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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도립미술관 첫 전시 공모- 기업 후원·공개 경쟁 전시 시발점 될 듯

작성자
김철수
작성일
2010.12.29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1369
내용

도립미술관 첫 전시 공모  


기업 후원·공개 경쟁 전시 시발점 될 듯

 
'전시를 아웃소싱합니다.' 경남도립미술관이 전시를 공모한다고 밝혔습니다. 좀 이례적인 일입니다. 미술관이 스스로 기획하기에는 부담스러웠을까요. 94년 개관 이후 미술관 큐레이터에 의해 전시를 기획했던 방식에서 조금 바꿔 외부 전문가의 독창적 전시기획을 받아들이겠다는 의지입니다. 대신 전시기획 방향은 미리 잡았습니다. 동시대 미국현대미술의 단면을 보여줄 독창적이고 진취적인 전시기획안을 공모합니다. 공모에 당선된 전시기획 기관이나 단체가 공모를 바탕으로 도립미술관의 하반기 전시까지 진행하는 사업입니다. 따라서 전시공모는 작가와 작품을 선정하게 되는 커미셔너의 역할에 집중하게 됩니다.

미술관에서 요구하는 조건은 한가지이지만 좀 까다롭습니다. '뉴욕 현대 미술의 최전선'입니다. 국적, 장르 가리지 않고 가장 현대적인 작품으로 뉴욕에서 중견이상의 작가들이어야 한다는 겁니다. 이성석 학예연구팀장은 "현대미술관임을 표방하는 전국의 수많은 미술관이 현대미술의 최전선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자기성찰에서 기획하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왜 전시를 공모하게 되었을까 궁금했습니다. 미술관 큐레이터의 역량부족 때문은 아닙니다. 공모 서류를 보면 전시비용만도 1억 6000만 원이 드는 전시네요. 도립미술관의 일반적인 기획전시 비용이 7000만 원에서 8000만 원 사이인 점을 고려하면 2배 정도의 예산으로 책정되었습니다.

 

 

전문가의 독창적·진취적 기획안 공모…예산·인력부족 탓에 '아웃 소싱' 선택

 

하지만 하나의 전시를 위해 10여 차례 출장이 필요한 점을 고려하면 충분한 예산은 아닙니다. 오히려 작품운송, 보험 등을 감안하면 일반적인 전시비용보다 적은 예산으로 전시를 진행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아마도 후원업체의 지원을 받아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기획과 전시진행을 처리하는 방식으로 보아 전시계의 턴키(설계·시공 일괄입찰)방식이 될지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이 팀장도 "미술관이 직접 나서서 할 경우 출장비만 4000만 원 정도 예상된다. 모두 도민세금이다. 또한, 미술관 인력부족도 고려해야 했다"며 '아웃소싱'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종합해서 볼 때, 예상 가능한 참여 단체는 한국큐레이터협회나 블록버스터 전시를 기획하는 전문 전시기획업체 정도입니다. 운이 좋다면 미국 뉴욕의 공사립미술관이 프로젝트사업으로 참여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국제공모가 되겠군요.

예상되는 전시기획의 장점과 단점도 뚜렷합니다. 이런 상대적으로 많은 예산이 들어가는 대형 기획전시는 외부에서 진행하고, 중소형 전시는 미술관 내부에서 담당할 경우 지역 큐레이터의 자생력 약화란 측면에서 본다면 고개를 흔들 법도 합니다만 뒤집어 생각하면 능력 있는 해외 큐레이팅 시스템을 배울 절호의 기회이기도 합니다.

 

 

지역 큐레이터 자생력 키울 방안 필요

 

이번 공모의 의미는 몇 가지 점에서 큰 징표를 남길 듯합니다.

도립미술관의 기업후원 전시의 첫 사례가 될 듯합니다. 도립미술관이 법규로 묶인 기업후원을 민간위탁 전시를 통해 가능성을 열었습니다. 재단으로 변경해 후원업체의 로고를 달고 열리는 전시와 달리 한정된 예산으로 전시를 기획했던 방식과 비교해 볼 기회이기도 합니다.

또 한국에서 공개경쟁 전시 기획 공모의 시발점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이미 전북도립미술관에서 벌이는 소규모 전시 공모사업이나 포항시립미술관의 지명방식 민간위탁사업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공개적인 전시 공모의 좋은 사례로 말입니다.

지역 미술관에서 없는 살림에 머리 짜내서 시도하는 이런 기획은 바람직하고 칭찬해줘야 하는 것은 맞습니다만, 이와 함께 지역 큐레이터의 자생력을 키우는 기획도 병행해야 한다고 봅니다. 예비 큐레이터나 현직 큐레이터의 전시 공모도 활발해진다면 지역 미술관으로서 박수받을 일입니다. 전시 공모를 통해 해당 미술관의 계약직 큐레이터의 채용에서 가산점을 준다면 더할 나위 없는 기획이 나올 듯도 합니다.


[경남도민일보] 여경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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