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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미술, 2500년의 깨달음을 읽다
[주목! 대장경축전 이 전시] ②해인아트프로젝트 속 또 다른 작품들
1200년 고찰과 현대미술이 만났습니다. 바로 '해인아트프로젝트'입니다. 세계 각국 34명의 작가가 해인사 안팎에 50여 점의 작품을 설치했습니다. 전시주제는 '통(通)'입니다.
전시 관계자에 따르면 '통'은 천 년의 시간 동안 대장경판을 지켜준 가야산 바람의 통(通)과 불변적, 고정적 실체란 없다는 불교의 공(空)에서 기인한다고 합니다.
◇성보박물관 현대미술전 = 작품 위치 지도를 참고해 제일 먼저 다다른 곳은 성보박물관입니다. 불교문화의 현대적 해석으로 탄생한 예술작품을 만나 볼 수 있습니다.
12개의 두상이 고개를 좌우로 천천히 움직입니다. 임영선 작가와 권동수 카이스트 교수가 함께 만든 '윤회'입니다. 가까이 다가가자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하며 가볍게 목례를 합니다. 사물놀이를 모티브로 한 전자 음악에 맞춰 각기 다른 방향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가 언제 그랬느냐는 듯 고요해지기도 합니다.
고개를 돌려 아래층을 바라다보니 어마어마한 크기의 불상과 마주했습니다. 웅장한 크기에 놀란 입이 쉽사리 다물어지지 않습니다. 바로 장후안(Zhang Huan) 중국 작가의 작품입니다. 20t의 향을 태우고 난 재로 5m 높이의 불상을 세웠습니다. 1990년대 중국 퍼포먼스 예술의 리더였던 그는 이번 '재 붓다(Ash Buddha)'를 통해 삶의 덧없음과 희망을 말하고자 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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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만 개의 오브제를 통해 성스러움과 공포, 우상파괴의 메시지를 전하는 안두진 작 <제자리로 돌아오다>. |
◇야외설치 및 조각전 = 성보박물관을 지나 구광루(九光樓)로 가는 길목 곳곳에는 야외설치 작품과 조각이 있습니다. 마치 숨바꼭질하듯 숨어 있어 찾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유리벽 너머로 다양한 크기, 모양, 색깔의 오브제(objet)가 모여 있습니다. 몇 개나 될까 세어보려고 했지만 일찌감치 포기했습니다. 안두진의 '제자리로 돌아오다'입니다. 이 작품은 수만 개의 오브제들이 집단적으로 설치돼 있는데 그야말로 장관입니다. 작가는 이를 통해 성스러움과 공포, 우상파괴의 상징적 메시지를 전달코자 했습니다.
구광루로 가는 길목에 둘로 쩍 갈라진 부처가 눈에 띕니다. 관람객들은 그 사이에 앉아 너나 할 것 없이 사진을 찍어댑니다. 이를 조각한 안성금 작가는 "우리의 모습을 양분된 부처의 형상을 통해 드러내고자 했다"며 "관람객은 좌우로 갈라진 부처의 품에 앉아 좌선(坐禪)함으로써 자신을 되돌아봤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구광루 국제회화전 = 구광루에서는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전쟁, 기아, 환경문제, 인종차별 등을 다룬 작품들을 만나 볼 수 있습니다. 티베트 출신으로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는 소남 돌마(Sonam Dolma)의 '아버지의 죽음(My Father's Death)'은 승려복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티베트 스님들이 입던 장삼(長衫)을 모아 정사각형을 만들고 가운데 빈 공간에는 화장한 뼛가루로 만든 '짜짜'가 채우고 있습니다. 그는 "세상의 모든 형상은 환상이다. 실제로 보이지 않는다"는 불교 정신을 작품을 통해 보여줍니다.
한쪽 벽면에는 바레인 태생으로 사우디아라비아 국적을 가진 파이잘 삼라(Faisal Samra)의 작품도 볼 수 있습니다. 그는 설치미술과 디지털 사진을 하는 미술작가로 광고와 이미지의 힘, 소수인종, 정체성에 대해 작가 자신의 신체를 통해 직접적으로 나타냅니다.
11월 6일까지.
해인사 입장료 성인 3000원.
문의 055-934-3173.
경남도민일보 -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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