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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가 김종원 기획초대전
시·문장 속 ‘감정’ 재해석
창원 고운갤러리서 오늘 개막
김종원 作 ‘유배지에서 보낸 정약용의 편지’
김종원 作 ‘처용가’
시나 문장을 서예로 작품화할 때 그 시나 문장 속에 숨어 있는 ‘감정’까지 표현하는 게 가능할까?
서예가 다천 김종원(57)씨가 그동안 가져온 ‘서예’로서의 보여주는 작품세계를 잠시 접고, 시인이나 문장가들이 시나 문장을 쓸 때 이입한 감정을 뽑아내 재해석한 서예 작품전시회를 열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창원시 의창구 용호동 고운갤러리는 2일부터 오는 28일까지 ‘다천 김종원 기획초대전’을 갖는다. 오프닝은 2일 오후 6시.
이번 초대전에서 김씨는 근작 24점을 선보이는데, 흔히 생각할 법한 ‘서예가 김종원의 서예전’이 아니라 새로운 개념의 언어, 즉 제3의 언어개념을 강하게 발산하는 이상한 작품을 내걸었다.
서예가가 작품전을 하니 당연 서예작품전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서예가의 ‘회화적 외도’ 또는 ‘문자의 회화적 재해석’이라는 개념을 알고 작품을 감상하면 전시장에서 갑자기 당하는 쇼크가 완화될 듯하다.
그것은 김씨가 애절한 표현의 시나 문장을 서예로 옮길 때 그 속에 녹아있는 ‘의미’만 서예로 전달될 뿐 감정이 사라진다는 데 착안, 의미는 의미대로 전달하면서 ‘감정’까지 전달하겠다는 실험과 연구의 결과이다.
이번 작품 속에는 색다른 서예술, 서예의 회화성, 회화가 받아들인 문자의 기호성과 상징성이 주류를 이뤄 서예가의 새로운 변화에 대한 몸부림을 엿볼 수 있다.
전시작품을 보면 경남대 정일근 교수가 지은 ‘유배지에서 보낸 정약용의 편지’, 한용운의 ‘님의 침묵’, 반야심경, 처용가·재망매가 등 향가 등이 김씨의 시각으로 재해석돼 작품으로 등장했다.
김씨가 자신의 조형적 언어로 재해석하기 위해 선택한 시와 문장을 보면 한결같이 애절하거나, 가슴 한편에 강렬히 염원하는 요소가 짙은 카오스적 미의식을 지닌 작품들이다. 그것은 김씨가 이번 작업에서 의미의 전달보다는 감정의 전달, 즉 시인의 감정을 유추해서 표현하는 재해석, 재구조화에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예의 틀을 깬 그의 작품을 음악가가 보면 화음으로 해석되고, 건축가들은 구축성을 얘기하고, 디자인쪽에서 보면 도안으로 해석할 정도로 혼선을 불러일으키기까지 한다. 사물을 보고 기호적 표현을 추구한 칸딘스키나 호안 미로와 같이, 문자를 보고 기호의 미의식을 찾아낸 김씨의 접점이 여기서 맥이 통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김씨는 “이 시대의 서예가는 문자를 재현하는 작업을 많이 하는 등 미적인 부분만 강조하고, 시인과 문장가들의 감정은 배제돼 있다”면서 “의미 전달에만 치우친 서예의 틀을 깨보고 싶었고, 지금까지 해온 공부를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활용하면서 새로운 전환기를 열고 싶었다”고 말했다. 고운갤러리
☏ 282-4922 조윤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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