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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님아, 변호사님아, 니 내 쫌 도와도……."
필자가 영화 <변호인>을 본 것은 10여 일 전의 일이다.
그런데 극중 송우석 변호사(송강호 분)의 단골 돼지국밥집 주인 최순애(김영애 분)가 절규하던 그 목소리가 아직도 필자의 귓가를 맴돌며 가슴 한구석을 먹먹하게 만든다.
사실 영화 <변호인>에는 관객들에게 감동을 안겨준 수많은 명대사가 등장한다.
극중 주인공인 송우석 변호사는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가란 국민입니다!", "바위는 죽은 것이고, 계란은 살아있는 것입니다. 결국에 바위를 넘는 것은 계란입니다" 등 이 나라의 주인이 국민이며 이를 탄압하는 공권력에는 결코 굴하지 않을 것임을 역설한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것은 송우석 변호사의 그런 멋진 대사들보다, 국밥집 주인 최순애가 내뱉은 "변호사님아, 변호사님아, 니 내 쫌 도와도……"라는 지극히 단순한 대사가 이토록 오래 필자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돈도 빽도 없는 최순애에게 '변호사'는 자신의 목숨보다 귀중한 아들을 살려줄 힘이 있는 유일한 존재였다. 최순애는 극한 상황에 처한 사람이 신을 찾는 것과 마찬가지 심정으로 송우석 변호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던 것이리라.
가진 것 없는 최순애가 송우석 변호사에게 자신의 온 마음을 다해 부탁할 수 있는 방법은 그저 "변호사님아, 변호사님아, 니 내 쫌 도와도……"라는 절규 이외에는 없었던 것이리라.
거대한 공권력 앞에서 철저히 무기력한 상황에서도 '변호사'라는 존재가 누군가에게는 도움을 구할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이 되는 것을 보면서, 필자는 '변호사'라는 필자의 직업이 가진 힘에 대한 자부심과 더불어 몇 배의 책임감과 소명의식을 느꼈던 것 같다. 그로 인해 필자에게는 최순애의 절규가 이토록 오래 지워지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영화 <변호인>은 다들 알다시피 고 노무현 대통령을 모티브로 만든 이야기이다. 고졸 출신에 돈도 빽도 없는 송우석 변호사는 다른 변호사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는 등기업무, 세무업무 등 나름 블루오션을 개척하여 부산 바닥에서 제일 잘 나가고 돈 잘 버는 변호사가 되었다.
그러다 돼지국밥집 아들 진우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끌려가 잔인한 고문을 받고 재판을 받게 되자 이를 계기로 인권변호사의 길을 걷게 되는데, 영화는 이 과정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자신과 가족들의 안위까지 위협받는 상황에서 공권력에 맞서 피고인을 변호하는 인권변호사의 길을 걷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기에 인권변호사들이 사회 구성원들의 존경과 귀감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더구나 얼마든지 경제적으로 풍요롭고 편안한 삶을 살 수 있었던 송우석 변호사가 그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스스로 고생을 자청하고 나섰기에 영화를 본 관객들은 깊은 감동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다만 필자는 여기에 덧붙여 송우석 변호사가 인권변호사의 길을 걷기 이전에 했었던 세무 전문 변호사 역할 역시 가볍게 취급되어서는 곤란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우리 주변에는 어렵게 모은 돈을 빌려줬다가 돌려받지 못해 낭패에 빠진 가장,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주부, 부당한 세금부과처분으로 큰 불이익을 입게 된 기업가 등 변호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사람들이 법률적 조언과 도움을 필요로 할 때에도 변호사는 이들 곁에 있어 주어야 한다. 이런 사람들을 조력하는 것 역시 부당한 공권력이나 사회제도에 맞서 싸우는 것만큼이나 변호사에게는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이다.
이 사회에는 인권변호사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최순애에게 송우석 변호사가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변호사님'이었던 것처럼, 필자 역시 필자를 찾아오는 의뢰인 한 명 한 명에게 그런 '변호사님'이 되고 싶다.
의뢰인으로부터 보수를 받고 그 대가로 사건을 처리해주는 '변호사'라는 이름을 가진 '상인'이 아닌, 의뢰인 한 명 한 명을 진심을 다해 도와줄 수 있는 그런 '변호사님'이 되고 싶다.
이 안녕하지 못한 시대에 자신과 가족을 지켜줄 희망을 법의 정의에서 찾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친구가 되어 줄 수 있는 '변호사'라는 내 직업이 오늘따라 더욱 고맙고 자랑스럽다.
[발언대]변호사가 본 영화 '변호인'
http://www.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435334 - 경남도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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