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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동전] 원로작가들 첫 전시 팸플릿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2.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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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0
조회수
1509
내용

요즘 전시 팸플릿을 보면 종이도 두껍고 분량도 많다. 흑백은 없다. 각양각색으로 물들여져 있다. 팸플릿에는 전시회 기간과 장소, 작품과 작가에 대한 설명이 적혀 있는데, 개인전이나 그룹전마다 팸플릿의 두께, 디자인 등이 다르다. 천편일률적이지 않다. 미술담당 기자의 책상 한편은 전시 팸플릿과 도록, 엽서 등이 빼곡하다. 전시는 매주, 매달 열리고 그만큼 전시 팸플릿은 늘어만 가 그 놈(?)들이 자꾸 책상 전체를 차지하려고 한다.

한 날은 전시 팸플릿을 정리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예전 전시 팸플릿은 어땠을까?' 분명히 지금과는 다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님. 혹시 첫 번째 개인전 할 때 만들었던 팸플릿이나 엽서 있어요?" 미협 수첩을 뒤적거리며 원로 작가들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없는데….", "있긴 있는데 그걸 뭐 하려고?", "어디 있는지 모르겠네. 한 번 찾아볼 테니까 다시 전화해요."

◇4면으로 이루어진 종이 한 장

권영호(경남대 명예교수) 화백과 김대환 화백은 첫 번째 개인전 팸플릿을 가지고 있었다. 1936년 경북 경주에서 태어난 권영호 화백은 1966년 3월 11일 상주문화원서 첫 개인전을 열었다.

1면은 때와 곳· 후원이, 2면은 권 화백의 인사말, 3면은 작품이름이, 4면은 상주여자중고등학교장의 말이 적혀있었다. 인쇄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그 당시 팸플릿은 흑백이었고 작품사진이 아닌 작품이름이 팸플릿 한편을 차지했다. "그 당시에는 미술 작가라는 게 없었어. 미술교사가 전시를 곧잘 열기도 했지. 상주여고로 발령을 받은 지 얼마 안 됐을 때 '시골에서는 그림 보는 게 쉽지가 않으니 언제 한번 전시 한번 해라'는 주위 권유가 있어 전시를 열게 됐지"라고 권 화백은 말했다. 요즘 팸플릿에는 여는 행사가 몇 시에 열린다는 것이 명시돼 있는데 그 당시에는 여는 행사가 따로 없었다.

"전야제라고 했어. 3월 11일 전시가 열렸는데 하루 전인 10일에 지인과 함께 모여 작품에 대해 이야기도 하고 학술적인 느낌이었지"라고 권 화백은 회상했다.

   
 
  교당 김대환 화백의 첫 개인전 전시 팸플릿.  

1929년 일본서 태어난 교당 김대환 화백은 18년 동안 극장 간판 그리는 일을 했다.

"문신과 최운 형님이 극장 그림 그만 그리고 작품에만 전념하라고 말을 했지. 그 당시에는 '경남극화회'라는 게 있었는데, 그곳에서 개인전을 열게 도와줬어. 그래서 1971년 11월 18일 첫 개인전을 한성다방서 열었지"라고 김 화백은 설명했다.

'김대환 동양화전'이라고 적힌 팸플릿은 총 4면(가로 10.5cm, 세로 15.5cm)으로 이뤄져 있었다. 1면은 장소, 회기(會期), 발기처(發起處)가, 2면은 초대의 말씀, 3면은 작품이름, 4면은 축화전(祝畵展)이라고 해서 후원한 곳이 적혀있었다. 권 화백의 첫 번째 개인전 팸플릿보다는 한자어가 많이 섞여 있었다. "전화가 귀하던 시절이어서 개인전이 열린다는 소식은 다방에 온 손님들의 입으로 전해졌어. 팸플릿도 만드는 사람도 있었고 돈 없어서 못 만드는 사람도 있었지. 종이 한 장, 엽서 한 장에 누구누구 개인전이 어디서, 언제 열린다. 요 정도로 간단하게 적었지"라고 김 화백은 설명했다.

◇작가 얼굴·작품 사진 넣기도

   
 
  허청룡 화백의 두 번째 개인전 팸플릿.  

"첫 개인전을 1970년도에 했는데, 그게 찾아봐도 없네. 두 번째 개인전 팸플릿은 있어요. 1978년 진해 흑백다방서 했는데, 한 번 와보세요."

1943년 일본서 태어난 허청륭 화백은 1978년 5월 28일 열렸던 두 번째 개인전 팸플릿을 기자에게 건넸다. 가로 12.9cm 세로 18.9cm 엽서 한 장이었다. 특이한 것은 허 화백의 얼굴이 엽서 겉표지에 실렸다는 것. 그 밑에는 일시, 장소, 후원이 적혀있었다.

"진해 천자봉에 유택렬 선생과 같이 갔는데, 그때 유 선생이 찍어줬지. 그 사진을 엽서에 실었어. 동판 인쇄된 거야. 1970년에 첫 개인전을 했을 당시 팸플릿은 석판인쇄를 했었어. 엽서 한 장 크기에 언제, 어디서 전시가 열린다고만 적혀있지, 요즘처럼 두껍고 화려하지 않았지. 돈도 없고 인쇄술 발달도 안 돼서 수작업을 하거나 만들지 않기도 했어"라고 허 화백은 설명했다.

권 화백은 두 번째 개인전을 열었던 1968년에 만든 팸플릿을 보여줬다. 4면으로 이뤄졌는데 작품 사진이 커다랗게 실린 1면은 컬러였다. "그 당시 학교 앨범을 만드는 사진사가 있었는데, 전시회를 연다고 하자 자기가 개인전 팸플릿을 만들어준다고 했어. 그래서 컬러가 들어간 것 같아"라고 권 화백은 말했다. 4면으로 이뤄진 팸플릿의 앞뒷면은 두 개의 작품 사진이 들어가 있었다.

도톰하고 색채가 풍부한, 작가 이력·작품세계· 작가노트로 빼곡히 들어찬 전시 팸플릿만 보다가 얇디 얇은 종이 한 장의 60~70년대 전시 팸플릿을 보니 신기했다. 단출하지만 알맹이는 다 있었다. 그에 반해 요즘 전시 팸플릿은 너무 두껍고 화려하다. 제작비도 많이 들뿐더러 전시회가 끝나면 휴지가 되고 마는 경우가 많다. 'I'm Fat!' 전시 팸플릿도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경남도민일보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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