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가 문화관련 출자·출연기관 통폐합을 이유로 임기가 보장된 경남문화콘텐츠진흥원 원장을 찾아가 사임을 요구해 논란이 예상된다.

경남문화콘텐츠진흥원 김보성 원장은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예상했던 대로 경남도 문화예술과장이 계원들을 대동하고 와서 도청 방침이라며 2월 말까지 원장 자리를 비워달라고 했다"며 "순순히 물러나면 조직통합 과정에서 최대한 재취업을 시킬 계획인데 원장이 버티고 물러나지 않아 조직 통합 업무가 지연되면 직원 재채용도 힘들어질 거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김 원장은 이어 "직원들 생살여탈권을 물러나길 요구받는 원장에게 떠넘기는 잔인한 잔머리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며 괴로운 심정을 토로했다.

 

 

박재근 도 문화예술과장은 이에 대해 "사임을 요구한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박 과장은 19일 〈경남도민일보〉와 통화에서 "사임 요구는 경남문화콘텐츠진흥원 설립 및 지원에 관한 조례 내에 명시된 '도지사 임기 만료시에는 임기를 같이 한다'는 내용에 근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과장은 또 문화 출자·출연기관 통폐합과 관련해 "현재 도는 1조 3000억 원에 이르는 부채 문제가 심각한데 이를 해결하려는 자세로 임하는 사람은 홍준표 도지사뿐"이라면서 "통폐합을 하면 일선 기관장뿐만 아니라 밑에 딸린 도 파견 사무국 직원들 인건비까지 모두 6억 원 정도 예산을 절감할 수 있어 효과가 크다"고 강조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김보성 경남문화콘텐츠진흥원장.

 

 

 

하지만 아무리 근거와 명분이 있더라도, 앞서처럼 법적으로 임기가 보장된 임명직 기관장의 위신을 깎고 모욕감을 준 것은 폭력적 행위라는 규탄이 잇따르고 있다. 2011년 11월 임명된 김보성 원장은 현재 임기가 9개월여 남은 상태다.

예산 절감을 이유로 앞으로 문화예술산업 근간을 이뤄 갈 핵심 기관들을 통폐합하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도는 현재 콘텐츠진흥원을 포함한 경남문화재단, 경남영상위원회 세 조직의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다.한 누리꾼은 "통폐합할 경우 남은 임기 동안 급여 등은 소송을 통해서라도 받아내는 게 하나의 전례로 남을 것이고 그건 중요한 기록이다"라며 "공론화를 통해 임기제 입법 취지를 무시하는 불법적 행태를 고발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도내 문화계 인사는 "정치인, 행정가들은 문화를 최우선으로 한다고 해놓고서는 말뿐이다"라면서 "문화 정책을 더 전문적으로 세분화해야 될 시점에 통폐합이라니…. 예총, 민예총뿐만 아니라 예술단체와 개인 예술가들이 나서 경남문화 정책을 올바른 방향으로 잡아나가는 데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역 내 한 시민단체활동가도 "수틀리면 뭐 하나 더 만드는 것도 문제지만 몽땅 다 끌어모으는 것은 더 문제"라면서 "모여서 업무가 더 효율적인 업종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는 것을 관료들이나 문화 권력가들은 왜 모를까"라고 꼬집었다.

경남영화협회는 19일 성명을 내고 "문화예술의 수직적 통합은 발전이 아니라 죽음이다. 개별성이 강한 문화 장르를 한 곳에서 사업을 한다면 그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고유한 업무영역을 제대로 소화하기란 불가능하다"며 "홍준표 지사는 이제 막 피어나려는 지역의 영상문화 터전을 다시 엎어버리는 실정을 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보성 원장을 비롯한 콘텐츠진흥원 측은 법적 소송 등 향후 대응 방향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직원은 "도가 예산을 집행하지 않을 경우 진흥원 업무는 마비되고 통합될 때까지 식물조직이 될 것"이라며 "어떻게 대응할지, 과연 대응할 방법이 있을지 고심 중이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