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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복 화가 유작전 '자연을 관통한 순수'
비오는 날의 수채화 8월 28일까지 도립미술관 전시
태풍 메아리가 모든 사물을 촉촉하게 하려는 듯 억수 같은 빗줄기를 뿜어내며 6월 마지막 주말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날에 물로 그린 그림 이야기 한번 해볼까요. 평생을 물과 씨름하는 미술인들이 있습니다. 바로 수채화가입니다. 수채화는 유화나 아크릴처럼 기름성분으로 천에다 그림을 그리는 서양에서 발원된 그림 재료가 아니라, 물에다 자연염료를 섞어 종이에다 그림을 그리는 동양적 그림재료입니다.
도내에도 수채화만을 고집하는 여러 작가들이 있습니다. 이들의 선배를 추적하다보면 그 정점에 정상복이란 이름이 나옵니다.
정상복 <수박>
말 그대로 경남 1세대 수채화가입니다. 현대미술의 관점에서 보면 경남미술의 시작점에서 작품 활동을 한 정상복의 작품은 연구대상입니다. 마침 경남도립미술관이 그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선생의 유작전 '자연을 관통한 순수'전을 열었습니다.
평생 수채화만을 고집하며 자연을 관조하며 작업한 작품 70점으로 열리는 전시입니다. 모든 작품은 선생의 손자 정진 씨가 힘들게 보관한 작품들입니다.
정상복 <금강산>
30년대 그의 작품은 통영주변의 풍경과 학교생활의 일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대담하고 간결한 필치에서 젊은 정상복의 패기와 순박함을 읽을 수 있습니다.
40년대 정물화에서는 대상을 오랜 시간 관찰하여 섬세하고 세련된 필치를 느낄 수 있습니다. 50년대부터 70년대까지는 수채화에 대한 많은 연구와 실험을 행한 시기입니다. 특히 물감과 붓놀림에 대한 연구에 집중합니다.
종이에 대한 연구의 결과로 산성지(켄트지) 작업을 포기하고 중성지인 한지를 80년대부터 사용합니다.
또한 일반적인 수채화의 기법인 물감의 중첩성보다 전통 수묵의 발묵법을 응용해 80년대와 90년대의 작업 전반에 선보입니다.
정상복 <배>
그의 발묵법은 빼놓을 수 없는 그의 특기입니다. 통영보통학교 시절 정상복의 학생이었던 시인 초정 김상옥은 그의 그림을 보고 "중국 현대화가 장대천의 청록산수와 일맥상통하는 데가 있다. 장대천의 특기인 발묵법을 선지 아닌 양지에다 옮겨놓은 듯하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미술평론가 강선학도 그의 채색발묵 기법이 세잔느와 장대천과 연결된다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물이 마르기 전 색을 칠하여 몽롱하게 번지는 효과를 내는 선염법과 다른 채색기법을 말하는 것입니다.
강선학은 무엇보다 경물간의 형태적 분리와 색의 분리를 하지 않은 점을 작가의 가장 큰 특징으로 분류했습니다. 세상을 구분하지 않고 하나로 일체화 하는 발묵법은 작품을 통해 고개가 끄덕여 집니다.
평생 두 번의 개인전 개최도 이색적입니다. 69년 마산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고 86년 두 번째 개인전을 열면서 독창적 화풍을 드러냈기 때문입니다. 경남도립미술관 박은주 관장은 이를 두고 "창작과 그 결과물을 발표하는 당신의 태도는 오늘날 연례행사처럼 쉽게 치루고 있는 개인전 풍토에 경종이 될 만합니다"고 치켜세웁니다.
전시실에는 액자 속 작품 말고 미발표작, 습작 등과 함께 선생의 화구들이 한 개인이 일생동안 치열하게 벌인 화업을 소리 없이 말해주고 있습니다.
8월 28까지 도립미술관 제5전시실.
경남도민일보/여경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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