는 애수의 소야곡’에서 “진주는 과연 천릿길. 나는 대책 없이 진주로 떠났다. 그러나 진주에서 막상 예인 남인수의 행적은 희미했다.
그가 태어난 하촌동 194번지 일대는 물론, 그가 다녔다는 봉래초등학교에도 졸업생 명단에 ‘쇼와(昭和) 7년 강문수’라는 이름 외에 다른 흔적은 없었다”와 같은 주옥같은 글들이 오롯이 담겨있는 책이 ‘화첩기행’이다. 필자는 감히 말한다.‘화첩기행’만 읽어도 한국의 대표적인 예인들의 흔적을 알 수 있다고. 안타깝게도 그들 대다수는 삶을 불행하게 마감한 경우가 많았고 심한 경우에는 그 흔한 묏자리조차 없는 경우도 허다했다는 저자의 글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화첩기행’을 통해서나마 예술인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기대해 본다.
<경남신문>
“예인들의 치열했던 삶의 흔적 그려”
대표 예술가와 그들의 고향을 격조 높은 문장으로 설명
땅에도 양지(陽地)와 음지(陰地)가 있다. 양지에서는 학문이 승(勝)하고 음지에서는 예술이 승(勝)하다. 경남의 양지는 산청 함양 합천이요 음지는 마산 통영 진주랄 수 있다. 산청은 도학(道學)의 거두 남명 조식 선생에 의해서, 마산 통영 진주는 기라성 같은 불세출의 예인(藝人)들에 의해서 각각 대표적인 양지와 음지로 꼽힌다.
마산은 불후의 국민 가곡 ‘가고파’의 이은상, ‘산토끼’의 이일래, ‘선구자’의 작곡가 조두남, 연극인 이광래 김수돈 정진업, 무용의 김해랑, 미술의 문신 최운, 대중가요 작사가 반야월 등등, 통영은 ‘깃발’의 유치환, ‘꽃’의 김춘수, ‘토지’의 박경리, 연극의 유치진, 음악의 윤이상, 미술의 이태규 등등, 진주는 촉석루에 있는 논개 비문을 쓴 시인 설창수, 시인 이경순, 미술의 박생광, 서예의 유당 정현복 은초 정명수, 국악의 김수악 성계옥, 음악의 이상근, 불멸의 국민가요 ‘애수의 소야곡’의 남인수와 대중가요 작곡가 이재호, 이봉조 등등, 실로 그 이름을 거명하기에도 숨이 찬 예인들의 탯자리다.
이처럼 필자가 경남의 예인들과 그들의 고향을 거론하는 이유는 바로 ‘화첩기행’(1-4) (김병종 著) 때문이다. 화가이자 서울대 교수인 이 책의 저자가 전국은 물론 유럽과 라틴 아메리카까지 직접 발로 뛰면서 쓴 ‘화첩기행’은 이 땅의 예술가들을 홀대해 온 우리에게 경종을 울리고 전율을 느끼게 할 정도로 진한 감동을 주는 책이다. 예술가를 하찮게 생각하는 사람은 주저 말고 보시라. 네 권을 다 읽기가 어려우면 한 권만이라도 필독하시기를. ‘화첩기행’은 이 땅의 예인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예술에 천착해 왔는가를 알려준다.
또한 ‘화첩기행’은 여느 여행기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전국의 대표적인 예술가와 그들의 고향을 격조 높은 문장으로 설명해 놓고 있음은 물론, 책 중간 중간에는 저자가 직접 그린 그림까지 있기 때문이다.
‘이난영의 목포는 울지 않는다’에서 “가녀린 외모만큼이나 애절한 음색의 이난영. 유달산 비탈에서 태어나 짓누르는 삶의 무게와 설움을 남도창 같은 한(恨)의 노래 <목포의 눈물 designtimesp=1226>에 실었다”는 글이라든지, ‘선운사 동백꽃에 미당 시(詩)가 타오르네’에서 “미당 서정주의 시는 선운사 동백꽃만큼이나 붉고 악마적이다. 무기(巫氣)가 흐르는 이 조선의 보들레르는 고창의 이름 없는 들꽃과 씨누대밭길, 하다못해 질마재의 황토까지 소름끼칠 만큼 아름다운 시어로 그려낸다”는 글이 그 단적인 예다.
또한 ‘봉평에는 하마 메밀꽃이 피었을까’에서 “<메밀꽃 필 무렵 designtimesp=1228>의 그 토속적 탐미주의는 아직도 봉평 장터에 희미하게나마 남아있다. 비록 허생원도 동이도 없지만 이효석의 문학을 사랑하고 봉평장을 사랑하고 메밀꽃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봉평은 언제나 그립게 떠올려지는 곳이다.”는 글이라든지, ‘얼룩빼기 황소울음…, 꿈엔들 잊힐 리야’에서 “고향? 찾아가보면 그리던 고향이 아니다…. 지용 시의 맑은 고독과 정적, 바람소리, 물소리에 위로받고 싶다. 특히 환쟁이인 나는 지용의 시에서 그림과 색채를 본다. 무심히 아무 시편을 들춰도 거기 그림이 있다”는 글과, ‘남강에 번지는 애수의 소야곡’에서 “진주는 과연 천릿길. 나는 대책 없이 진주로 떠났다. 그러나 진주에서 막상 예인 남인수의 행적은 희미했다.
그가 태어난 하촌동 194번지 일대는 물론, 그가 다녔다는 봉래초등학교에도 졸업생 명단에 ‘쇼와(昭和) 7년 강문수’라는 이름 외에 다른 흔적은 없었다”와 같은 주옥같은 글들이 오롯이 담겨있는 책이 ‘화첩기행’이다. 필자는 감히 말한다.‘화첩기행’만 읽어도 한국의 대표적인 예인들의 흔적을 알 수 있다고. 안타깝게도 그들 대다수는 삶을 불행하게 마감한 경우가 많았고 심한 경우에는 그 흔한 묏자리조차 없는 경우도 허다했다는 저자의 글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화첩기행’을 통해서나마 예술인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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