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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으로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에 가입한 문예회관은 약 200곳. 이 중 경남지역 문화예술회관은 17곳이다. △문화향유권 확대 △지역 문화예술 활성화 △문화 인프라 구축을 목적으로 세워졌다.
문제는 경남은 물론이고 대다수 지자체가 공연장과 전시실만 달랑 지어놓고 이를 채울 수 있는 콘텐츠가 없다는 것. 특히 전시실은 관객을 끌어들이는 자체 기획보다는 공간을 빌려주는 대관 업무에 치중해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미술인들은 한목소리로 "시대가 변했는데도 문화예술회관은 과거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한다.
과거보다 전시 공간 수는 크게 늘었다. 한국미술정보센터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새로 생긴 전시공간은 총 182곳으로 2007년 107곳보다 7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72곳으로 가장 많았고 부산(22곳), 경기도(17곳), 광주(14곳), 대구(8곳), 경남(8곳)이 뒤를 이었다.
전시 공간이 없어서 전시를 못 하는 시절은 지났다. 공간이 증가하자 미술인의 눈길도 지역 문예회관에서 미술관, 화랑, 대안공간으로 옮겨가는 추세다.
황국현 진해미술협회 회장은 "전시 공간이 턱없이 부족했던 시절에는 어쩔 수 없이 문예회관에서 전시를 여는 화가가 많았다. 하지만 요즘은 문예회관이 아니더라도 '무료'로 전시를 열 수 있는 공간이 많이 생겼다. 예전처럼 문화예술회관에서 '유료'로 전시를 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창원 성산아트홀 전시관 내부 모습. |
전시 공간의 증가는 화가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줬다. 화가는 자신의 경제적 상황과 작품 분야, 수에 따라 어느 것이 '현명한 선택'인지 판단한다. 단순히 개인전을 연다는 발표 자체에 의미를 두기보다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자신의 작품을 보러오는지, 얼마나 팔리는지 등을 염두에 둬서 전시 공간을 선택한다.
정외영 마산미술협회 회장은 "전시를 못 해서 안달이 난 화가는 없다"면서 "요즘 젊은 화가는 큰돈을 들여서 개인전을 하기보다는 부스전이나 아트페어 쪽으로 눈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문제는 이렇게 시대가 변했는데도 긴장하지도 변화하지도 않는 문예회관이다. 건물은 으리으리하게 지어놓았지만 정작 하드웨어에 걸맞은 소프트웨어 개발에는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도 여전히 문예회관들은 '외부 공사 중'이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ㄱ 화가는 "창원 3·15아트센터에서 지난해 전시를 열었는데 거짓말 조금 보태 관람객이 하루에 한 명꼴이었다"면서 "개인전 한 번 하는데 대관료·팸플릿·액자값·접대비 등을 합해 100만 원이 훌쩍 들었는데 작품은 하나도 팔리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ㄴ 화가는 "요즘 문예회관은 학예 발표회장이나 아마추어 작가의 데뷔 무대로 변한 것 같다"면서 "점점 문예회관이 미술인들의 관심 영역 밖으로 밀려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문예회관에서 전시를 열었던 화가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이렇다. △유동인구가 적다 △대관료가 비싸다 △참신한 기획 전시가 없다 △홍보가 부족하다 △전문 인력이 없다 △전시 공간이 지나치게 넓다 등등.
문예회관은 광역 시·도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미술관의 한계를 보완해 줄 수 있는 훌륭한 공간인 만큼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이영준 김해문화의전당 전시팀장은 우선 전문 인력을 둘 것을 제안했다. 그는 "국·공립 미술관에만 큐레이터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문예회관에 큐레이터를 배치해 전문적인 공간 운영을 한다면 미술을 대중화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현재 서울 등 수도권에 있는 문예회관은 전시실에 전문 인력을 배치해 운영한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은 전문 인력이 없어 기획 전시는 할 수도 없고 전시실 관리에 대한 불평만 쌓이고 있다.
황무현 마산대 교수는 "문예회관은 사람을 끌어모으는 데 수동적인 편이다. 대관 업무만 하기보다는 사람들이 올 수 있게끔 '기획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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