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미술계에 내리꽂는 쓴소리에서 1980년대 민중미술가의 모습이 엿보였다. 깡말랐지만 힘 있는 필력, 웃음은 환하지만 작품은 무거운, 그는 이강용(56) 화가다.

그가 지난해 말 마산합포구 남성동에서 중성동으로 작업실(겸 갤러리)을 옮기고 5일 전시를 연다. 4년 동안 1~2평 남짓한 공간에서 작업만 했다는 그가 '이강용 갤러리'를 차리고, 사람과 소통하려 한다.

'이강용 갤러리'는 꽤 넓었다. 좌식 생활을 즐기는지, 그림을 그리다가 만 캔버스와 초등학교 때나 썼던 크레파스가 바닥에 널려 있었다.

"파스텔과 아크릴로 그림을 그린다던데…(크레파스를 가리켜) 이게 파스텔인가요?" 뾰족하게 깎인 크레파스가 색색별로 가득했다.

"유화와 수채화 일색인 게 싫었어요. 크레파스는 크레용과 파스텔 앞부분을 따서 만든 상표명인데, 본디 오일 파스텔이죠. 보관하기도, 다루기도 어려운 놈이에요."

 

 

 

   
  이강용 화가./김구연 기자  

 

그림의 밑바탕은 무조건 검은색이다. 형형색색 파스텔은 그 위를 몇십만 번 왔다 갔다 한다. 파스텔 끝이 무뎌지면 이 화가는 재빨리 문구용 커터 칼로 뾰족하게 깎는다. 사실 번거롭고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다.

5일부터 11일까지 선보이는 작품은 노랑꽃·양귀비 등 꽃을 소재로 한 신작 20점 정도다. 과거 사회 비판적인 민중미술가였던 그가 어여쁜 꽃을 작업의 소재로 택한 이유를 물었다.

"보기에는 그저 아름다운 꽃이죠? 하지만 이것은 건조하고 강하고 척박한 토양에서도 잘 자라는 야생화예요. 온실화가 아니고 자생하는 야생화." 그의 거칠고 투박한 붓 터치와 두터운 물감이 만나 끈질기고 강인한 야생화가 캔버스에서 재탄생했다.

다른 작품 몇 점에서도 이강용 화가 특유의 '곧은 마음'이 드러난다. 해인지 달인지 구분 안 되는 붉은 원이 하늘에 떠 있고, 야생을 떠도는 표범이 그것을 매섭게 바라보는 '범도 살았다', 무언가를 항변하고 있는 듯한 동작이 엿보이는 '충동에서'가 그러하다. 1990년대 중반부터 2010년 초반까지 여러 산속을 전전했던 그답게 작품도 척박하고 몽환적이되 아름다고 스산하다.

"지난해 서울대 환경대학원 도시·환경최고전문가과정 수업을 들었어요. 그리고 동문들이 주축이 돼 '밤과 낮 쓸쓸한 동화'라는 제목으로 전시를 열기도 했죠. 사실 제가 25년 전 환경단체들이 채 생기기도 전부터 '우리밀 살리기 운동' 등을 했는데, 환경·도시재생에 관심이 많아요. 창동예술촌 근처에 작업실을 차린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여는 행사는 5일 오후 5시에 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중성동 165번지 2층. 문의 010-3590-06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