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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같은 듯 다른… 여류 추상화가 3인의 ‘3색 전시’

작성자
김철수
작성일
2010.12.29
첨부파일0
추천수
1
조회수
1457
내용

같은 듯 다른… 여류 추상화가 3인의 ‘3색 전시’

 

도립미술관 ‘현대미술동향전’ 중

최행숙·박다원·유주희 ‘극과 극의 동색’展

 

 

"같은 그림 아니에요? 근데 뭔가 다르긴 다른 것 같은데….”

경남도립미술관이 지난 9일부터 내년 2월 20일까지 갖고 있는 ‘현대미술동향전-SMART’전이 관심을 끌고 있는 가운데, 이색적인 전시코너가 있어 관람객들의 시선을 끈다.

극과 극의 동색(極과 極의 同色). 판이하게 다르지만 비슷한 느낌의 회화성 때문에 유달리 관람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제3전시실에는 ‘오리엔탈 이데아(Oriental Idea)’라는 소주제 안에 중심축 역할을 하는 주목할 만한 여류 추상회화작가 최행숙, 박다원, 유주희씨의 그림이 걸려 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화면이 꽉 채워진 서양의 추상회화를 생각하고 최행숙씨의 작품을 마주하면 신선한 충격을 맛볼 수 있다. 캔버스에 아크릴이라는 서양의 재료를 사용했지만, 동양적 미를 살려 역동적이고 기운차며 간결하게 선의 양감을 나타내고 있다. 힘과 무게를 갖고 있지만 거칠거나 속되지 않고 기운찬 선들은 언제든지 캔버스 밖을 뚫고 나아갈 태세다.

도립미술관 이성석 학예팀장은 “최행숙씨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중국의 사혁이 제시한 육법이론(六法理論) 중 최고의 경지인 기운생동(氣韻生動-그 생명체가 갖고 있는 생동감까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며 “또한 골법용필(骨法用筆-골격 있는 붓놀림)하며 의재필선(意在筆先-뜻을 먼저 세우고 그림을 그리는 것)하다. 특히 작품에 보여주는 갈필이나 비백에서 엿보이는 선의 긴장감이 주는 조형적 구성은 작업에 대한 결의와 확신, 강건함을 느낄 수 있게 한다”고 설명했다.

박다원씨의 작품은 언뜻 봤을 때 최행숙씨의 그림과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선의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다. 여기에서는 긴장감이나 강건함보다는 느슨하게 풀어져 있는 편안함이 있다. 그 선은 한국 민속무용 중 가장 예술성이 뛰어난 승무와 같은 맛을 준다. 흰 저고리를 입고 양팔을 서서히 무겁게 올릴 때 생기는 유연한 능선과 긴 장삼을 얼기설기해 공간으로 뿌리치는 춤사위와 흡사하다. 얽혀있는 것 같으나 느슨하게 풀린 듯하며 캔버스 안에서 자유롭다.

유주희씨의 작품 속에서는 스퀴지의 밀린 자국이 주는 시각적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그 자국들은 이완과 완급을 반복하며 생긴 강한 응집력 때문에 내재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이 반복적 움직임은 테크닉이 아니라 단순 집약적 행동에 가깝다. 화면 밖으로 나아갈 여지를 조금도 보이지 않는 조형적 형태가 주는 끈적한 흔적은 일상 속에서 수없이 갈팡질팡하는 우리 현대인들의 내면세계를 보여주는 듯하다. 경남도립미술관 ☏ 211-0333.

 

 

[경남신문]조윤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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